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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차등록 키패드에 내 생년월일이 자동 입력돼

2026-07-26 08: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주차등록 키패드에 내 생년월일이 자동 입력돼

그날도 평소처럼 주차장 출입할 때 주차등록 키패드에 번호를 넣고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손가락이 멈췄다. 키패드 화면에 내가 아는 내 생년월일이 딱 뜨더라. 내가 아직 아무 것도 누르지 않았는데 말이야. “설마 내가 전에 저장해둔 건가?” 싶어서 다시 화면을 확인했는데, 입력창은 분명히 내 정보로 이미 채워져 있었어. 그 순간 등 뒤가 서늘해졌다.

직원들은 대부분 처음에 한 번만 등록하고 끝내잖아. 나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고, 주차는 필요할 때마다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들었어. 그래서 전날 퇴근할 때도 등록을 했고, 오늘은 다시 같은 과정을 하려던 차였지. 근데 오늘은 손을 대기 전에 숫자가 먼저 나온 게 문제였어. 게다가 화면 아래에는 “확인 후 버튼을 누르세요” 같은 안내 문구가 떴는데, 마치 누군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해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처음엔 고장이라고 생각했어. 키패드가 오래돼서 오작동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내가 일부러 다른 숫자를 눌러서 바꿔봤어. 내 생년월일 첫 자리만 지우고 다른 걸 넣으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입력이 끝나자마자 다시 처음 값으로 되돌아가더라. 손가락을 떼는 순간 화면이 미세하게 깜빡이면서 원래대로 “내 생년월일”이 다시 찍혔어. 마치 내가 틀리게 눌러도 시스템이 알아서 되돌리는 느낌.

나는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고 키패드를 옆에서 한참 바라봤어. 보안 카메라가 천장에 달려있긴 했지만, 그걸 보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더 불길했어. 누가 장난치나 싶었거든. 근데 주변을 둘러보면 주차장 바닥에 발자국도 별로 없고, 그 시간엔 거의 나 혼자였어.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던 다른 차도 보이지 않았고, 키패드 옆에는 안내문 하나랑 먼지 쌓인 스티커만 붙어있었지.

회사 보안팀에 물어볼까 하다가도 참았어.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싶어서. 그래서 먼저 기록을 확인했어. 주차 등록 내역이 휴대폰 알림으로 오거든. 전날 등록한 시간, 오늘 아침에 등록한 것처럼 알림이 하나 더 와 있었는데, 나는 그때는 아무 입력도 안 했어. 알림 내용에는 “생년월일 기반 인증 완료”라고 딱 적혀 있었고, 승인자 이름은 내 이름으로 떴다. 그러면 누가 인증을 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닌데.

그때부터는 작은 것들이 계속 엮이기 시작했어. 나는 사내 계정도 처음엔 비번을 직접 만들었고, 생년월일은 주차 시스템에서만 쓴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출근길에 회사 앱을 켜보니까, 로그인 화면에 자동입력처럼 내 정보가 반쯤 채워져 있었어. 뭐가 자동이냐고 묻고 싶지만, 앱 자체는 별다른 설정이 없었는데 말이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내 생년월일을 조회해서 매칭해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행동했어. 다음 날에는 일부러 다른 날짜를 입력해보려고 했는데, 화면이 나오자마자 또 똑같이 내 생년월일이 미리 채워졌지. 그래서 이번엔 아예 손을 뻗지 않고 기다려봤어. 그런데 놀랍게도, 키패드는 계속 내 날짜를 보여주기만 하다가 10초쯤 뒤에 자동으로 사라졌어. 그리고 안내 문구가 바뀌더라. “인증 요청이 종료되었습니다. 재시도 바랍니다.” 마치 내가 “안 누르면” 정보만 확인하고 종료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느낌이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주차등록을 최소 시간 내에 해버렸고, 등록 화면을 오래 보지 않으려고 했어.

주말이 지나고 출근했을 때는 더 찝찝했다. 주차 키패드 옆에 붙은 작은 종이 안내가 바뀌어 있었거든. 예전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밀번호 공유 금지” 같은 문구였는데, 이번엔 “인증 편의 기능으로 입력 값이 자동 표시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자동 표시 기능이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게 하필 내 생년월일만 계속 “정답”처럼 맞춰진다는 게 더 소름이었어. 나는 그 종이를 유심히 봤는데, 스티커 가장자리 필기체 같은 게 새로 덧붙어 있었고, 종이 아래쪽엔 아주 작은 글씨로 내 이름과 함께 사번 일부가 희미하게 찍혀 있더라.

그 다음부터는 누가 내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시스템이 내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더 무서웠어. 나는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등록 절차에서 어떤 확인을 했던 건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확인을 한 적이 없어. 키패드는 늘 같은 타이밍에 내 생년월일을 불러왔고, 내가 멈칫하면 결과도 바로 바뀌었어. 마치 누군가가 내 대답을 듣기 전까지 화면을 준비해놓고 있는 것 같았거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아직도 그 키패드의 깜빡임이 기억나서야. 어떤 날은 내가 주차장에 들어오기도 전에 화면이 먼저 켜지고, 어떤 날은 내가 손을 뻗는 순간에만 정확히 내 날짜가 들어가. 그래서 나는 요즘 출근할 때마다 키패드 쪽을 볼지, 차라리 앞만 보고 지나갈지 매번 고민해. 근데 이상하게도, 그 고민을 하는 순간이 있더라. 그때마다 화면이 아주 짧게, 마치 내가 생각을 끝내길 기다린다는 듯이 한 번 더 깜빡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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