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마감 시간에 컴퓨터가 임의로 켜질 때
회사 마감 시간, 모두가 자리에 없어진 사무실 한켠에서 갑자기 한 대의 컴퓨터가 저절로 켜졌다. 아무도 만지지 않았는데 화면이 깜빡이며 로그인 창이 뜨더니, 마우스 커서가 혼자 움직였다. 그 순간, 옆 자리의 동료가 이걸 목격했는데 처음엔 누군가 깜짝 놀래키려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 컴퓨터가 유독 어느 특정 시간에만 켜진다는 거였다. 바로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6시 10분쯤이었다. 신기해서 CCTV를 돌려봤더니, 그 시간엔 분명히 아무도 컴퓨터 근처에 없었다. 화면이 스스로 켜지고, 마우스도 움직이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처음엔 배터리나 전원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회사 컴퓨터가 오래돼서 저절로 켜질 수도 있으니, 전원 옵션을 다 바꿔보고 바이러스 검사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보안 프로그램이 자동 업데이트되는 시간도 아니었고, 아무 프로그램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게 없었다.
궁금증이 커지던 어느 날, 6시 10분 전쯤 혼자 남아서 그 컴퓨터를 지켜보기로 했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마감 시간이 다 되어갈수록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그리고 정확히 6시 10분이 되자, 컴퓨터가 정말로 스스로 켜졌다. 화면에 로그인 창이 뜨고, 마우스 커서가 움직였다.
그때 화면 한켠에 텍스트가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글자가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 빨라서 처음엔 잘 못 봤는데, 몇 번 보니 확실히 그런 문장이었다. 깜짝 놀라 컴퓨터를 껐지만, 잠시 후 다시 켜짐과 동시에 같은 문장이 반복됐다.
다음 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몇몇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마감 시간에 갑자기 프린터가 저절로 작동하거나, 조명이 깜빡이는 일이 간헐적으로 있었던 거였다. 그때서야 모두 이 사무실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야근하던 사람이 퇴근을 하려고 컴퓨터를 끄자, 갑자기 모니터 화면에서 옆자리 직원 얼굴이 천천히 나타났다고 한다. 분명 그 직원은 퇴근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놀라서 컴퓨터를 다시 켰더니, 어디선가 노트북 팬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게 났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컴퓨터가 '퇴근하지 못한 누군가의 미련'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슬쩍 하곤 했다. 마감 시간에 맞춰 다시 켜지는 것도, 스스로 화면에 메시지를 띄우는 것도, 끝내 일을 놓지 못한 영혼의 흔적일 거라는 거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그 사무실만 지나가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최근에는 그 컴퓨터를 사무실 한쪽 깊숙한 창고로 옮겨두고 전원도 완전히 차단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동료들이 늦은 시간 사무실에 있을 때면, 창고 쪽에서 컴퓨터 켜지는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아무도 그 소리가 진짜인 건지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 마감 시간에 컴퓨터가 임의로 켜지는 그 미스터리한 현상. 혹시 당신이 그 사무실을 지나갈 때면,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 컴퓨터가 다시 켜져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