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내 차례가 아닌데도 내가 먼저 타는 느낌
엘리베이터에서 내 차례가 아닌데도 내가 먼저 타는 느낌이 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피로해서 착각하는 건가 했는데, 그 뒤로는 진짜로 “내가 타야 할 타이밍”이랑 상관없이 계속 제가 먼저 문 앞에 서게 되는 일이 반복됐어요.
사건은 평일 저녁, 퇴근 시간대였어요. 7층 사무실에서 내려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몇 명 있었고, 다들 자기 차례를 기다리듯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저는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발이 먼저 움직였어요.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제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있었고, 누군가 “아, 여기 줄 서 있었는데…”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데 정작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제 얼굴부터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냥 순간적으로 눈이 맞았다고 해야 하나요.
엘리베이터는 금방 닫힐 만큼 빨리 지나갔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누가 한숨을 쉬더라고요. 저는 “아, 죄송” 하고 고개만 끄덕였는데, 그때 제 머릿속엔 이상한 확신이 스쳤어요. ‘내가 원래 타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먼저 탄 거다.’ 이상하게도 그 확신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다음 날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다음 날도 똑같이 느껴졌어요. 이번엔 10층에서 타는 사람들 사이에 제가 껴 있었는데, 누가 먼저 문 앞에 서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 그 사람을 지나쳐서 문 앞에 서게 됐어요. 그리고 그 순간, 자동문이 열리는 속도가 아주 약간 빨라진 것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시스템은 똑같겠죠. 근데 제 눈에는 ‘누군가가 버튼을 더 먼저 누른 것 같은 속도감’이 있었어요. 타이밍을 뺏긴 건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도 딱 저와 같은 표정이었어요. 뭐라고 말은 안 했는데, 서로 “우리 둘 다 착각한 거 아니지?” 같은 기류가 잠깐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냥 신경이 예민해진 걸 수도 있지만, 이상한 건 패턴이 생겼다는 거예요. 엘리베이터가 오고 열리기 직전, 저는 항상 문 앞에서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감각에 끌려가요. 팔을 뻗어 잡는 것도, 발을 내딛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 건데, 선택한 순간마다 마음속에서 누가 속삭이는 것처럼 단정해져요. ‘그래, 네 차례가 아니니까 더 빨리 들어가.’ 이런 식으로요. 물론 실제로 누가 말한 건 아니지만, 그 말투가 너무 선명해서 소름이 돋았어요.
한 번은 제가 일부러 반대로 해보려고 했습니다. “오늘은 절대 먼저 타지 말자.” 하고 속으로 되뇌며,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일부러 손을 주머니에 넣고 뒤로 한 발을 물렀거든요. 그런데 진짜로 신기하게도, 문이 열리는 타이밍에 맞춰 제 발이 다시 앞으로 이동했어요. 제가 뒤로 물렀던 그 한 발이, 마치 관성처럼 다시 앞으로 굴러가는 느낌. 심장이 철렁해서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타고 난 뒤에야 뒤에서 누군가 “아니, 어제도 그렇더니…” 하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멈칫했어요. 어제도 그렇다니, 전 분명 저만 이상하다고 느낀 줄 알았거든요. 자세히 들으려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바로 1층으로 내려가 버렸고, 내부에서는 다들 스마트폰만 보느라 표정이 잘 안 보였어요. 그런데 내려서 복도를 걷는 동안, 방금 타고 나온 사람들의 동선이 이상하게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다음엔 네가 여기로 가게 될 거야” 하고 방향을 그려놓은 것처럼요. 저는 그때, 이게 단순한 운이나 피로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유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무서웠던 건, 제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추면 상대들도 같이 멈춘다는 느낌이었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도 제가 들어가지 않고 서 있으면, 다른 사람도 괜히 한 박자 늦어집니다. 그 늦음이 불편한 게 아니라, 약간은 “기다리는 게 맞다”는 분위기가 생겨요. 반대로 제가 먼저 들어가면, 뒤 사람들은 별 말 없이 제 뒤로 자연스럽게 타요. 뭔가 제가 장치의 중심처럼 작동하는 느낌. 저는 그날 퇴근해서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떠올리면 손가락 끝이 간질거렸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 감각은 멈추지 않았고, 저는 결국 현실적인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일부러 다른 층으로 한번 더 들어가거나, 계단을 이용하더라도 “문 앞에 서는 순간”이 오지 않게끔 동선을 틀었어요. 그런데도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그 사람들도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하곤 합니다. 마치 같은 걸 보고 있는데, 이름을 못 붙인 사람들 같아서 더 잔뜩 움츠러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날 이후로 제가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은 이거예요. 엘리베이터는 누가 타는지, 누가 타야 하는지 따지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저는 매번 “내가 먼저 타는 느낌”을 받았을까요. 혹시 엘리베이터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어떤 순서로 ‘들어가야 하는지’ 자체를 정해두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문이 열릴 때마다, 저는 제 차례가 아닌데도 어느새 마음이 먼저 문 쪽으로 가는 걸 느껴요. 그리고 그게 멈추지 않는 한, 다음엔 진짜로… 제가 선택한 건지, 누군가 정해둔 건지 알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