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전자레인지 안쪽에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전자레인지 중고로 샀다가, 안쪽 문을 열어보는 순간부터 손이 멈췄어요. 처음엔 그냥 사용하다 생긴 흔적인가 했는데, 회색 코팅 면에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길쭉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거기까지는 “아, 닦다 안 지워졌나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었죠.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상품은 온라인 중고거래로 올라온 거였고, 판매자는 사진을 몇 장 올려뒀는데 정작 안쪽 상판 쪽은 각도가 살짝 비켜 나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꼼꼼히 볼 여유가 없었고, 그냥 작동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가져와 박스에서 꺼내고 전면 버튼을 한번 눌러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신경을 안 쓰려 했는데, 청소용 키친타월을 집어넣는 순간 자국이 눈에 들어왔어요.
자국은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마치 손가락이 안쪽 벽에 기대어 잠깐 눌렀다 뗀 것처럼, 손가락 끝이 닿는 지점이 둥글게 번져 있었고 그 선들이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었어요. 손가락이 “어딘가를 확인하려고” 한 것 같은 모양이랄까요. 저는 괜히 겁나는 쪽으로만 상상하면 안 된다 생각해서, 따뜻한 물에 세제를 묻혀 문질러봤습니다. 그런데 닦아도 자국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물기가 마른 뒤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그날 저녁, 밥을 데우려고 전자레인지를 돌렸어요. 보통은 타이머 맞추고 끝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딱’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서 아주 미세한 마찰음 같은 게 들렸습니다. 물론 전자레인지 내부 팬이나 회전판 때문일 수 있죠. 그런데 마찰음의 타이밍이 자꾸 손가락 자국이 있던 구역을 기준으로 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문을 열어보려다 참았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 판매자에게 “내부가 조금 묻어있어요. 닦아도 잘 안 지워지네요”라고만 짧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한다는 답은 왔는데, 내용이 애매했어요. “원래 사용하면서 생기는 건데 아마 잔사일 거예요. 사진 보시면 내부 상태 괜찮죠?” 이런 식이었죠. 저는 사진은 각도 때문에 안 보였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따지면 분위기만 나빠질까 봐 더 말은 못 했습니다. 대신 생활용품점에서 세정제도 써보고, 베이킹소다로도 문질러봤어요. 그래도 희미해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느낌이랄까요.
며칠 지나서, 저는 습관처럼 전자레인지 문을 열기 전에 안쪽을 한 번 더 쳐다보곤 했어요. 이상하게도 손가락 자국의 위치가 아주 조금씩 바뀐 것 같았습니다. “바뀌었다”라기보단, 아침에 보던 것과 저녁에 보던 윤곽이 다르게 겹쳐 보였달까요. 조명 각도 때문에 착각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제가 자꾸만 같은 위치를 확인하게 됐다는 거예요.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눈이 먼저 멈추는 이상한 반응이었어요.
어느 날은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물티슈로 한 번 크게 닦아내려고 했습니다. 닦다가 문득 멈췄어요. 손가락 자국 위로 손톱으로 긁어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심코 손톱 끝을 가져갔는데요. 표면이 ‘코팅’인데도 뭔가 미세하게 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만뒀지만, 그때 손톱 끝에 묻어난 건 기름이나 때라고 보기엔 너무 묘하게 끈적했어요. 냄새도 특이했는데, 달아오른 플라스틱 냄새랑은 달랐고, 오래된 비닐 같은… 설명하기 애매한 향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는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밥은 결국 냄비로 데우기 시작했고, 간단한 것만 전자레인지로 하다가 마지막엔 완전히 처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고로 산 걸 다시 중고로 돌려보내는 건 찜찜해서, 동네 수거함에 맡길까 하다가도 계속 망설였죠. 이상하게도 그 손가락 자국이 “있다”가 아니라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이 먼저 닿았던 자리라서, 닿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처분 날, 저는 전자레인지 안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어요. 그때는 전부 닦아낸 상태였는데도, 코팅 면 한가운데에 새로 선명하게 찍힌 것처럼 보이는 짧은 자국이 하나 더 생겨 있었습니다. 정말 웃긴 게, 제가 닦고 닦은 방향과 전혀 다르게 생겼거든요. 손가락이 ‘한 번 더’ 눌렀던 것 같은 모양인데, 이전 자국들처럼 길게 번진 게 아니라 딱 한 점.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속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어딘가를 만져보고, 확인하고, 다시 놓는 동작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