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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세워진 표지판이 내 시야에만 흔들렸다

2026-07-30 04: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표지판이 내 시야에만 흔들렸다.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졌다. 건물은 평소처럼 조용했고,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멈춘 다음부터 유난히 천천히 올라가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내가 주차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그 표지판이었다.

표지판은 “B2-2 출입구” 같은 글씨가 붙어 있는 금속 기둥 형태였고, 바닥에 고정된 채로 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시야에서만 미세하게 흔들렸다. 다른 사람은 지나가면서 눈길도 안 줬고, 내 차 옆을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라. 나는 천천히 걸었는데, 발걸음 속도가 달라질 때마다 흔들림의 리듬도 같이 바뀌는 게 느껴졌다. 바람이 불어도 저렇게는 안 흔들리잖아.

처음엔 진짜로 기둥이 헐거워졌나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표지판 바로 앞까지 가서 봤는데, 손가락 하나 대기 전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거든. 근데 정면에서 글자를 읽으려고 시선을 고정하는 순간, 글자 테두리가 아주 약하게 떨리듯 번졌다. 정말로 “내 눈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표지판이 내 시야를 밀어내듯 흔들린다는 느낌이었어.

나는 차에 짐을 싣고 나오려고 주차칸 사이를 더 들어갔고, 그 순간부터는 흔들림이 점점 커졌다. 이상하게도 내가 표지판을 정면으로 보지 않을 땐 멈추는 것 같다가, 측면에서 슬쩍 보이면 다시 흔들렸다. 마치 내가 시선을 줄 때마다 그 대상이 살아나는 것처럼. 그때부터 등 뒤가 서늘해져서, 땀을 닦으려고 손을 올렸다가도 손이 뻘쭘하게 내려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날은 야근이 길었고, 머릿속은 단순한 계산으로 가득했어. “이상한데, 그래도 어차피 차 빼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차 키를 찾는 순간, 주차장 끝에서 얇은 금속 소리가 났다. 철물끼리 부딪히는 소리 같은데, 정확히는 ‘표지판이 흔들리며 어딘가에 닿는 소리’에 가까웠어. 근데 소리의 방향을 고개로 따라가면, 그 소리도 같이 옮겨 가는 느낌이었고 결국 나는 다시 표지판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확신이 들었어. 표지판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표지판을 보는 각도와 속도에 맞춰서 내 주변의 공간이 조정되는 것 같았다. 복도 조명도 그랬다. 조명 자체가 깜빡이는 건 아니었는데, 표지판의 글씨가 시야 한가운데로 들어올 때마다 조명이 조금 더 어둡게 느껴졌다가, 내가 시선을 틀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더라.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표지판을 피해 걸으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피해 가려는 동선이 자꾸 꼬였다. 발을 옮기면 옮길수록 내가 다시 표지판 앞에 서게 되는 느낌이 들었거든.

내가 “혹시 CCTV가 이쪽을 잡고 있는 건가” 싶어서 천천히 천장 쪽을 봤는데, CCTV는 분명히 달려 있었어. 그런데 그 렌즈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내가 보기엔 이상하게 틀어져 있더라. 원래는 복도를 바라봐야 하는데, 내 시야가 표지판 쪽으로 끌릴 때마다 CCTV의 각도가 조금씩 내 쪽을 향하는 듯했다. 실제로 회전하고 있던 건지, 아니면 그 렌즈에 잡힌 영상의 각도가 내 움직임을 따라 변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다만 그 순간부터는 마음이 더 급해졌고, 나는 차로 가는 길을 “직선”으로 만들려고 계속 고개를 돌렸다.

마침내 주차장 출구 쪽으로 발을 옮기고도, 표지판의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근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흔들리는 방향이 바뀌었다. 처음엔 수평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던 게, 어느 순간부터는 글씨가 위아래로 조금씩 밀리듯 떨렸다. 나는 그제야 표지판의 문구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글자가 흐릿하게 겹쳐 보이더라. “B2-2 출입구”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어. 그리고 그 글자 사이로,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눈앞이 얇게 찢어지는 것처럼.

나는 숨을 삼키고, 차 문을 열어 시동을 걸었어. 엔진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때가 아니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귀에 박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보지 못했어. 돌아보면 다시 그 표지판이 내 시야를 흔들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전진만 했다. 차를 빼는 데 몇 분이 걸렸는지 모르겠는데, 출구 앞에서 차가 멈추는 순간까지도 표지판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았다. 금속이 스치는 소리. 근데 차량 내부에서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지.

엘리베이터로 올라와서도 한참 동안 손이 떨렸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야 휴대폰을 켰는데, 그날 주차장 사진을 자동으로 저장해둔 게 있더라고. 나는 “혹시 흔들렸나” 싶어서 사진을 봤는데, 내 눈으로 봤던 흔들림이 전혀 없었어. 표지판은 딱딱하게 고정돼 있었고, 사진 속의 나는 평범하게 서 있더라. 그런데 사진에 찍힌 내 그림자만 이상하게 길게 늘어져 있었고, 그 끝이 표지판 기둥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어.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해. 내 시야에만 흔들렸다는 건, 내가 그쪽을 보는 방식이 아니라… 그쪽이 나를 보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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