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 부엌 싱크대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2026-07-25 00:29:14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부엌 싱크대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 장마철이라 집 전체가 삐걱거리는 소리도 많고, 낡은 수도관이 달그락거리면 귀가 예민해져서 별것도 아닌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그런데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또렷해졌고, 마치 싱크대 안쪽에서 금속이 금속에 탁탁 부딪히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났어. “아, 또 냉장고가 갈리는 소리겠지” 하고 애써 넘기다가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되니까 불안이 커지더라.

나는 그날 낮에 부엌을 한번 둘러봤다. 싱크대 아래장에는 오래된 세제통이랑 걸레, 수세미만 있었고, 배수구 쪽도 별 이상이 없었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감 잡으려고 싱크대 앞에 서서 귀를 대봤는데, 냄새는 평소처럼 하수구 비린내가 섞여 있었고, 그 위로 아주 얇게 칼날이 스치는 감촉 같은 공기 느낌이 들었달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가 분명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이 왔어.

일단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엄마는 눈도 안 깜빡하고 “그 소리? 어릴 때부터 가끔 들리던 거야”라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웃는 얼굴이 아니라, 입술만 조용히 다문 표정이었어. “그럼 치우면 안 돼?”라고 묻자 엄마는 “치우면 더 시끄러워져”라고만 했어. 말이 딱 그 한 마디로 끝났고, 더 캐묻기도 전에 엄마가 설거지통을 털어내며 다른 얘기를 바꾸더라.

나는 며칠 동안 소리가 나는 타이밍을 체크했어. 대략 새벽 1시쯤, 그리고 2시쯤. 그 시간엔 집이 유난히 조용해져서, 바람이 창문 틈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조차 뚝 끊겼어. 그런데 그 끊김 뒤에 바로 “탁… 탁… 탁…” 하고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지. 이상한 건, 내가 부엌 불을 켜면 소리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는 거야. 불을 껐을 때 더 크게 들리는 건 아니었는데, 마치 내가 시선을 주는 걸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처음엔 진짜로 누가 몰래 와서 뭔가를 하는 줄도 생각했어. 마당 대문은 잘 잠겨 있고, 요즘엔 택배도 거의 오지 않는 동네라 그럴 확률이 낮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현관 쪽 CCTV 앱을 켜서 확인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날 밤, 휴대폰이 이상하게 버벅이더니 갑자기 앱이 꺼졌어. 다시 켜도 신호가 끊겼고, 재부팅을 해도 부엌 쪽만 유독 데이터가 약한 것처럼 뜨더라. 그때부터 ‘이건 단순한 소리 문제가 아니다’ 싶었어.

결국 나는 결심을 했어. 싱크대 아래를 다시 열어보고, 배수구 주변을 다 닦고, 혹시라도 칼이 어딘가에 걸려서 튕기는 소리일지 보겠다고. 새벽에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가는데, 바닥이 차갑고 발소리가 이상하게 길게 울렸어. 싱크대 문을 여는 순간 소리가 멎었고, 그 정적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그리고 싱크대 아래를 비추는 작은 손전등을 들이댄 순간, 수세미가 놓여 있던 자리에서 차갑고 가느다란 금속 흔적이 보였어. 칼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데, 분명 뭔가가 “닿았다가 지나간” 자국 같은 게 남아 있었거든.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 싱크대 안쪽, 물이 고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뭔가가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어. “툭”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도 났고, 그 직후에 다시 칼 부딪히는 소리가 시작됐지. 이번엔 간격이 조금 달랐어. 아까는 일정하게 탁탁이었는데, 이번엔 중간중간 한 박자 늦는 것 같아서 리듬이 흐트러졌어. 내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소리가 한 번씩 더 뚜렷해지는 느낌까지 들더라.

나는 결국 싱크대 아래 문을 닫고 뒤로 물러섰어. 그날 이후로 엄마는 내게 싱크대 쪽을 함부로 들여다보지 말라고 했고, “그 소리는 부엌이 기억하는 거야”라는 말도 했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너무 단단해서 질문이 목구멍에서 멈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나던 시간대에만 내가 잠에서 깼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깨우는 것처럼, 내 꿈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귀가 먼저 반응했달까.

지금도 가끔, 도시에서 잠이 설칠 때면 그 탁탁 소리가 귀 뒤에서 스치고 지나가. 시골집 부엌 싱크대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는 한 번 들리면 잊히기 어렵더라. 더 무서운 건, 그 소리가 계속된다는 사실보다도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 소리를 “기다리게” 됐다는 거야. 새벽 1시만 다가오면, 내 몸이 먼저 긴장하고 귀가 먼저 향하는데… 그게 진짜로 무엇을 불러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