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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가 ‘내가 대신 처리해줄게’ 한 말의 뒷감당 썰

2026-07-27 08:14:15 조회 2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퇴근하고 나서도 머릿속이 계속 복잡했던 날이 있어요.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동료가 있는데, 성격도 밝고 일도 빠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자꾸 이런 말을 했어요. “걱정 마, 내가 대신 처리해줄게.” 처음엔 진짜 좋은 사람인 줄 알았죠.

그날도 사소한 일정 때문에 회의가 꼬일 뻔했어요. 자료 취합이 늦어져서 누가 봐도 급한 상황이었는데, 동료가 제 노트북 옆에 와서 씩 웃더니 “내가 대신 처리해줄게. 너는 회의만 들어가면 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맙다고만 하고 회의로 들어갔고, 그 사이에 그는 메신저로 다른 부서 사람들한테 자료 요청까지 해뒀더라고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그는 “대신 처리”를 했다는 말과 함께,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해야 할 것처럼 업무를 정리해버리더라고요. 예를 들면 회의 끝나고 공유된 일정표에서 제 이름 옆에 빈칸이 있었는데도, 동료가 따로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서 “이거 너 담당으로 올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왜 필요하지 싶었지만, 어차피 일은 끝났으니 넘어갔어요.

며칠 뒤엔 더 선명해졌어요. 특정 고객사 요청 건이 있었는데, 상대가 “담당자 확인 후 회신 부탁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회신 메일 초안을 누가 먼저 써놨는지 보니 동료가 제 명의로 ‘검토 완료’라고 적어놓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고객사 내용을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었는데도요. 그걸 발견하고 “이건 내가 확인한 게 아닌데?”라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아, 내가 전달만 빨리 해둔 거야. 어차피 내용은 맞아”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고객사가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다시 재문의가 왔고, 메일 체계상 “검토 완료 후 회신”으로 이미 진행된 기록이 남아버렸더라고요. 게다가 보고용 문서에는 동료가 제 결재라인으로 올려둔 버전이 있었어요. 팀장님이 “이 건은 왜 회의에서 말했던 범위랑 달라?”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답을 못 했죠. 제가 알던 건 없으니까요. 동료는 옆에서 계속 “내가 정리해뒀는데, 왜 이렇게 됐지?”라고 웃으며 말끝을 흐렸고요.

결국 회의에서 정리가 됐는데, 그 과정이 진짜 피곤했어요. 팀장님이 “담당자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선처리가 들어가면 리스크가 커진다”고 하시면서, 문서 수정부터 다시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날 밤까지 기존 자료를 다시 대조했고, 동료도 “내가 도와줄게”라며 몇 번 손을 보탰지만, 이상하게도 할수록 더 헷갈리게 만들었어요. 문서 버전이 두 개로 갈려 있었고, 메일 첨부 파일명도 중간에 바뀐 상태였거든요. 저는 “이 파일은 왜 이렇게 됐어요?”라고 물었더니, 동료가 “아, 급해서 그때그때 저장해둔 거지”라고 하더라고요. 급해서 저장해둔 게 문제였던 거죠.

그 뒤로 동료의 “대신 처리” 패턴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어요. 누가 물어보면 늘 비슷하게 말했거든요. “내가 대신 체크할게.” “보고서 내가 갖고 있을게.” 그런데 막상 결과가 어긋나면 그 책임은 늘 ‘담당자’에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사람은 좋은데, 이 방식이 너무 위험했어요. 저는 슬슬 불편해져서 “다음엔 제가 확인하고 진행할게요. 중간에 제 명의로 올리진 말아주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동료가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너도 편하잖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 저는 팀 단톡에 한 줄 남겼어요. “담당자 확인 후 회신 진행하겠습니다. 중간 공유는 가능하지만 결재/회신은 최종 확인 후 진행하겠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은 아니었는데, 다들 알아들었는지 잠깐 조용하더라고요. 그 이후 동료도 말은 줄었고, 대신 “자료는 내가 정리해둘게. 너는 확인만 해” 같은 식으로 바뀌었어요. 좋아지긴 했는데, 이미 신뢰는 한 번 깨졌다는 느낌이 있었죠.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고마움만 생각하고 “왜 굳이 내 명의로?” 같은 질문을 빨리 하지 않은 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동료가 하려던 건 일을 빨리 끝내려는 성향이었을지 몰라도, ‘대신 처리’가 누군가의 책임 영역을 스스로 가져오는 방식이 되면 그건 도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더라고요. 일을 잘하는 사람도 결국 과정과 확인이 같이 따라야 믿을 수 있는 거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누가 “내가 대신 처리해줄게”라고 말하면 마음이 반쯤 멈춰요. 고마워서 받아들이되, 절대 내 이름으로 먼저 움직이진 않게요. 그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남아서, 저는 아직도 메일 제목이나 문서 버전, 결재 라인을 볼 때마다 가슴이 한 번 더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한 번 크게 꼬이고 나니 다음부터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분명하게 확인부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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