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자동차 가져가서 밤에 연락 안 되던 날 썰
형이 자동차 가져가서 밤에 연락 안 되던 날이 있었어. 그날은 별일 아니겠지 싶었는데, 막상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이 계속 구겨지더라. 나는 저녁 먹고 평소처럼 “내일 출근할 때 어디 들를 거 있냐” 같은 잡담을 할까 하다가, 형이 아예 연락이 안 된다는 걸 그때서야 알아차렸지.
형은 원래 주말에 차를 가져가면 카톡은 보통 늦게라도 답을 해주는 편이었어. 그런데 그날은 오전부터 이상했어. 잠깐 전화가 안 받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오후가 지나도 메시지 읽음조차 없더라. 어차피 운전하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자 싶어서, 나는 “안전하게 다녀와~” 한 문장만 남기고 기다렸지.
문제는 해가 완전히 넘어간 다음부터였어. 동네가 조용해지면 차 소리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데, 형 차가 원래 시간대가 있거든. 보통 밤 10시쯤이면 집 근처를 한 번은 지나가고, 그때 “다 왔다” 같은 짧은 연락이 오곤 해. 그런데 그날은 그 루트가 통째로 비었어. 엄마는 먼저 “무슨 일 있나?” 하고 걱정하더니, 나중엔 “전화가 안 되면 어디 아픈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나는 진짜로 별생각 없던 척하면서도, 손이 자꾸 휴대폰으로 갔어. 카톡 알림이 떠도 그게 형일까 봐 보게 되고, 그게 또 아니면 괜히 속이 타들어가고. 그러다 문득 차가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형 차가 주차된 쪽을 떠올렸는데, 차 위치를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더라. 그게 제일 답답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연락뿐인데, 연락이 안 되는 건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거든.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집 안 분위기도 이상해졌어. 엄마는 부엌에서 한참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내가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켜고 끄는 걸 보더니 “너도 좀 쉬어”라고 말했어. 근데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나는 멍하니 앉아서 타이밍만 보고 있었고, 내 머릿속은 계속 시나리오를 만들고 지우고를 반복했어. ‘혹시 사고라도 난 건가’ 같은 생각이 한 번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는 그 생각이 길을 내며 커지는 느낌이었지.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설마, 형이 그냥 깜빡했겠지”라고 합리화했는데, 그 합리화가 무너진 건 새벽 1시쯤이었어. 그때는 내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어. 너무 걱정하는 티를 내면 형이 괜히 더 놀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동시에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더 빨리 달리더라. 결국 나는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도 받지 않았어. 통화 연결음만 계속 이어지는데, 그게 더 무서웠어.
그때 형이 갑자기 “미안”이라고 말풍선을 띄운 게 아니라, 엄마가 먼저 문득 TV 소리 같은 걸 끄고 “차 소리 안 들리냐?”라고 물었어. 우리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귀는 바깥에 나가 있었던 거지. 그리고 정말로, 그 소리들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현관 쪽에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들렸어. 문이 열리고 형이 들어왔을 때, 나는 순간 안도감이 확 밀려와서 말이 먼저 안 나왔어.
형은 옷이랑 머리 상태가 좀 어수선했는데, 표정은 크게 겁먹은 느낌은 아니었어. 대신 눈이 피곤해 보였고, 뭔가 설명을 하려다 말리는 얼굴이었지. 엄마가 “왜 연락을 그렇게 안 했어?”라고 묻자 형은 한숨을 쉬면서 “배터리가…”라고 말했어. 자기가 저녁에 차를 오래 쓰다가 충전이 애매한 상태에서 멈춘 적이 있었고, 근처에서 잠깐 다른 일정이 꼬여서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시간이 늦어졌다고. 결정적으로는 그때 폰도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연락할 타이밍 자체가 사라졌던 거였대.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직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어. 사고가 아니라도 이렇게 밤새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걸 내가 그때 확실히 체감했거든. 형은 “미안해, 걱정하게 해서”라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그 사과가 늦게 온 게 아니라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게 더 서운하면서도 동시에 이해가 됐어. 그날 이후로 우리 집은 원래 하던 약속을 다시 만들었어. 차 가져가면 최소 ‘도착 예정 시간’만이라도 남기기, 배터리 아예 떨어지기 전에 연락 한 번은 하기로. 사소한 규칙 하나가, 불안한 밤을 훨씬 덜 무섭게 만들어주더라.
그 형이 다음날 아침에 차 키를 다시 내게 건네면서도 평소처럼 장난을 치진 못했어. 나도 그냥 “다음엔 제발” 하고 끝냈고, 더 묻지 않았지. 다행히 큰일은 없었는데, 밤에 연락이 끊기는 시간의 길이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나는 괜히 사소한 메시지 하나를 더 보내게 됐고, 형도 연락 습관이 조금은 바뀌었어. 이상하게도, 그 불안했던 밤이 결국 가족 사이의 작은 거리감을 다시 맞춰준 날이 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