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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 손목시계가 멈춘 시간과 비슷하게 차도 멈췄어

2026-07-26 00:29:10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내 손목시계가 멈춘 시간과 비슷하게 차도 멈췄어.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계가 멈춘 그 순간이랑 도로 소리가 꺼진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돼.

그날은 비가 오락가락하던 저녁이었어. 나는 급하게 약속 장소로 가야 했고, 길가에서 택시를 잡자마자 “시청역 쪽으로 바로 가주세요”라고 했지. 기사님은 라디오 볼륨을 낮추지도 않고 괜히 넓게 숨을 쉬는 소리를 내더라. 차가 출발할 때까진 평범했어.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랑 차 타이어가 물을 가르는 소리까지 다 정상 같았거든.

근데 얼마 안 됐을 때, 손목시계가 갑자기 멈췄어. 나는 원래 시간을 확인하려고 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무심하게 “어? 방금 전이랑 다르네” 하고 쳐다봤지. 초침이 딱 끊기듯이 멈춘 게 아니라, 전자음 비슷한 걸 ‘툭’ 하고 낸 다음에 완전히 굳어버렸어. 화면은 켜져 있었는데 숫자는 그대로였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어떻게 눌러도 반응이 없어.

이상하긴 했지만, 시계는 가끔 배터리 나가거나 충격으로 멈출 때가 있으니까 별생각 없이 넘기려 했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갑자기 앞유리 너머로 보이던 차선이 미세하게 느려지는 느낌이 들더니, 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거의 정지하듯 멈췄어. 이상하게 브레이크 소리도 없었고, 엔진 돌아가는 소리도 반쯤 꺼진 것처럼 들렸어.

기사님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도 표정이 굳어 있었고, 손목시계를 본 내 눈이 그분 얼굴로 따라가기도 전에, 라디오에서 나오던 잡음이 한 박자 늦게 뚝 끊겼어. 마치 누가 볼륨만 빼서 뚝— 하고 끝낸 느낌. 그 순간에 나는 확신했어. 시계가 멈춘 그 타이밍이랑, 차가 멈춘 타이밍이 같은 순간이라는 걸.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다시 보면서 초침이 없는 걸 확인했어. 그런데 더 무서웠던 건, 차 안에서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 이상했단 거야. 휴대폰 화면을 봐야 하나 싶어서 꺼내려 했는데, 손가락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빗소리가 갑자기 멀어졌어. 차도에서 들리던 물 튀는 소리, 지나가는 차들의 웅— 하는 소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그 대신 아주 얇은 정적만 남아 있더라.

기사님이 “잠깐만요” 같은 말을 하는데, 소리가 내 귀로 도착하기 전에 공기에서 걸린 것처럼 들렸어. 그래서 입 모양만 보이고 실제 단어는 잘 안 들렸던 느낌? 그 사이에 택시 계기판의 작은 불빛들이 흔들리더니, 다시 말끔하게 돌아오기도 했고, 와이퍼는 계속 움직였는데 앞유리 위로 물이 흐르는 방향이 조금 어긋난 것 같았어. 이상한 말이지만, 눈으로 보는 건 맞는데 ‘감각’이 틀렸달까.

그때 기사님이 천천히 창문 쪽을 보더니, 갑자기 시동을 확인하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어. 나는 당장 내릴까 고민하다가도, 갑자기 문을 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술만 썼지. 결국 몇 초쯤 지났을까, 아니 그게 몇 초였는지조차 감이 안 와. 정적이 풀리면서 엔진 소리가 다시 붙고, 바깥에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뒤늦게 밀려왔어. 마치 멈췄던 세상이 다시 재생되는 것처럼.

기사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요” 하고 웃었어. 그런데 차가 멈췄던 위치에서 약속 장소까지는 원래라면 한참 더 가야 했거든. 나는 속으로 계산을 하다가, 결국 시계부터 다시 봤지. 그 시계는 여전히 멈춘 상태였고, 이상하게도 그 “멈춘 시간”이 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기억이 아니라, 화면에 고정된 숫자처럼 선명하게 말이야. 집에 돌아와서도, 그 숫자가 계속 떠올라서 한동안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됐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이상한 공통점이 있어. 시계가 멈춘 만큼의 시간만큼 차도 멈췄고, 그 짧은 구간 동안은 내 주변의 소리와 감각이 동시에 잘려 나갔다는 거. 운전기사님이 어떤 사유로 멈춘 건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 멈춤이 너무 ‘딱 맞게’ 이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아직도 시간을 믿는 방식이 조금 변해버렸다는 게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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