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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전자레인지 안쪽에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2026-07-30 20:29:13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전자레인지 중고로 샀다가, 안쪽 문을 열어보는 순간부터 손이 멈췄어요. 처음엔 그냥 사용하다 생긴 흔적인가 했는데, 회색 코팅 면에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길쭉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거기까지는 “아, 닦다 안 지워졌나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었죠.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상품은 온라인 중고거래로 올라온 거였고, 판매자는 사진을 몇 장 올려뒀는데 정작 안쪽 상판 쪽은 각도가 살짝 비켜 나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꼼꼼히 볼 여유가 없었고, 그냥 작동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가져와 박스에서 꺼내고 전면 버튼을 한번 눌러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신경을 안 쓰려 했는데, 청소용 키친타월을 집어넣는 순간 자국이 눈에 들어왔어요.

자국은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마치 손가락이 안쪽 벽에 기대어 잠깐 눌렀다 뗀 것처럼, 손가락 끝이 닿는 지점이 둥글게 번져 있었고 그 선들이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었어요. 손가락이 “어딘가를 확인하려고” 한 것 같은 모양이랄까요. 저는 괜히 겁나는 쪽으로만 상상하면 안 된다 생각해서, 따뜻한 물에 세제를 묻혀 문질러봤습니다. 그런데 닦아도 자국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물기가 마른 뒤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그날 저녁, 밥을 데우려고 전자레인지를 돌렸어요. 보통은 타이머 맞추고 끝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딱’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서 아주 미세한 마찰음 같은 게 들렸습니다. 물론 전자레인지 내부 팬이나 회전판 때문일 수 있죠. 그런데 마찰음의 타이밍이 자꾸 손가락 자국이 있던 구역을 기준으로 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문을 열어보려다 참았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 판매자에게 “내부가 조금 묻어있어요. 닦아도 잘 안 지워지네요”라고만 짧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한다는 답은 왔는데, 내용이 애매했어요. “원래 사용하면서 생기는 건데 아마 잔사일 거예요. 사진 보시면 내부 상태 괜찮죠?” 이런 식이었죠. 저는 사진은 각도 때문에 안 보였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따지면 분위기만 나빠질까 봐 더 말은 못 했습니다. 대신 생활용품점에서 세정제도 써보고, 베이킹소다로도 문질러봤어요. 그래도 희미해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느낌이랄까요.

며칠 지나서, 저는 습관처럼 전자레인지 문을 열기 전에 안쪽을 한 번 더 쳐다보곤 했어요. 이상하게도 손가락 자국의 위치가 아주 조금씩 바뀐 것 같았습니다. “바뀌었다”라기보단, 아침에 보던 것과 저녁에 보던 윤곽이 다르게 겹쳐 보였달까요. 조명 각도 때문에 착각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제가 자꾸만 같은 위치를 확인하게 됐다는 거예요.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눈이 먼저 멈추는 이상한 반응이었어요.

어느 날은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물티슈로 한 번 크게 닦아내려고 했습니다. 닦다가 문득 멈췄어요. 손가락 자국 위로 손톱으로 긁어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심코 손톱 끝을 가져갔는데요. 표면이 ‘코팅’인데도 뭔가 미세하게 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만뒀지만, 그때 손톱 끝에 묻어난 건 기름이나 때라고 보기엔 너무 묘하게 끈적했어요. 냄새도 특이했는데, 달아오른 플라스틱 냄새랑은 달랐고, 오래된 비닐 같은… 설명하기 애매한 향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는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밥은 결국 냄비로 데우기 시작했고, 간단한 것만 전자레인지로 하다가 마지막엔 완전히 처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고로 산 걸 다시 중고로 돌려보내는 건 찜찜해서, 동네 수거함에 맡길까 하다가도 계속 망설였죠. 이상하게도 그 손가락 자국이 “있다”가 아니라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이 먼저 닿았던 자리라서, 닿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처분 날, 저는 전자레인지 안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어요. 그때는 전부 닦아낸 상태였는데도, 코팅 면 한가운데에 새로 선명하게 찍힌 것처럼 보이는 짧은 자국이 하나 더 생겨 있었습니다. 정말 웃긴 게, 제가 닦고 닦은 방향과 전혀 다르게 생겼거든요. 손가락이 ‘한 번 더’ 눌렀던 것 같은 모양인데, 이전 자국들처럼 길게 번진 게 아니라 딱 한 점.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속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어딘가를 만져보고, 확인하고, 다시 놓는 동작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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