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블랙박스가 낯선 시간대 영상만 저장돼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어서였나, 중고로 산 블랙박스를 포맷하려고 전원을 넣는 순간부터 이상함이 시작됐어. 평소엔 주행 영상이 들어있어야 정상인데, 메모리엔 날짜도 그렇고 시간대도 그렇고 딱 한 종류만 반복으로 찍혀 있더라. 영상 제목처럼 남아있는 건 “미확인 이벤트” 같은 단어도 아니고, 그냥 파일명만 계속해서 같은 패턴이었어. 게다가 그 시간대는 내가 차를 탄 적도 없는 시간대였어.
처음엔 판매자 말이 “원래 그 시간대엔 주차감시 켜져 있어서요” 정도의 흔한 핑계겠지 했어. 하지만 파일이 전부 낯선 시간에 몰려 있었어. 새벽 2시 03분부터 2시 17분 사이, 딱 그 구간만 계속. 주차모드가 켜져 있었다면 다른 시간도 찍혀야 할 텐데, 화면에 찍히는 건 늘 같은 도로 같은 방향이고, 하필이면 그 구간에만 동일한 흔들림이 생겨. 마치 누가 일부러 카메라 앞을 가리는 것처럼.
나는 그냥 호환 문제거나 설정이 꼬였다고 생각하고, 영상 한 개를 틀어봤지. 화면엔 도로가 보였는데, 어두운 건 어두운데 이상하게도 가로등 불빛이 “전부 똑같은 밝기”로 고정돼 있는 느낌이었어. 보통 카메라는 흔들리면 빛이 흔들리는데, 그건 흔들리지 않았거든.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선 위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치는데 속도가 너무 일정해. 뛰는 사람처럼 들쑥날쑥이 아니라, 마치 자가 녹화된 영상이 프레임만 바뀌는 것처럼.
그림자는 짧게 지나가고 사라지는데, 다음 파일에선 아예 차 앞으로 다시 돌아와. 돌아온다는 표현이 좀 웃기긴 한데, 영상상 위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겹쳐. 내가 차를 세운 자리랑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그림자가 다시 나타나. 처음엔 그냥 장면이 비슷한 다른 날 녹화라고 생각했는데, 날짜와 파일 번호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야. 마치 어떤 규칙대로 잘라낸 조각을 이어 붙인 것 같았어.
그래서 더 찜찜해진 게, 블랙박스 본체 메뉴를 확인할 때였어. 설정에서 주차모드, 이벤트 감지, 모션 감지 같은 건 일반적으로 다 꺼져 있거나 기본값이었어. 그런데도 저장은 계속 “이상한 시간대”만 저장됐어. 나는 설정을 전부 재확인하고, 시간도 휴대폰 시간과 맞춰서 조정했는데도 똑같이 그 구간부터 파일이 쌓이기 시작하더라. 시간을 맞춰도 이미 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
이쯤 되면 진짜로 뭔가가 있는 거잖아. 그래서 밤에 일부러 녹화를 중지하고, 메모리를 뽑아두고, 그 시간대에 차를 밖에 세우지 말아보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문제는 블랙박스 자체가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단 거야. 메모리를 뽑으면 전원이 꺼져야 정상인데, 그날은 뽑아도 본체 전원이 계속 켜져 있었어. 당연히 이상하니까 바로 끄고, 다음날 전원선을 다시 확인해봤는데 배선은 멀쩡했어.
그 뒤로 나는 판매자한테 연락했어. “이거 특정 시간대만 저장되는 현상 있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답이 너무 빨랐어. “그건 원래 그 블랙박스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설치된 차가 그 시간대에만 뭔가를 감지했던 겁니다. 저는 그냥 쓰다가 바꾼 거라서요.” 이런 식으로만 오고, 더 묻는 질문엔 답을 피했어. 환불은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영상 파일을 보여달라고 하진 않았거든. 마치 그걸 보여주면 뭔가가 더 드러날 걸 아는 사람처럼.
그래서 결국 파일을 다 확인해봤는데,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향, 같은 프레임 구조가 계속 반복돼. 단 한 가지가 달라. 어떤 날에는 그림자가 “보일 듯 말 듯” 경계선에서 멈춰. 마치 카메라가 그걸 끝까지 못 담는 것처럼. 그리고 다음 날엔 화면에 아주 잠깐, 도로 위에 정지된 것 같은 형체가 생겼다가 바로 사라져. 고정된 사진이면 모르겠는데, 촬영 순간에만 나타나는 느낌이었어. 특히 신호등 반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영상 자체가 “그 부분만” 덜 선명해지는 방식이어서 더 소름이 돋았어.
마지막으로 가장 찜찜했던 건, 내가 차량을 실제로 움직일 때였어. 낮에 운행해서 정상이 저장된 영상이 쌓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운행 영상 옆에 이상한 파일이 끼어 들어가. 날짜는 내 운행 날짜로 찍히는데, 시간은 여전히 그 새벽 2시 구간이야. 심지어 내가 다른 장소로 이동했는데도, 그 영상 속 도로는 내 차가 처음 주차했던 그 자리랑 계속 같아. 그때 깨달았어. 누군가가 블랙박스를 건드린 게 아니라, 블랙박스가 어떤 “시간 규칙”을 따라 저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지금도 가끔 그 파일들을 삭제하려고 메모리를 포맷하면, 포맷이 끝나기도 전에 파일 목록이 다시 살아나. 이름만 바뀌고, 저장되는 시간대는 똑같고, 화면엔 항상 같은 어둠의 결이 남아 있어. 나는 그게 단순한 고장일지, 아니면 내가 산 물건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낯선 반복’ 때문인지 모르겠어. 근데 한 번은, 새벽 2시 10분에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블랙박스 본체에서 아주 작은 “딸깍” 소리가 났거든. 그리고 그 다음 화면에선… 내가 차를 세웠던 도로가, 이미 누가 지나간 뒤처럼 조용히 비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