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전등을 끄면 3초 후에 또 한 번 깜빡인다
원룸에서 전등을 끄면 3초 후에 또 한 번 깜빡인다. 처음엔 전구가 다 된 건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끄는 순간마다 정확히 3초를 지키는 것처럼 다시 불이 흔들렸어. “또 깜빡이네” 하고 넘길 때마다 등 뒤쪽이 묘하게 서늘해져서, 그날부터 방에 들어가는 일이 조금씩 무서워지더라.
사건은 한여름이었어. 퇴근하고 씻고 나서 불을 끄려는데, 손에 스위치가 잡히는 느낌이 이상하게 또렷했어. 평소엔 그냥 툭 내려가는데, 그날은 마치 스위치가 내 손끝을 기다렸다가 딱 맞물리는 것처럼 딱 걸렸거든. 전등을 껐고 방이 어두워지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지.
정말로, 3초 후에 한 번 더 깜빡였어. 깜빡이는 정도가 아니라, 전기가 잠깐 들어오는 것처럼 아주 짧게 빛이 올라왔다가 꺼지더라. “타이머라도 달았나?” 싶어서 시계를 봤는데, 초침이 튀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딱 3초 사이에 빛이 반응했어. 끄고 나서 눈을 감아도 그 순간이 느껴질 정도였어.
처음엔 전구 문제라고 생각했어. 다음날 관리실에 말하려고 했는데, 관리실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책상 밑에 떨어져 있었어. 분명 전날엔 없었는데 말이지. 그걸 줍고 나서 손바닥이 축축했는데, 기분 탓이라고 넘겼어. 그리고 밤이 되자 또 같은 일이 벌어졌고, 이번엔 깜빡이기 직전에 현관 쪽에서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났어.
소리는 발소리 같은 건 아니고, 마찰음처럼 아주 작았어. 현관문 열쇠 구멍 근처에서 “지익” 하고 한번, 그다음이 3초. 전등을 끄면 그 순서가 딱딱 맞아떨어졌어. 이상하다고 느낀 건 여기서부터였어. 보통 전기 문제면 끄고 켤 때 상관없이 흐트러져야 하는데, 이건 내가 불 끄는 타이밍에 반응하는 것 같았거든.
나는 결국 전구를 바꿨어. 인터넷으로 가장 흔한 안정기 없는 전구로 샀고, 저녁에 교체를 했어. 손에 전구를 돌려 끼우는 감각이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찜찜했는데, 그래도 교체하고 불을 켰을 때는 정상처럼 밝았어. 그리고 “이번엔 안 되겠지” 하고 스위치를 내렸는데, 또 그랬어. 전구가 바뀌었는데도, 3초 후에 한 번 더 깜빡였다.
그때부터는 계속 테스트를 하게 됐어. 불을 켤 때는 아무 일도 없는데, 끌 때만 반응이 오더라. 가끔은 3초가 아니라 4초로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내 머리 뒤쪽이 살짝 당기는 느낌이 났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스위치를 여러 번 올렸다 내렸다 해봤지만, 오히려 그 횟수만큼 방 안 어딘가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압력이 생겼어. 누가 있는지 얼굴이 보일 정도는 아닌데,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지.
며칠 뒤엔 이상한 걸 더 봤어. 밤에 불을 끄고 기다리면, 깜빡이는 찰나에 내 휴대폰 화면이 아주 잠깐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어. 정확히 전등 깜빡이는 타이밍과 겹쳤고, 알림이 없는데도 그러니까 더 이상했어. 그날은 겁이 나서 불을 켠 채로 잠을 잤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전등이 꺼져 있었어. 그리고 어김없이, 내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누군가 스위치를 내렸던 것처럼 3초 후에 한 번 더 깜빡였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이유는 방바닥에 길게 늘어난 그림자가 바뀌었거든. 불이 켜져 있을 때랑 꺼져 있을 때, 그림자가 내 쪽에서 반대 방향으로 살짝 흔들렸어.
그리고 오늘, 제일 소름 돋는 건 “내가 끌 때만”이 아니라는 거야. 잠깐 환기하려고 방문을 열어두고 불은 켠 채로 주방 쪽에 서 있었는데, 내 등 뒤에서 스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딸깍” 하는 소리가 났어. 분명 손이 스위치로 가지 않았는데, 불이 꺼졌고, 3초 뒤에 다시 한 번 깜빡였어. 그때, 현관문 쪽 소리가 이번엔 “지익”이 아니라 정말로 문고리를 잡는 것 같은 마찰음처럼 들렸어. 전등이 깜빡일 때마다,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위치를 확인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제는 내가 불을 끄는지, 누군가가 불을 끄는지 구분이 안 돼.
가끔은 스스로도 웃기더라. 그냥 전기 문제일 수도 있잖아. 근데 그 3초가 너무 정확해서, 내가 스위치를 내리는 순간마다 방 안의 어떤 게 딱 맞춰 숨을 고르는 것 같아. 다음에 또 끄게 될까 봐 무섭고, 켜둔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라서 더 찝찝해. 원룸에서 전등을 끄면… 3초 후, 항상 한 번 더 깜빡이는 이유가 아직도 내 쪽에서만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