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려주고 나서 기사님이 번호를 다시 묻는 게 이상했어
택시에서 내려주고 나서 기사님이 번호를 다시 묻는 게 이상했어. 처음엔 그냥 헷갈리신 건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자꾸 그 순간이 떠올라서 잠이 덜 와.
비 오는 저녁이었어. 나는 회사 끝나고 근처 역까지 택시를 탔고, 목적지는 정확하게 말했어. 기사님은 내 말 듣고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평소보다 조용하게 운전하더라. 창문은 살짝 김이 서려 있었고, 시야가 흐려서 더 긴장됐던 것도 같아.
역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신호가 바뀌었고, 택시는 천천히 섰어. 나는 “여기서 내려주세요” 하고 내리려는데, 기사님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내 이름을 묻지. 이상하게도 이름이 아니라,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는 거야. “혹시 연락처 하나만 다시 확인해도 될까요?”라고 말했는데, 난 순간 당황해서 “네? 아까요?” 했지.
원래 택시 탈 때 기사님이 번호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긴 하잖아. 호출 앱을 썼으니까 결제 정보가 있으니, 그냥 앱에 뜨는 대로겠지 싶었어. 그런데 기사님은 “아까 말씀하신 번호가 맞는지요. 지금 제 핸드폰이랑 앱이랑 숫자가 다르게 찍혀서요”라는 말을 하더라. 말투는 급한 건 아닌데, 너무 침착해서 오히려 더 찜찜했어.
나는 기사님이 그런 사소한 실수로 번호를 다시 확인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냥 처음에 말한 번호가 맞다고 하고, 한 번 더 적어줬지. 그런데 그때 기사님이 “네, 감사합니다” 하고는 바로 손을 뻗어 계기판 옆에 있는 무언가를 만졌어. 그리고는 잠깐, 계기판 쪽을 손전등처럼 비추는 느낌으로 살짝 훑어보더라.
내가 내릴 때도 이상했어. 기사님이 차 문을 열어주면서 “마지막으로요, 혹시 번호 끝자리가….” 하고 말을 끊더니, 다시 내 얼굴을 보며 “아니 됐습니다. 다시 한 번만요”라고 했어. 난 그때 이미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는데, 이미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끝자리를 다시 대답했지. 그 순간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시선을 돌리긴 했는데, 뭔가 기록하는 손놀림이 빨랐어.
내가 택시에서 완전히 내려서 골목으로 두세 걸음 옮겼을 때, 기사님이 갑자기 창문을 조금 내리더니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하듯 “맞지요?”라고 묻는 거야. 그건 이미 답을 준 번호고, 내가 확인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또 묻는 게 이상했어. 그래서 나는 “네, 맞습니다” 하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어. 기사님은 그제야 조용히 창문을 닫고 출발했는데, 출발하는 차 안에서 마지막으로 뭔가를 적는 듯한 동작이 보였어.
집에 도착해서 앱 결제 내역을 확인해봤거든. 결제는 정상적으로 됐고, 주문 정보도 문제 없었어. 그런데 내 마음이 편해지질 않았어. 아까 기사님이 말한 “제 핸드폰이랑 앱이랑 숫자가 다르게 찍혀서요”라는 게 너무 자연스럽게 들리면서도, 그 다음 행동들이 이상했어. 특히 내가 번호를 말할 때마다 기사님 손이 계속 어디론가 향했다는 점, 그리고 내린 뒤에도 창문을 내리고 또 확인했다는 점이 계속 걸렸어.
며칠 뒤에 지인이랑 통화하다가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 같은 지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내려주고 나서도 연락처를 다시 묻는 경우가 있었다더라. 뭔가 “분실물 확인” 같은 명목으로 번호를 확보하고, 그 뒤로 이상한 문자나 연락이 온다면서. 난 그 얘기를 듣자마자 아까 내 상황이랑 연결돼서 등골이 서늘했어. 물론 그게 꼭 내 일과 100%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근데 찝찝함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지금도 가끔 택시에서 내리면, 뒤를 돌아보게 돼. 그날 기사님이 내 번호를 다시 묻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내려주고 난 다음에까지 확인하던 그 태도가 자꾸 떠올라. 아무 일도 없었을 수도 있는데 왜 꼭 그 순간만 유독 선명한지, 아직도 답을 못 찾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