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스탠드 조명이 켜질 때마다 방문 모양 그림자가 생겨
중고거래로 받은 스탠드 조명이 켜질 때마다 방문 모양 그림자가 생겨. 처음엔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게 며칠째 반복되니까 결국 방 안을 한 번씩 서치해보게 되더라.
작년 가을쯤, 동네 중고앱에서 “스탠드 조명 거의 새것”이라고 올라온 걸 샀어. 가격도 괜찮고 판매자가 사진도 깔끔하게 올려놔서 바로 입금했지. 박스 뜯어보니 전선도 멀쩡했고, 헤드 각도도 자연스러웠어. 문제는 처음 전원을 켰을 때부터 시작이었어. 불을 켜자마자, 내 방 문 쪽에 어두운 윤곽이 생겼거든.
문은 원래 흰색인데, 조명을 켜면 방문이 있는 곳에 “문 모양”이 더 진하게 떠. 근데 실제 문이 아니라 그림자야. 문 손잡이 위치까지 비슷하게 찍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림자 안쪽에 얇은 세로 선이 두 개 들어가 있고, 문 하단엔 살짝 짙은 띠가 생겨. 나는 “각도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 하고 줄곧 조명 위치를 살짝 옮겼는데도, 이상하게도 그 그림자는 항상 문 모양으로 유지됐어.
그날은 피곤해서 그냥 눈감고 잤는데, 다음 날부터는 더 확실해졌어. 조명을 켜는 순간,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내리는 그 타이밍에 맞춰 그림자가 딱 생기더라. 조명을 켠 뒤에 천천히 퍼지는 게 아니라, 켜자마자 순간적으로 “문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선명해지는 거야. 내가 웃긴 생각이 들어서 문 앞에 가서 확인했는데, 내 눈에는 문 그림자가 벽지 위에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어.
방 안 조명이라고 해서 전구가 약간 흔들리면 그림자도 흔들려야 정상인데, 그건 흔들리지 않았어. 바깥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흔들려도 그림자는 딱 고정되어 있었고, 심지어 바람이 불어 커튼이 살짝 움직일 때도 문 그림자만 그대로였어. 그래서 내가 조명을 옮길 때마다 “그럼 광원이 어디에 있느냐”를 계속 찾았거든. 스탠드 헤드를 돌려도 그림자가 같은 위치를 고집하는 느낌이라, 결국 문 앞까지 걸어가서 벽지를 자세히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그러다가 이상한 건, 그 그림자가 매번 “같은 시간”에 사라진다는 점이었어. 보통 조명을 끄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하는데, 끄는 순간엔 반쯤 남아있다가 금방 정리되듯 사라졌어. 딱 한 박자 늦게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난 그게 전구 잔광인가 싶어서 받아들였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 가끔 소리가 같이 들린다는 거였어.
정확한 소리는 아니고, 문이 ‘살짝’ 밀리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소리. 누가 문을 당기는지, 혹은 문틈에 바람이 스치듯 나는 소리처럼. 내가 문을 열려고 하면 그때부터 또 조용해지고, 조명을 다시 켜면 또 문 모양 그림자가 생겨. 처음엔 그냥 내 상상 같아서 녹음도 해봤는데, 녹음 파일에는 아무것도 안 남아. 근데 내가 듣는 순간에는 분명히 있었거든. 그래서 더 찝찝했어.
며칠 뒤엔 조명 자체를 분해해보고 싶어졌어. 판매자가 어디서 가져온 건지도 모르고, 제품이 중고라고 해도 이런 연출이 가능한 건지 이해가 안 됐거든. 전원을 완전히 끄고 코드를 분리한 다음, 스탠드 밑부분과 헤드 내부를 만져봤는데, 이상하게도 전선이나 부품에서 타는 냄새 같은 건 없었어. 다만 전구를 끼우는 소켓 주변이 유독 깨끗하더라. 중고치곤 너무 정갈해서, 오히려 새 제품을 누가 몰래 바꿔 끼운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그림자가 생길 때마다 방문 앞에 “손이 닿았던 흔적”이 있는 날이 있었어. 손자국 같은 게 아니라, 문 손잡이 근처가 약간 다른 결처럼 보였어. 내가 물티슈로 닦아도 계속 비슷한 자국이 남는 느낌이랄까. 내가 문을 닫고 잠그는 습관이 있거든. 분명 잠겨 있는데도, 그림자만큼은 잠금을 무시하는 것처럼 늘 같은 형태로 나타났어. 그때부터 나는 스탠드 조명을 단순한 조명으로 보기가 싫어졌어.
결론은 간단해. 조명을 쓰지 않으면 그림자는 멈추는데, 켜는 순간 “방문이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 지금도 나는 그 스탠드를 방 한쪽에 두고, 밤에 꼭 필요한 날만 잠깐 켜. 스위치를 누르기 전까지는 괜찮은데, 켜자마자 벽에 문 모양이 생기는 걸 보면 가슴이 한 번 내려앉는다. 문이 있어야 할 곳에 문이 더 생긴다는 게… 그래서 더 무섭더라. 다음엔 내가 켤 차례인지, 아니면 이미 누군가가 그 문을 열어둔 상태인지, 아직도 헷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