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서에 없는 ‘문앞 확인’ 문구가 계속 붙어
배달 주문서에 없는 ‘문앞 확인’ 문구가 계속 붙어. 처음엔 사소한 오타인 줄 알았는데, 그게 매번 똑같이 반복되면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문을 누르면 음식은 오고, 현관 앞에는 배달원이 남긴 안내문 같은 게 하나씩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내가 그런 문구를 한 번도 설정한 적이 없다는 거야.
사건은 두 번째로 배달을 받았을 때 시작됐어. 평소처럼 앱에서 주문하고, 배달기사에게 “문앞에 놓아주세요” 정도만 체크했는데, 그날은 주문서 화면에 ‘문앞 확인’이라고 따로 적혀 있었어. 아무리 찾아봐도 옵션이나 메모 설정이 아니라, 마치 시스템이 자동으로 끼워 넣은 문구처럼 보였지. 그래서 그냥 넘어가려다가, 배달이 도착했을 때 휴대폰 화면을 다시 봤는데도 똑같이 떠 있더라.
배달이 오고 난 뒤 문을 열어보면, 음식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포장도 멀쩡했어. 근데 음식 옆에 작은 종이 한 장이 같이 붙어 있었는데, 거기엔 “문앞 확인 완료”라고 적혀 있었어. 내 이름이나 주문번호 같은 건 없었고, 딱 그 문구만 반복돼 있더라. 솔직히 말하면 웃기기도 했어. 내가 체크한 적 없는 행동을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느낌이라서.
그래도 앱에서 ‘문앞 확인’이 왜 보이는지 딱히 설명이 없었어. 다음 날 또 같은 가게에서 주문을 했는데 이번엔 더 노골적이었어. 주문서에 똑같이 ‘문앞 확인’ 문구가 박혀 있었고, 배달 예정 시간이 끝나기 전에 알림이 왔는데 내용이 이상했거든.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앞 확인” 같은 식으로 문장이 짧게 끊겨서 보였어. 나는 그때부터 찝찝했는데, 막상 현관문 열면 아무 일도 없으니 더 헷갈리더라.
세 번째 주문 때는 아예 배달기사와의 대화 기록을 확인했어. 나는 보통 “문앞에 놓아주세요”만 적고 끝내는 편인데, 기사님이 답장으로 “네, 문앞 확인 하겠습니다”라고 보낸 게 있더라. 근데 내가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는데도 그렇게 말한 거지. 앱 내에서 자동 문구처럼 붙는 건가 싶어도, 대화창에 뜬 시점이 주문을 누른 직후였어. 누군가가 내 주문을 먼저 보고, 그에 맞춰 같은 문장을 준비해둔 것처럼.
그때부터 나는 휴대폰을 좀 더 의심하게 됐어. 배달앱뿐 아니라 알림 설정, 권한, 메모 기록까지 뒤졌거든. 설정에서 ‘문앞 확인’ 같은 문구는 전혀 없었고, 최근 사용한 키워드나 자동입력 내역도 이상이 없었어. 그런데 배달 주문서에는 계속 뜨는 거야. 더 이상하게 느껴진 건, 주문할 때마다 위치가 미세하게 바뀐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야. 내 주소는 분명 같은데, 지도에서 표시되는 범위가 아주 조금씩 다른 동네 쪽으로 밀렸다가 돌아오는 느낌이 있었거든.
네 번째 주문은 내가 일부러 메모를 지우고, 아무것도 안 남긴 상태로 시도했어. “문앞에 놓아주세요”도 안 적었고, 문구도 전부 비워뒀는데 화면에 여전히 ‘문앞 확인’이 남아 있더라. 배달이 오기 전, 현관 앞에 잠깐 인기척 같은 게 느껴졌어. 문 닫힌 상태에서라도 바닥 쪽으로 발소리 비슷한 게 스치듯 들렸고, 그 다음에 ‘문앞 확인’ 완료 알림이 딱 뜨는 타이밍이 맞았어. 나는 잠깐 멈춰서서 숨을 죽였고, 문 밖에서 더 들리는 건 없었지. 대신 음식은 정확히 그 자리로 들어와 있었어.
다섯 번째쯤 되니까, 그 문구가 단순히 배달기사의 습관이 아니라 어떤 절차 같은 걸로 굳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현관을 열기 전엔 아무것도 없던 방에, 매번 똑같은 크기의 종이가 한 장씩 붙어 있었거든. 문구는 짧아. “문앞 확인 완료.” 끝. 근데 종이의 모서리가 매번 똑같이 구겨져 있었어. 누가 대충 붙였다기엔 너무 일정한 패턴이었고, 누가 가져다 놓고 다시 확인하는 것 같기도 했지. 이쯤 되면 ‘배달’이라는 단어가 점점 작아져. 내 집 앞이 누군가의 체크리스트가 된 기분이랄까.
결국 나는 앱을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어. 캐시도 지웠고, 계정도 로그아웃했다가 로그인했는데, 신기하게도 첫 주문부터 ‘문앞 확인’이 살아있었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내가 주문서를 보는 순간 그 문구가 이미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야. 누르지도 않았는데. 마치 주문서를 보는 내 시선만 확인한 다음, 자동으로 문구를 얹는 것처럼. 그날 밤, 배달이 오기 직전 내 휴대폰 알림이 또 울렸는데 이번엔 문장이 더 짧고 더 정확했어. “문앞 확인 중.” 단 한 줄. 그 다음 현관에서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가 닿는 소리가 들렸고, 곧바로 조용해졌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한 번 더 확인해보려고 현관 앞에 작은 메모를 붙여뒀어. “문앞 확인, 하지 마세요. 놓고 가면 됩니다.”라고 적어서, 사람이 보면 바로 이해할 정도로 크게. 그런데 배달이 도착하고 나서 그 메모가 없어졌더라. 대신 종이는 그대로였고, 종이엔 똑같이 “문앞 확인 완료”가 적혀 있었어. 내가 적어둔 말을 누가 보고도 ‘확인’이라는 단계를 끝낸 거지. 그때부터 계속 생각나더라. 확인이 필요한 건 음식이 아니라, 내 문이라는 걸… 누군가가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