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내가 주문한 음식이 맞는지 확인도 안 하고 떠났다
배달기사님이 내가 주문한 음식이 맞는지 확인도 안 하고 떠났다. 그날은 그냥 “바쁘신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상하게도 밤새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배달 앱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주문도 같이 뜨는지, 아니면 기사님이 대충 넘긴 건지… 어쨌든 나는 그 순간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이 들었어.
나는 저녁에 야식으로 치킨이랑 콜라를 주문했어. 집 현관 앞에 두면 된다고 해두고, 기사님이 도착했다고 알림이 오자 바로 문 앞을 확인했지. 그런데 문 앞에 놓인 박스는 분명 치킨 박스 모양이었는데, 콜라 병 라벨이 내 주문이랑 색감이 미묘하게 달랐어. ‘설마 다른 메뉴였나?’ 하고 앱을 다시 보려는데, 그때는 이미 기사님이 계단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통화도 아니고 문자도 아니었고, 그냥 휙 지나가듯이.
나는 바로 현관문을 열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고 앱을 확인했어. 내 주문엔 콜라가 500ml로 적혀 있었는데, 병은 1.25L처럼 크게 보였거든. 물론 가게에서 실수할 수도 있고, 기사님이 포장 상태만 보고 가져온 걸 수도 있으니까 “아, 같은 집에서 같이 포장해오다 섞였나?” 정도로 생각했지. 그런데 그 순간, 기사님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흔들지도 않고 그냥 떠났다는 게 이상했어.
일단 나는 배달 완료가 뜬 상태였으니, 기사님에게 확인 요청을 하려고 앱의 메시지 기능을 눌렀어. 보통은 “몇 번 문 앞이 맞나요?” 같은 간단한 질문에 답이 오는데, 그날은 한참 지나도 답이 없더라. 대신 앱 화면에는 “배달 완료” 말고도 다른 표시가 있었는데, 마치 이미 수거했다는 듯한 느낌의 안내문이 잠깐 떴다가 사라졌어.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만, 그걸 보는 순간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졌어.
나는 결국 문 앞에 있던 박스를 들고 방으로 옮겼어. 치킨은 내 거랑 같은 브랜드였는데, 종이봉투 안쪽에서 작은 영수증 조각이 살짝 튀어나와 있었거든. 그 영수증에는 주문자명이 보였는데, 내 이름이 아니었어. 정확히는 내 이름의 첫 글자와 비슷한데, 숫자나 표기가 다른 느낌. 주문자가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하지만 문제는, 기사님이 내 주문 번호를 기준으로 확인도 안 했다는 점이었어. 그냥 “대충 저기요” 하고 끝낸 거잖아.
나는 바로 고객센터에 “음식이 제 것 같지 않다”라고 문의했어. 사진을 찍어 첨부하려고 휴대폰으로 박스 라벨을 비추는데, 그 찰나에 문 앞 바닥이랑 계단 쪽에서 묘하게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바람이야 있을 수 있지. 그런데 그날은 창문도 다 닫혀 있었고, 복도 쪽 문도 열려 있지 않았는데도, 계단 방향으로 공기가 훅 하고 당겨지는 느낌이었거든. 이상해서 현관문을 더 열어보진 않았어. 대신 다시 앱을 켰는데, 내 주문 내역이 새로고침되면서 “상대 주문 취소” 같은 항목이 잠깐 떴다가 사라졌어.
그 이후로 시간이 좀 지나니까,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인 듯한 번호로 전화가 왔어. 화면에 ‘미확인’이 아니라, 내 건물 동호수랑 비슷한 정보가 떠서 더 헷갈렸지. 나는 전화를 받기 전에 잠깐 망설였어. 보통 배달 관련해서 잘못 왔으면 “기사님이 잘못 드신 것 같아요”라고 연락이 오잖아. 근데 그 전화는 아무 말 없이 숨만 고르는 소리만 들렸어. 통화 버튼을 누른 지 5초도 안 됐는데, 상대가 끊고는 문자 하나만 남겼지. 내용은 짧았어. “그거 제 거예요.”
나는 그 문자를 보고 바로 현관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어. 치킨 상자는 분명 내 손에 있었고, 영수증 조각도 내 눈앞에 있었는데, 상대는 “제 거”라고 했다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다시 고객센터에 “상대가 연락을 했다”라고 덧붙였고, 동시에 내가 가진 포장 전체를 다시 확인했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영수증 조각을 자세히 보는데, 일부 글자가 지워진 듯 흐릿했거든. 마치 누가 손으로 긁어낸 것처럼. 그리고 종이봉투 안쪽 바닥에 아주 얇은 먼지층이 아니라, 물기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어. 누가 이미 한 번 열어봤거나, 확인 과정에서 뭔가 닦고 다시 넣은 느낌.
기사님은 결국 연락이 왔어. “죄송합니다.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제가 드린 게 맞는지 잠깐만요” 이런 식으로. 그런데 웃긴 게, 기사님이 사과를 하면서도 내 주문 내용이나 콜라 용량 같은 구체적인 말을 하나도 안 했어. 그냥 “확인 못했습니다”만 반복하더라. 그리고 “어제 그 시간대에 어떤 분이 문 앞에 놓아달라고 했는지” 그걸 묻는 질문이 나왔어. 내 질문이 “내 게 아닌 것 같다”였는데, 오히려 그분은 “누가 문 앞에 놓아달라 했냐”를 확인하려고 하는 느낌. 그 말이 정말 이상했어.
결국 나는 치킨을 먹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자기 음식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나는 ‘대체 뭐가 섞인 거지’라는 생각만 계속 했어. 고객센터는 “기사님 확인 후 재배송”을 안내했지만, 재배송은 계속 미뤄졌고, 결국 “해결 완료” 처리만 됐어. 해결 완료라고 뜬 날 밤, 나는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계속 현관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소리는 발소리처럼 뚜렷하게 들리지 않고, 문틈으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처럼 반복됐어. 배달기사님이 떠날 때, 나는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지금 생각해도 제일 소름이 돋는 건, 그 다음 주문 알림이 왔던 날이야. 나는 치킨을 다시 주문하지 않았는데, 앱에서 추천 메뉴처럼 “방금 전 같은 구성”이 뜨더라. 마치 누군가가 내 주문을 이미 다시 펼쳐서 확인한 뒤, 다음 손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 배달기사님이 확인도 안 하고 떠났다는 게 단순 실수였을 리가 없다는 걸. 문 앞에 놓인 건 음식뿐만 아니라, 누가 내 쪽을 보고 있는지의 정보였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