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전역 선물 포장이 내 이름이 아니라 다른 글자로 묶여
전역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후임들이 “선물 아직 안 풀었어?” 하고 물어봐서 군용 상자부터 꺼냈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상함을 제대로 봤어. 내가 받은 전역 선물 포장지에 내 이름이 아니라 다른 글자들이 적혀 있던 거야. 분명 같은 생활관에서 같이 전역한 사람들 이름표를 붙이던 날이었는데, 내 포장은 내 글씨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의 실수가 딱 티 나는 정도도 아니었어. 그냥… 내 이름이랑 비슷한데 미세하게 다른 느낌으로 묶여 있었다.
처음엔 그냥 포장하는 사람이 급해서 한 글자만 바꿨나 보다 생각했지. 근데 상자 겉면에 적힌 글자가 내 이름과 발음은 거의 같았거든. 예를 들면 ‘민수’면 민○ 같은 식으로, 한 획만 다른데도 읽는 순간은 착각하게 되는 정도. 손으로 글자를 문지르면 잉크가 살짝 번진 것도 보였고, 그 번짐이 마치 오래전에 이미 붙여놨다가 다시 누군가가 정리한 것처럼 균일했어. 그날 이후로는 괜히 눈이 더 잘 가더라. 내 물건들은 원래 방치해도 금방 티가 안 나는데, 포장지 상태가 이상하게 “이미 정돈된 물건” 같았거든.
생활관에서 전역 선물 포장할 때, 우리는 각자 이름표를 미리 대장에 적어두고 나중에 담당이 묶는 방식이었어. 나는 복무 내내 실수한 적 거의 없고, 주소나 연락처도 전산으로 고정이라 이름 자체가 자주 바뀌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내 포장만 다른 글자로 묶여 있으니까, 단순 착오라고 보기엔 너무 매끄럽게 어긋나 있었어. 무엇보다 내 이름의 첫 글자와 끝 글자는 그대로 두고 중간 글자만 살짝 바뀐 형태였거든. 그게 더 이상했어. 누가 대충 바꿨으면 보통 처음부터 헷갈려야 정상인데, 마치 “딱 한 군데만” 건드린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부대 단톡방에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어. “전역 선물 포장에 이름이랑 비슷한 글자가 적혀 있네요. 혹시 포장 담당 실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고. 근데 답이 이상하게 늦게 오더니, 어떤 선임이 “그거 원래 그런 거야. 포장지는 공용으로 찍혀 나가서 한 번 붙이면 끝”이라고 말했어. 나는 ‘아 공용 프린트면 비슷한 글자 나올 수 있나’ 싶어서 넘어가려다가, 그 선임이 덧붙인 말이 더 찝찝했어. “너네 이름표는 그냥 참고고, 포장지에는 ‘대충 맞는 표기’만 들어간다”는 식이었거든.
그 말 듣고 나니까 등골이 서늘해졌어. 전역 선물 같은 건 보통 수량이나 분배를 확인하려고 이름표를 맞추잖아. 그런데 ‘대충 맞는 표기’라니, 그럼 누가 받는지 확인을 뭘로 하는 거지? 혹시 내부에서 뭔가 기준이 따로 있었던 걸까. 나는 그날 저녁에 혼자 상자를 열지 않은 채로 포장지를 더 자세히 봤어. 포장지 안쪽 가장자리에는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는데, 육안으로는 잘 안 보일 만큼 희미하게 “배치/수정” 같은 단어가 찍혀 있었어. 근데 그 작은 글씨가 내 포장지에만 유독 진했어. 다른 상자들은 그냥 반듯한데, 내 건 뭔가 한 번 더 만진 흔적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지.
며칠 뒤엔 내가 상자에 넣어둔 전역 관련 서류를 꺼내서 대조해봤어. 내 전역증 사본이랑 이름이 적힌 서류는 당연히 내 이름 그대로였고, 심지어 배송지 라벨도 내 정보가 정확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역 선물 포장지에 적힌 ‘다른 글자’가 서류의 내 이름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았어. 표면적으로는 틀린데, 글자 모양을 비교하면 마치 같은 계열의 글꼴에서 나온 것처럼 닮아 있었거든. 그래서 더 헷갈렸어. 이게 완전히 다른 사람 것을 붙인 실수라기보단, 누군가가 이미 붙여진 라벨을 “조금만” 손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
결국 나는 그 글자가 정확히 뭔지까지 확인해보려고, 포장지를 들고 예전 사진 폴더를 뒤졌어. 군대 시절에 전역 날 아침에 사진 찍어둔 게 있거든. 그때 선물 배치판 앞에서 각자 이름이 적힌 띠를 들고 찍었는데, 거기에는 내 이름이 제대로 보였어. 그런데 그 사진 속 이름과 이번 상자의 이름이 매칭이 안 됐지. 같은 글자도 아닌데, 그렇다고 랜덤한 오타도 아니고, 특정 글자군에서 한 획 차이로 미세하게 바뀐 모습. 그때 문득 “이건 누가 장난친 게 아니라, 뭔가 시스템에서 처리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다른 글자’를 끼워 넣어버린 게 아닐까… 그런 상상이 이어지더라.
그래서 나는 결국 전역 선물 중에 품목 하나를 확인하고 끝내려 했는데, 그 품목이 또 이상했어. 내가 원래 받았어야 하는 구성과 순서가 살짝 달랐거든. 물론 세부 구성까지 완벽히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생활관에서 다들 “우리는 이거 받는다” 하고 농담처럼 말하던 조합이 있었거든. 근데 내 상자는 그 조합에서 딱 하나만 빠지고, 다른 종류가 들어가 있었어. 나는 ‘아 그냥 재고 조정인가’ 하고 넘기려다 말았어. 이유는 간단해. 다른 사람들은 전역 선물 받고 나서 바로 인증하고, 선임들도 “오늘 나간 거는 다 맞다”라고 했는데, 내 것만 유독 경계가 흐릿하게 어긋나 있었거든.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날 포장하던 담당이 “이름은 대충 맞춰도 된다”는 말을 했던 게 더 크게 들려. 누군가가 그걸 진짜로 믿고 그렇게 해도 될 만큼, 시스템이 그렇게 굴러갔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굴러가게 만들어 놓은 걸까. 난 상자에 적힌 그 다른 글자를 아직도 휴대폰 메모에 적어두고 있어. 사소한 한 획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 마음에 남아서, 그 글자를 보면 이상하게도 ‘내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잠깐 비었다가 다시 채워진 느낌이 들어. 전역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포장지 속 이름이 바뀌어 묶여 있던 순간부터 내 기억 어딘가도 같이 묶였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아직도 풀리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