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출입구에서 내 걸음만 두 번 찍히는 날이 있었다
회사 출입구에서 내 걸음만 두 번 찍히는 날이 있었다.
그날 아침, 평소처럼 사내 출입게이트를 통과했는데 유독 발소리가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렸다. 보통은 쿵, 하고 끝인데 그날은 내 걸음이 마치 한 번 더 따라 붙는 것처럼 “쿵… 쿵” 하고 두 번 찍혔다. 처음엔 문 앞 바닥 타일이 울리는 줄 알았는데, 보안 게이트 위에 달린 작은 안내등이 한 번 깜빡이고 또 깜빡였다. 난 그냥 출근 버튼 누르고 들어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찜찜해졌다.
보안 시스템은 예민하기로 유명했다. 출입 기록이 제대로 안 남으면 보안팀에서 연락이 오는 편이라, 난 그날 내 출입 태그를 확인했다. 개인 출입카드엔 항상 시간이 정확히 찍히는데, 그날은 입장 시간이 정상처럼 찍히면서도 바로 직후에 한 줄이 더 붙어 있었다. 같은 날짜, 같은 사람, 심지어 찍힌 위치도 출입구로 표기되어 있었다. 누가 내 카드를 복제했나 싶을 정도로 똑같았다.
사무실로 들어가서도 계속 신경이 갔다. 난 출근하면 늘 엘리베이터 앞에서 커피 들고 잠깐 서 있는데, 그때도 내 발소리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처럼 들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오가니까 소리 착각일 수는 있는데, 분명 나는 오늘 걸음 수를 세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내 머릿속엔 이상하게 각 발이 어디서 찍힐지 미리 예측된 것처럼 따라왔다. 그 느낌이 싫어서 일부러 걸음을 조금 느리게 해봤는데, 그 순간부터는 소리가 더 정확히 두 번으로 나뉘었다.
점심시간에 나는 우연히 회계팀 옆에서 보안팀이랑 대화하는 걸 들었다. “요즘 출입구 쪽 로그가 이상해요. 특정 직원 걸음이 중복으로 찍힌다고…”라는 말이 대충 흘러나왔다. 그 직원이 누구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이 빠르게 끊겼는데, 난 그제야 내 심장이 조금 빨라지는 걸 느꼈다. 누구나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건 맞지만, 문제는 그 말이 “특정 직원”이 아니라 “출입구에서 자기 발만 두 번 찍힌다”는 뉘앙스에 가까웠다는 점이었다.
오후에 결국 보안팀에 찾아갔다. 난 최대한 태연한 척, 출입카드로 찍히는 로그가 중복된 것 같다고 말했더니, 보안팀 직원은 잠깐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요. 카드 인식은 정상인데… 영상이요. 출입구 카메라가 찍은 사람은 한 분뿐인데, 바닥 접지 센서가 두 번 반응한 것처럼 보여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난 웃고 싶어졌다. 바닥 센서라면 결국 발이 닿는 횟수, 압력, 방향 같은 걸 감지하는 건데, 내 몸이 한 번만 지나갔는데도 두 번 반응했다는 뜻이었다.
보안팀은 “다른 현상”을 먼저 의심했다. 예를 들면 출입구 바닥에 물기나 먼지가 있으면 센서가 헷갈릴 수 있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점검을 하겠다고 했고, 난 그냥 집에 가서 발자국 자국이 있는지 확인이나 해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근길엔 더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퇴근할 때도 출입구를 지나며 바닥을 밟는 순간, 발소리는 여전히 “쿵… 쿵” 두 번이었다. 다만 이번엔 그 두 번째 소리가, 내가 내딛기 전에 먼저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누군가 먼저 지나간 뒤에, 나는 그 뒤를 따라온 기분.
다음 날부터는 로그가 또 이상했다. 출근할 때마다 중복이 한 번씩만 생기더니, 셋째 날엔 아예 “입장-퇴장” 시간 사이에 짧은 구간이 추가로 끼어 있었다. 난 그날 회의실에서 내 자리로 돌아오며 출입카드 로그를 확인했는데, 내 카드가 찍힌 기록은 분명히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뿐이었다. 그런데도 시스템 화면엔 내가 출입구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돌아나온 것처럼 시간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프가 말도 안 되게 매끈했고, 그 매끈함이 더 소름이었다. 사람 착각이면 들쑥날쑥해야 하는데, 마치 누가 이미 “정답”을 알고 그 흐름대로 그려놓은 것 같았다.
그날 밤, 난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도 발소리의 간격이 똑같이 유지됐다. 특히 두 번째 “쿵”이 나올 때마다, 내 귀 옆에서 아주 작은 진동 같은 게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음날 아침에는 일부러 걸음 수를 바꿔보기로 했다. 평소보다 뒤꿈치부터 먼저 디디고, 발을 옆으로 살짝 비틀어 센서가 다르게 반응할까 시험하려고.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자, 출근길 내내 발끝이 먼저 닿는 느낌이 들며 자꾸만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거다. 마치 몸이 나보다 먼저 다음 동작을 알고 있는 것처럼.
결국 그 시험은 실패했다. 회사 문을 열고 출입구 바닥을 밟는 순간, 소리는 또 두 번으로 나뉘었고, 두 번째 소리가 끝난 뒤에야 안내등이 깜빡였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내 발이 두 번 찍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자리에 맞춰 “내가 밟을 타이밍”을 먼저 밟아놓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출근할 때마다 그 두 번째 소리가 끝나기 전에 이미 등 뒤가 한 번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오늘도 회사 출입구를 지나면 발걸음은 한 번인데, 로그와 소리만은 자꾸 내 것을 두 개로 나눠놓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자리가 하나 더 만들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