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내 뒤쪽에 서 있던 사람이 먼저 사라졌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내 뒤쪽에 서 있던 사람이 먼저 사라졌다. 딱히 무서운 일이라 생각도 못 했고, 그냥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계산대 앞에서 카드 내밀고 영수증 고르던 그 순간부터, 내 등 뒤 공기가 이상하게 굳어버렸어.
그날은 새벽 두 시쯤이었나. 비가 살짝 오락가락하던 날이라 유리창에 습기가 차 있었고, 편의점 형광등이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벽에 번졌어. 나는 담배 대신 빵이랑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고, 줄은 생각보다 짧았어. 내 앞엔 손님이 한 명 있었고, 나는 그 다음 순서였지.
계산하려고 앞의 사람이 돈을 내는 동안, 나는 습관처럼 카운터 쪽 반사되는 유리창을 봤어. 그 순간, 내 뒤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거든. 어깨가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고, 무심하게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면서 “거기 서 있구나” 하는 감각만 또렷했어.
나는 영수증을 받을지 말지 만지작거리다가 앞사람 계산이 끝나길 기다렸어. 점원이 “다음 분”이라고 말하자마자, 내 뒤에서 옷 스치는 소리가 한 번 났어. 누가 손에 뭔가를 들고 준비하는 소리처럼 들렸는데, 뒤돌아보진 않았어. 그때는 그냥 평범한 줄의 소음이라고 생각했거든.
문제는 내가 결제하려고 카드를 가져다 대는 찰나에 생겼어. 점원이 카드 단말기를 두드리면서 “승인…” 하고 화면을 확인하던 그 순간, 내 뒤쪽의 사람이 있던 자리의 기척이 싹 사라졌어.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가까운 거리감이 갑자기 끊기더니, 누가 서 있던 통로가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멈췄어. 고개를 돌리기 전에, 점원도 똑같이 느꼈는지 잠깐 멈칫하더라. 편의점은 늘 잡음이 있는 곳인데, 그 순간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어. 마치 누가 소리의 볼륨을 줄인 것처럼. 점원이 “뒤에 손님…”이라고 말을 꺼내려는 듯했는데, 끝까지 못 하고 그냥 계산 화면을 다시 봤어.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어. 분명히 직전에 ‘사람이 서 있었다’는 감각이 있었는데, 막상 뒤를 보니 계산대 라인 저 너머까지 비어 있었거든. 그런데도 이상하게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소리는 없었고, 누구 발자국도 들리지 않았어. 내가 고개를 돌린 건 아주 잠깐이었는데, 그 사이에 사라졌다는 말밖엔 안 됐지.
나는 그냥 다시 결제를 마치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점원이 손을 탁 놓더니 계산대 아래 쪽을 한 번 힐끗하더라. 그 눈빛이 “혹시 뭐 떨어졌나?”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를 확인하는 느낌이었어. 그리고는 조용히 “손님, 혹시… 방금 뒤에 계셨던 분 찾으세요?”라고 묻는 거야. 나는 “네?” 하고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점원이 곧바로 웃으면서 “아, 아니에요. 착각인가 봐요” 하고 넘겼어.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편의점 앞을 봤어. 비가 그친 도로는 젖어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아스팔트를 반짝거리게 만들고 있었지. 편의점 문 앞에는 누군가가 잠깐 들렀다 나간 흔적도 없었고, 차 소리도 멀리서만 들렸어. 나는 숨을 한 번 길게 쉬고 돌아가려다가, 유리창에 비친 내 옆모습을 봤는데—거기엔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의 공기가 너무 깨끗했어. 마치 그 순간부터 이미 누군가를 “빼버린” 것처럼.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장면이 남았어. 결제는 정상적으로 됐는데, 영수증엔 이상한 문구가 찍혔거든. 딱 한 줄, “다음 순서없음” 같은 말이었는데, 웃기지? 분명 점원이랑 단말기 화면에선 그런 거 못 봤을 텐데도 말이야. 나는 영수증을 다시 들여다봤고, 종이가 살짝 구겨져 있는 것까지 기억나는데, 그날 뒤쪽에서 느껴지던 기척은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아. 편의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등이 돌아가지 못한 시간의 틈을 떠올리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