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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내가 찾는 상품 위치가 항상 내가 서는 곳으로 바뀌어

2026-07-27 16:29:11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내가 찾는 상품 위치가 항상 내가 서는 곳으로 바뀌어.

처음엔 그냥 내가 멍청하게 동선이 꼬인 줄 알았어. 저녁에 야식 땡겨서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평소에 사던 게 딱 정해져 있거든. 라면이랑 같이 먹는 콜드컵 형태의 음료. 늘 진열대 맨 오른쪽 아래 칸에 있었는데, 이번엔 그 자리가 비어 있었어. “어? 옮겼나?” 하고 카운터 쪽을 봤는데 직원도 없고, 그날은 유독 조용했어.

나는 습관대로 진열대를 훑었지. 근데 이상하게도 찾는 순간마다 위치가 바뀌는 느낌이 들더라. 오른쪽 아래를 보다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에 그 음료가 내 시야 정중앙에 딱 들어와. 손을 뻗기 전까지는 없던 게, 내가 발을 옮기는 딱 그 타이밍에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느낌. 처음엔 착각이라고 치부했는데, 진짜로 매번 그랬어.

나는 결국 다른 상품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어. 일부러 “내가 뭘 하고 있나”를 확인하려고. 진열대 앞에 서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아까 비어 있던 칸이 갑자기 채워져 있더라. 그 음료 병 라벨이 햇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각도까지 그대로였어. 누가 바로 옮긴 것처럼 티가 났던 것도 아니고,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지.

“진열이 늦게 맞춰졌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내가 다른 쪽으로 서는 순간이었어. 이번엔 내가 원래 없던 칸을 다시 확인하려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거든. 그러자 그 음료가 내 뒤쪽 진열, 그러니까 내가 방금 막 섰던 자리 바로 앞에서 보이기 시작했어. 나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고, 바뀐 건 위치 하나뿐인데도 너무 명확해서 소름이 돋았어.

한참을 멈춰 서 있었어. 편의점은 작은 공간이라, 내 움직임 하나가 다 들키는 느낌이잖아. 그런데 누군가가 직원처럼 진열을 정리하는 소리는 전혀 안 났고, 계산대 쪽 CCTV 모니터 같은 건 켜져 있는지조차 모르겠더라. 나는 손에 든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음료가 있는 칸을 쳐다봤어. 그 순간엔 진짜로 내가 딱 서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상품이 “맞춰진” 것처럼 보였어.

“이거 뭐지…” 하고 결국 라면 쪽으로 눈을 돌렸어. 라면은 늘 그 음료 옆 라인에 있었거든. 이번엔 라면 스프가 세트로 들어있는 제품을 찾았는데, 브랜드는 같지만 모양이 달라. 분명히 예전엔 그 모양이 내 오른쪽에 있었는데, 이번엔 내가 고개를 돌리며 오른쪽을 보는 순간엔 왼쪽에서 보였어. 그리고 내가 시선을 다시 돌리면, 또 반대편에서 나타나. 마치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진열이 재배치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찾지 말자” 하고 계산대 앞 선반에 손을 뻗었어. 이번엔 아무 상품이나 잡아서 결제하려고. 그런데 손끝이 닿기 직전에, 내가 집으려던 그 물건이 살짝 옆으로 미끄러진 것 같아. 직접 만진 건 아닌데도 손이 헛것을 만지는 느낌. 그리고 동시에, 내가 집으려던 자리보다 더 가까운 곳에 다른 상품이 딱 같은 레벨로 맞춰져 있었어.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무서웠어. 누가 장난친다기보단, 시스템처럼 반응하는 느낌.

결국 그냥 계산하고 나왔는데, 나오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봤어. 혹시 직원이 뒤에서 장난치고 있나 싶어서. 근데 진열대는 멀쩡했고, 내 눈에 보이는 상품들은 평소처럼 고정된 것 같더라. 다만 이상한 건, 내가 밖으로 나간 순간에야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는 거야. 편의점 안에서 내가 서던 위치는 분명히 바닥의 타일 무늬가 다른 곳이었는데, 그 타일 무늬가 집에 가서 보니까 내 집 현관 앞 매트랑 비슷하더라.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 똑같았어.

며칠 뒤에 또 같은 편의점에 갔는데, 이번엔 아예 들어가기 전에 결심했어. “아무 것도 찾지 말고 그냥 지나가자.”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대 앞을 지나칠 때마다 내가 서기 직전 발걸음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눈이 먼저 움직이더라. 늘 내가 찾던 그 음료가, 이번엔 내가 멈춘 자리 바로 앞에 배치돼 있었거든.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보는데, 영수증 상단 인쇄 문구가 아주 희미하게 방문 위치 확인처럼 보였어. 다음엔 정말로, 내가 서는 곳이 아니라 내가 “서야만 하는 곳”이 정해지는 건 아닐까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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