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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야간근무 끝나고 내 침대만 젖어 있었다

2026-07-28 00:29:15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야간근무 끝나고 내 침대만 젖어 있었다. 그때까진 그냥 누가 물 흘린 거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왜 하필이면 내 매트리스만, 그것도 내가 자리에 눕자마자 알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나게 젖어 있었는지 아직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

야간근무는 늘 똑같이 흘렀다. 철문 소리, 형광등 윙윙거리는 거, 교대 시간 맞춰 지루하게 걸어 다니는 그 루틴. 새벽 다섯 시쯤 되면 눈꺼풀이 먼저 무너지고, 몸은 이미 잠을 향해 자동으로 내려앉는 느낌이 있잖아. 나는 근무 끝나고 복귀하자마자 생활관으로 들어갔고, 바로 내 자리를 찾았다.

근데 내 자리, 정확히는 내 매트리스 상단부터 옅게 반짝이는 게 보이더라. 처음엔 물 묻은 줄도 몰랐는데, 생활관 특유의 건조한 공기랑 대비되니까 시선이 더 오래 붙어 있더라. 손으로 더듬어 보기도 전에 냄새가 났다. 누가 막 물을 쏟은 냄새라기보단, 어딘가 오래 묵은 듯 눅눅한… 묘하게 차가운 냄새.

생활관은 원래 다들 잠들어 있거나, 이불 뒤집어쓰고 멍하게 누워있는 시간이라 소리 내면 눈치 보이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조심스럽게 이불을 치우고 매트리스만 확인했어. 젖은 범위가 딱 내가 앉는 쪽, 그리고 내가 누우면 머리랑 어깨가 닿는 쪽까지 일정하게 번져 있었어. 옆 침대는 멀쩡했고, 복도 쪽도 건조했는데 내 침대만 마치 누가 거기서 이미 누워 있었던 것처럼 정리된 젖음이었지.

처음엔 “아, 내가 너무 피곤해서 눈이 착각했나?” 싶어서 물티슈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내 사물함 위에 있던 수건이 살짝 젖어 있는 게 보였어. 나는 그 수건을 근무 시작 전에 이불 위에 올려뒀거든. 누가 건드렸다면 분명 소리가 났을 텐데, 그 시간엔 복무 인원도 없었고, 생활관 문은 잠겨 있었어. 그럼 결국… 내가 자리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누군가 내 물건을 건드린 건데, 그런데 어떻게 아무도 못 봤지?

그래도 내가 미친 건 아니니까, 옆에 자는 후임을 살짝 깨웠어. “야, 너 혹시… 나 침대 누가 건드렸어?” 하고 낮게 물었더니, 녀석은 뜬금없이 이렇게 대답하더라. “형, 방금 전에요. 누가 형 자리 쪽으로 걸어가더니… 발자국이 안 나는데 물소리만 났어요.”

나는 그 말이 웃겨서 넘기려다 입을 다물었어. 근무 끝나고 돌아올 때 나는 문 열리는 소리도 들었고, 내 발소리도 내가 들었거든. 그런데 그 후임은 “발자국이 안 났다”는 표현을 정확히 써. 그게 더 이상했어. 물소리만, 그리고 그 물소리는 어디에 부딪치는 소리도 아니고 그냥… 천천히 스며드는 소리 같았다고 하더라고.

그 후임 말고 다른 애들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내 침대만 바라보고 있었어. 처음엔 내가 이상한 놈처럼 보였나 싶었는데, 그 분위기가 이상하게도 다들 한 방향을 보고 있었어. “형, 저거… 아까부터 축축해요.” 이런 식으로 말이 겹쳤지. 근데 누가 확인하려고 일어나진 않았어. 괜히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는 표정이었거든. 나도 솔직히, 확인하고 싶지 않았는데 손이 가버리더라. 젖은 부분 위로 손바닥을 대면 차가웠어. 한밤중에 냉장고 안에 손 넣는 느낌처럼.

그래서 나는 그냥 대충 이불을 말아 바깥에 널어두고, 침대는 잠깐 다른 데로 옮겼어. 교대 전이라 청소도 제대로 안 하고, 건조는 빨리 될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다음이었다. 아침 점호 끝나고 잠깐 샤워하려고 나갔는데, 돌아오니까 내 침대는 또 비슷한 상태로 젖어 있었어. 이번엔 더 얇게, 마치 물이 아니라 습기만 남긴 것처럼. 그렇다고 바람에 생긴 결로 같은 것도 아니었어. 침대 중앙만, 그리고 내가 머리 대는 쪽만 똑같이.

그날 이후로 나는 잠이 줄었어. 누가 장난치는 거면 결국 멈춰야 하는데 멈추질 않았거든. 밤이 되면, 야간근무 마치고 돌아오는 순간부터 생활관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형광등이 같은데도 어둡게 보이고, 웃는 소리가 멀어지고, 내 자리 쪽을 볼 때만 목 뒤가 먼저 서늘해졌지. 그리고 제일 이상한 건, 침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 적이 없는데도 늘 젖어 있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 “젖는 것”만 남기고 가는 것처럼.

며칠 뒤에야 나는 그 사실을 더 선명하게 기억해. 야간근무 끝나고 복귀할 때, 생활관 현관 쪽에서 물기 떨어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어. 그런데 문 앞을 확인해보면 아무도 없고, 바닥에는 물자국도 없었어. 그럼 소리는 어디서 왔냐고? 나는 결국 내 침대가 있는 곳을 봤고, 그때 깨달았어. 그 젖음이 누군가의 흔적이라기보다,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 내 몸이 닿는 순간부터 이미 준비해둔 것처럼 보였다는 걸.

지금도 그 침대가 떠오르면, 내가 젖은 게 아니라 내가 “도착”한 게 젖음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군대는 끝났는데도, 새벽에 몸이 먼저 잠든 날엔… 내 방 침대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어. 그 차가움이 그냥 이불 탓인지,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기다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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