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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 찍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어

2026-07-31 04:29:10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 찍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어. 정확히 말하면, 내가 “현관 앞에 놔두고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한 그 다음부터가 이상했어. 보통은 벨 누르고, “사진 남기고 갑니다!” 하면서 휴대폰 들고 찍는 소리가 들리잖아. 근데 그날은 초인종 소리도, 휴대폰 셔터음 같은 것도 없이 딱 한 번만 발소리가 들렸고, 잠깐 정적이 이어지더니 바로 멀어졌어.

나는 퇴근해서 문 앞에 두고 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문을 열기 전에 알림이 와 있었거든. “배송완료”라고만 뜨고 사진은 없었어. 처음엔 통신 오류인가 싶어서 문손잡이를 잡았는데, 그때 문틈으로 바람이 스르륵 새는 느낌이 들었어. 이상하게도 문 앞에 누가 오래 서 있었던 것처럼, 문 쪽 온도만 살짝 차가웠지.

문을 열고 나가 보려다가 멈췄어. 왜냐면 현관 바닥에 낯선 흔적이 보였거든. 택배박스 바닥에 묻는 검은 분진 같은 게 아주 얇게, 마치 누군가 신발 밑창으로 한 번 쓸고 간 것처럼 남아 있었어. 그리고 내 쪽 문 매트 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박스도 없고, 봉지도 없고, 기사님이 두고 간 흔적만 남아 있는 느낌?

그래서 앱에 들어가서 문의를 넣었어. “사진 없이 완료 처리됐고 물건이 없어요.” 이렇게만 적었지. 그런데 답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 기사 배정이 많은 곳이라 그런가 했는데, 그 사이에 이상한 문자가 또 하나 왔어. 번호는 낯설었는데 내용이 짧았어. “죄송합니다. 문 앞에서 확인 요청하셔서요. 고객님이 계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조금 소름이 돋았어. 내가 확인 요청을 한 적이 없거든. 앱에도 현관 앞/택배함/문 앞 대기 중 선택하는 칸이 있는데, 나는 늘 “문 앞에 두고 사진”만 체크했었어. 그런데 그 문자는 마치 내가 누군가를 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사람 말투였어. 더 웃긴 건, 그 문자 보낸 사람이 배달기사님 번호로 뜨지도 않았다는 거야. 그냥 앱에 등록된 번호랑도 달랐어.

이상해서 창문으로 복도를 봤는데, 그때야 그날의 시간대가 딱 맞아떨어졌어. 배송완료 처리 시간이 18:42였는데, 그 시간쯤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잠깐 멈추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딱 내 현관에서 나는 벨 울리는 소리랑 비슷하게 ‘똑’ 하고 났거든. 근데 그건 벨이 아니라, 현관 앞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 같았어. 손가락으로 “여기 있어?” 하고 확인하는 느낌으로.

나는 다시 문 앞을 살폈어. 택배는 없는데, 문 앞 작은 틈으로 뭔가가 스쳤는지 바닥에 미세한 종이조각이 하나 붙어 있었어. 택배 포장지 조각 같기도 하고, 비닐이 찢어지며 생기는 조각 같기도 했는데, 내가 버린 물건은 아니었어. 그걸 떼어내려다 말았어. 손끝에 닿는 순간, 종이가 아니라 아주 얇은 스티커 같은 촉감이 느껴졌거든.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배달이 왔는데 그때는 평소처럼 사진 찍고 갔어. 기사님이 문 앞에 택배 두고 휴대폰 들고 “여기요!” 하면서 찍더라고. 그래서 더 헷갈렸어. 첫날처럼 조용히 사라진 건 단순히 기사님이 깜빡한 게 아니라, 뭔가를 확인하고 ‘아, 이러면 안 되겠다’ 하고 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

며칠 뒤에 내가 앱에서 배송 내역을 다시 보니까, 첫 배달 건에 “고객 요청으로 대면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어. 근데 나는 요청한 적이 없고, 앱에서 선택한 항목도 분명 사진 촬영이었어. 누가 대신 바꾼 건가 싶어서 비밀번호도 확인했고, 다른 기기 로그인 기록도 봤어.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현관 앞을 지날 때마다 누군가 내 발소리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생겼어.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장 무서운 건 ‘물건이 없었다’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조용히 돌아간 이유가 내가 아니라 상황 때문이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상황이 정확히 뭔지, 결국 나는 끝까지 알지 못했어. 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 찍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어—그 문장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되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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