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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냉장고 문이 닫힌 채로 서서히 덜컹거렸다

2026-07-28 16:29:17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 내려간 건 별거 없었다. 할머니가 쓰러지시기 전부터 비워둔 집인데, 정리할 게 있어서 며칠만 다녀오자는 마음이었지. 근데 그날 저녁, 마당 끝에 있는 부엌 쪽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냉장고 문이 닫힌 채로, 아주 느리게 덜컹거리더니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손잡이를 찾는 것처럼 철컥, 철컥, 하고 반복됐다.

처음엔 바람 때문인가 싶었다. 겨울이라 창문 틈새로 바람이 불면 오래된 집이야 웬만한 건 다 울컥대니까. 그런데 소리가 나는 위치가 너무 정확했다. 부엌 냉장고, 그 쪽만 들렸다. 나는 스위치만 한 번 껐다 켜고, 냉장고 앞까지 걸어가서 문을 톡 밀어봤다. 닫혀 있었고, 손바닥에 닿는 감각도 차갑게 고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냉장고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였는데도, 안쪽에서 ‘살짝’ 움직이는 느낌이 계속 전해졌다. 정말로 문이 미세하게 들렸다가 다시 닫히는 것 같은데, 그 작은 떨림이 손끝으로 올라왔다. 나는 웃으면서 “누가 장난하나” 하고 혼잣말을 했고, 동시에 문을 더 세게 닫아보려 했는데—어라, 문이 아니라 냉장고 전체가 같이 덜컹거렸다. 소리랑 떨림이 한몸처럼 움직이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정리하느라 가져온 전기장판이랑 휴대용 조명으로 어둠을 밀어냈다. 냉장고 위에는 오래된 영수증 뭉치와 비닐봉투가 눌어붙어 있었고, 그 사이로 얇은 먼지 층이 하얗게 떠 있었다. 전원은 원래부터 안 켜져 있는 집이라 생각했는데, 콘센트는 꽂혀 있었다. 플러그를 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덜컹거림이 잠깐 멈췄다. 마치 내가 움직이자마자 숨을 고르는 것처럼.

그때야 나는 더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부엌이 워낙 오래돼서 소리 하나하나가 크게 들리는 편인데, 그 덜컹거림 사이에 아주 미세한 긁는 소리가 끼어 있었다.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젖은 천이 천천히 스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냉장고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이 이상하게 굳는 느낌을 받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이 집에 두고 간 물건들이 떠올랐다. 그분은 냉장고를 특히 자주 확인하셨다. “문이 조금만 열려도 다 상해” 하시면서, 손으로 문을 눌러가며 닫고 또 닫고.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가, 아니면 누가 몰래 와서 장난을 치는 건가… 둘 중 하나라고 믿고 싶었는데, 그 사이에 전등 스위치를 눌러도 깜빡이지도 않고, 소리도 규칙적이지 않았다. 철컥—멈춤—철컥—길게, 이런 식으로 딱딱 끊겼다.

나는 결국 냉장고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안 열면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 손잡이를 잡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문이 생각보다 무겁게 당겨졌고, 그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한 번에 쏟아졌다. 그런데 안에는… 냉기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공기가 ‘정체’된 느낌이었다. 무언가가 오래 갇혀 있다가 천천히 풀리는 냄새가 났는데, 고약하다기보단 묘하게 숨 막히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건, 안쪽 선반이 정리된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는 거다. 누가 와서 뒤집어놓은 흔적도 없고, 얼음 그릇도 모양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덜컹거림이 완전히 끝났다. 마치 그 소리가 냉장고 문이 닫혀 있을 때만 ‘연결’되는 것처럼. 나는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봤는데, 야채 칸 쪽이 유독 얕게 젖어 있었다. 젖은 물기 같은데, 물방울이 맺히는 방향이 이상했다.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옆으로 기어가며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동안 내 뇌가 자꾸만 “이건 물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거실에서 잠을 청하려 했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왔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날까 봐 계속 귀를 세웠고, 그러다 어느 순간엔 조용해져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새벽쯤, 냉장고가 있는 방향에서 아주 작은 ‘틱’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문이 스스로 다시 닫히려는 것처럼. 나는 불을 켜고 문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냉장고는 열려 있었는데, 손잡이 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문을 닫으려다 그만둔 듯한 각도.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내가 플러그를 빼서 전원을 끊었는데도 덜컹거림이 완전히 끝났냐는 거였다. 그걸 확인하려고 냉장고 문을 살짝 밀어봤더니, 이번엔 아예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데 냉장고 안쪽 선반을 다시 비춰보니, 아까 젖어 있던 자리만큼은 마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물기가 ‘누가 보고 있는 동안만’ 반응하다가, 내가 떠나자마자 정리된 것처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소리는 고장 난 기계의 떨림이 아니라, 문이 닫혀 있다는 상태를 누군가가 계속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걸. 그리고 그날 이후로, 시골집 부엌 냉장고 앞을 지나칠 때마다 문이 안 닫힌 건지 아닌 건지—손이 먼저 반응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문을 한 번 더 눌러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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