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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창문에 붙은 먼지 패턴이 날마다 달라

2026-07-27 08:29:12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계약한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 창문에 붙어 있는 먼지 패턴이 날마다 달라지기 시작했어. 처음엔 그냥 환기하면 먼지가 옮겨 붙는 거려니 했는데, 그게 매일 “모양”이 바뀌고, 바뀌는 방향이 이상하게 일정하더라. 창문 안쪽 유리에 눌러앉은 얇은 먼지들이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그린 것처럼 선과 점이 이어졌어.

사건 시작은 아주 사소했어. 새벽에 갑자기 창문 쪽에서 똑, 하는 소리 비슷한 게 났는데 잠결에 “바람에 뭔가 쳤나” 싶어서 넘겼거든. 그런데 아침에 커튼 걷고 보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둥근 자국이 유리 중앙에 생겨 있더라. 원래 먼지는 한 덩어리로 뭉치지 않는데, 그날은 지워진 듯한 원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그 원 주변으로는 먼지가 빙 둘러 모여 있어서 꼭 누가 가까이에서 숨을 쉬고 닿은 자리 같았지.

처음엔 내가 창문을 자주 닦아서 그런가, 아니면 외부에서 미세한 먼지가 들어와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싶었어. 그래서 그날부터 휴대폰으로 창문 사진을 매일 같은 시간에 찍기 시작했어. 근데 사진을 모아서 비교해보니까 패턴이 “랜덤”이 아니었어. 점들이 이어져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특정한 형태가 되다가, 다음 날엔 그 형태가 다른 형태로 이어지면서 점점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특히 이상했던 건, 형태가 만들어지는 속도야. 유리에는 거의 손을 댄 적이 없고, 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만 하거든. 그런데 패턴은 하루 만에 생기고, 또 하루 만에 지워져. 먼지가 쌓였다가 흩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누가 “없던 것”을 그려 놓았다가 “다음 날”에 또 다른 걸 덧그리는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그 선의 시작점이 늘 똑같은 자리였어. 창문 하단 왼쪽, 테두리 프레임이 끝나는 지점. 거기서부터만 이야기가 시작돼.

어느 날은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패턴이 유리 중앙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았어. 창문을 닫아둔 채로 환기한 적도 없고, 커튼은 그대로였는데, 먼지 선이 한 칸씩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날은 괜히 소름이 돋아서 손전등으로 비춰보기도 했어. 가까이서 보면 선들이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기”보단, 유리의 특정 높이에 먼지가 농도만 달라진 채로 유지되고 있는 느낌이었어. 손전등을 각도 바꿔 비추면 선이 더 진하게 보이는데, 각도를 바꾸면 또 얇아져.

나는 혹시 밖에 있는 누가 창문 너머로 뭔가를 묻히는 건가 해서, 복도 쪽을 확인했어. 밤마다 누가 다가오는지 CCTV가 없어서 직접 확인만 했는데, 같은 시간대에 누가 서성거리는 건 못 봤어. 게다가 창문이 2층이라 아래에서 손을 뻗는 것도 말이 안 됐고. 그래서 결국 “내가 미처 신경 못 쓴 변화”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기괴하게도 패턴이 바뀌는 날은 항상 내 컨디션이 안 좋았어. 잠을 설쳤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이유 없이 심장이 빨리 뛰는 날이 반복됐고.

어느 새벽엔 그냥 확인하려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어. 숨 들이마시고 유리 가까이 대봤는데, 유리 중앙에 남아 있던 둥근 자국이 그제서야 선명해지더라.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유리 안쪽에서 누가 천천히 숨을 내쉬는 것처럼 미세한 김 자국이 번지기 시작했어. 실제로 김이 서늘해서 생긴 건지도 모르겠는데, 온도가 내려간 것도 아니었고, 내가 숨을 내쉰 것도 아니었거든. 유리 표면에 “동그라미-선-점”이 순서대로 떠오르듯 생겨서 멍해질 수밖에 없었어.

그 뒤로부터는 창문을 아예 등 돌려 닫아버리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패턴이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았어. 커튼을 조금만 열어도 먼지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커튼을 완전히 닫아도 출근 전 잠깐 빛 들어올 때 유리 중앙이 움직인 것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결국 이상하긴 해도, 사진을 계속 찍으며 “다음 날엔 뭐가 이어지나”를 확인하게 됐어.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피하려고 하면서도 계속 확인하는 그 태도 자체가 문제였던 거 같아.
며칠 뒤 패턴은 글자 비슷한 것처럼 보였는데, 결론은 읽을 수가 없었어. 대신 자꾸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지점으로 모이게 만들었지. 마치 누가 페이지를 넘기듯, 내 눈을 끌고 가는 느낌.

마지막으로 그린 듯한 패턴이 완성됐던 날이 있어. 유리 중앙에 선이 모두 맞물려서 별 모양 비슷하게 보이는데, 문제는 그 별이 “점점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 방 안쪽을 향해 얇게 퍼지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그날 창문 틀을 따라 먼지가 아주 미세하게 이동했고, 나는 그걸 닦아내려다가 멈췄어. 닦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우면 지울수록 더 진한 자국이 남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 그건 먼지가 아니라, 무언가가 남기고 가는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뒤로 며칠 동안 패턴이 아예 안 보였어. 창문을 닦고 환기도 했고, 내가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했거든. 근데 어느 밤, 커튼 사이로 바깥 가로등 불빛이 스치듯 들어오는데, 유리 한쪽 구석에 아주 옅게 같은 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더라. 소름 돋는 건, 그 점들이 내가 보고 있던 방향과 정확히 반대로 배치됐다는 거였어. 마치 다음 장면은 내가 준비되었을 때가 아니라, 그쪽이 준비됐을 때 시작될 거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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