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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항상 뒤늦게 따라 움직여

2026-07-28 04: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항상 뒤늦게 따라 움직여.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생기는 잔상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게 너무 일관적이라서, 점점 “내가 맞나?”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회의 끝나고 급히 화장실에 들렀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는데, 거울 속 내 표정이 내 표정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나는 물을 끄고 난 다음에야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거울 속 나는 그 동작을 한 박자 늦게 따라 하더라. 아주 미세한 지연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미세함이 더 무서웠다.

처음엔 “그냥 각도랑 조명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퇴근 후에 집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확실히 같은 패턴이 있었어. 내가 팔을 내리면 거울 속 팔도 따라 내렸고, 눈을 깜빡이면 거울 속 눈이 그 다음에 깜빡였다. 마치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 거울 속 나는 내부에서 한 번 더 처리하고 나서 따라 하는 것처럼.

며칠 뒤부터는 의도적으로 행동을 바꿔봤다. 물을 틀지 않고 그냥 손만 흔들어 본다거나, 거울을 보며 멈춰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식으로. 그럴 때도 거울 속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도, 결국은 뒤늦게 반응을 했다. 특히 내가 표정을 아무것도 안 만든 상태로 있으면, 거울 속 나는 잠깐 미소 같은 걸 만들려다 만 것처럼 아주 작게 입꼬리가 움직이곤 했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연이 더 뚜렷해진다는 거였어. 처음엔 “한 박자” 느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두 박자” 정도로 늘어난 것 같았다. 나는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내 몸이 먼저 움직이고, 거울 속 나는 그걸 확인한 뒤에야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고, 손끝이 저릿해지더라.

나는 그 화장실을 쓰는 걸 잠깐 피했다. 다른 층 화장실을 이용해도, 혹시 같은 미러가 있나 싶어서 슬쩍 확인했는데 거긴 멀쩡했어. 이상하게도 문제는 딱 하나. 우리 회사 건물 2층, 남자 화장실 맨 끝 칸. 그 거울만 유독 오래 붙어 있었고 테두리도 낡아 있었다. 누가 교체 안 했는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그대로 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미련하게도 테스트를 더 했다. 거울 앞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런데 거울 속 손가락은 내가 셋을 마친 다음에야 따라 셋이 됐다.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로 손을 내렸다. 그런데도 거울 속 나는 마지막으로 손을 내리는 걸 잊은 사람처럼 아주 잠깐 멈칫했다가, 그제야 따라 내렸다. 그 멈칫하는 짧은 틈에 뭔가가 끼어 있는 것 같았어. 내 움직임이 아니라, 거울 속 무언가의 “확인”이 늦는 것 같달까.

사실 나는 기분 나쁘게도 그때부터 거울 속 나를 보기 시작했다. 거울 속 내 눈동자는 내 눈동자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자세가 똑같지 않았다. 어깨 높이가 조금 낮았고, 목을 꺾는 각도가 미세하게 달랐다. 내가 계속 따라 움직이려고 애쓰는 동안, 거울 속 나는 따라오되 조금씩 “늦게 고쳐 맞추는” 느낌이었어. 마치 원래부터 내 자리였던 누군가가, 내 움직임을 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일부러 “멈추기”를 해봤다. 거울 앞에서 손을 든 채로 완전히 고정했다. 물기가 없는 손바닥을 거울에 보이게 하고, 표정도 가만히 고정하고, 숨도 최대한 억지로 참고. 그런데 거울 속 나는 고정이 아니었다. 손가락을 미세하게 흔들고, 입술을 아주 작게 움직였다. 소리는 안 났는데도, 분명히 “무언가”가 입안에서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거울 속 내 뒤쪽이 잠깐 어둡게 흔들리는 걸 봤어. 내가 없는 공간이 내 등 뒤에 생긴 것처럼.

그날 이후로는 거울을 보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세면대 앞에서 손만 씻고, 고개는 아래로 떨어뜨리고, 가능한 한 거울 속 내 얼굴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가끔은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거울 속 나는 나보다 조금 먼저 움직이거나, 혹은 내가 움직이기 직전에 이미 준비 동작을 해두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거울 속 내 눈이, 내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잠깐 나를 향해 고정돼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뒤늦게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따라 쓰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그 화장실을 지나치면 손바닥이 먼저 차가워져. 막상 들어가면 나는 평소처럼 움직이려 하지만, 거울 속 나는 자꾸만 늦게 따라오고, 어떤 날은 늦는 게 아니라 “이미 다른 방식으로” 맞춰진 채 서 있어. 그래서 결론은 간단해졌어.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확인한다. 오늘 내가 나로 끝나는지, 아니면 내 동작이 끝난 뒤에야 거울 속 나가 따라 완성되는지. 그리고 아직도 가끔, 그 거울 속 내 시선이 내 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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