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물건 예약 걸어놨는데 약속 시간에 잠수 탄 썰
당근에서 물건 예약 걸어놨는데 약속 시간에 잠수 탄 썰이야. 솔직히 별일 아닌데, 그날 기분이 묘하게 오래 남더라. 내가 올린 건 동네에서 쓰던 전자기기였고, 필요하신 분이 바로 연락 와서 “오늘 몇 시에 갈게요”라고 딱 정해졌어.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집 앞에 두고 기다릴 생각이라, 다른 분들한텐 “예약 중이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미리 말해뒀거든.
처음엔 상대가 엄청 성실한 느낌이었어. 채팅에서 인사도 깔끔하고, 상태 확인도 꼼꼼히 하더니 “예약 걸어둘게요. 약속 시간 맞춰서 갈게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약속 시간에 맞춰 외출 준비까지 다 끝냈지. 특히 그날은 마침 일정이 있어서, 도착 시간 딱 맞추려면 그 시간대에 딱 나가야 했거든. 시간을 버릴 수가 없어서, 내가 움직이기 편한 시간으로 상대에게 맞춘 거라 더 신경 쓰이기도 했고.
약속 시간은 저녁이었는데, 내가 대충 일찍 나가서 기다릴까 하다가도 혹시 늦게 도착하면 불편할까 봐 그냥 정시에 맞춰 연락하겠다고 생각했어. 그 사이에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더라. 채팅창을 한 번씩 확인했는데, 상대가 읽기는 계속 하고 답은 없었어도 “지금 이동 중이세요?” 같은 걸 굳이 또 안 물어봤어. 솔직히 당근은 서로 바쁘잖아. 기다리는 입장에서도 너무 캐묻는 게 예의는 아니라고 느꼈거든.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딱 되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나는 원래 하던 대로 문 앞에 잠깐 대기하면서, 혹시 도착하면 바로 받을 수 있게 연락만 기다렸지. 그런데 시간이 10분, 20분, 30분 넘어가도 연락이 없더라. 처음엔 “길 막혔나?” “대중교통이 지연됐나?” 싶어서 기다렸는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더라. 내가 다른 연락을 일부러 끊어둔 것도 있고, 상대 입장에서라도 최소한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정도는 말해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40분쯤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보냈어. “혹시 오늘 방문이 어렵거나 지연되실까요?”라고. 근데 그 다음부터가 진짜였어. 답이 오긴 오는데, “죄송합니다” 같은 사과가 아니라 아예 대화가 끊긴 것처럼 반응이 없더라. 읽음 표시만 계속 뜨고, 결국 밤이 깊어질 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어. 나는 그날 약속을 위해 다른 일정까지 미뤄둔 상태라, 점점 머리가 하얘지더라. 물건은 그대로고, 집 앞은 계속 비워둔 것도 아니라서 시간만 날린 느낌이랄까.
새벽까지는 또 괜히 내가 더 불안해져서 계속 보게 되더라. 당근 알림이 울리면 혹시나 싶어서 폰을 들어봤고, 상대가 답을 하면 바로 정리해버릴 생각이었지. 그런데 결국 답이 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야 채팅이 재개되더라. 그때도 정확히 “오늘 약속을 못 지켰다”는 말만 짧게 하고, 구체적인 사정이나 재조정 제안은 거의 없었어. 나는 그때 확신했지. 그냥 잠수 타고 넘어간 거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중하게 정리했어. “예약 시간에 방문이 없으셔서 거래가 어렵겠습니다. 원하시면 다른 날짜로 다시 조율해 주세요”라고. 근데 상대는 그걸 보고도 더 대답을 오래 하지 않더라. 결국 거래는 무산됐고, 나는 잠깐 당근 판매 글을 다시 올려야 했어. 이게 웃긴 게, 물건 자체는 상태가 좋아서 사실 관심이 바로 들어오긴 하거든. 그런데 예약 시스템이 있으니까, 잠깐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 생기잖아. 그 기대가 깨질 때는 생각보다 타격이 크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예약 걸어둘 때 마음 자세를 조금 바꿨어. 물론 상대가 사정이 생길 수도 있지. 사람 살다 보면 늦을 수도 있고,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근데 적어도 약속 시간 근처에서 한 마디는 해줄 수 있잖아. 그 한 마디가 없으면, 내가 기다린 시간은 그냥 공중에서 증발해버리거든. 당근이 가볍게 사고파는 플랫폼이라도, 서로 시간을 맞추는 건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게 됐어.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기분이 살짝 찝찝하게 남아. 물건 값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마음이 손상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런 잠수는 가끔 보이는데,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엔 더 조심하게 되더라. 그래도 세상엔 성실한 분들이 더 많아서, 결국엔 제대로 거래도 잘 되고 배도 안 아프게 흘러가긴 하더라. 다만 그 한 번의 잠수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서… 오늘도 문 앞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