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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이름을 부르면 항상 대답이 늦게 돌아왔다

2026-07-31 16:29: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이름을 부르면 항상 대답이 늦게 돌아왔다. 처음엔 내가 멍하게 있다가 늦게 반응한 건가 싶었는데, 그게 이상하게도 “항상”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반복됐어. 내 자리에 누가 오기라도 한 듯,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부르는 느낌까지 들었고, 그때마다 혀가 굳은 것처럼 말이 늦게 나왔다.

사단 신교대에서부터 그랬다. 아침 구보 끝나고 정렬할 때 교관이 내 이름을 부르면, 다른 애들은 바로 “예!” 하는데 나는 속이 덜컥 내려앉은 다음에야 입이 움직였어. 처음엔 체력 때문이라고 넘겼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교관이 내 이름을 두 번 부르는 경우가 늘더라. 첫 번째 부를 때는 분명히 들리는데, “예”가 입에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

훈련장에선 더 선명했어. 사격장 대기 줄에서 교관이 “○○!” 하고 부르는 순간, 귀는 그 소리를 받는데 몸이 반박하듯 움직이지 않았거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시야가 잠깐 흐려지고, 그 흐려진 틈에서 “내가 지금 대답해야 하나?” 같은 생각이 번쩍 스치고 나서야 대답이 따라 나왔어. 문제는 그때마다 내 대답이 아주 늦게 돌아왔다는 거야. 뒤에서 누가 툭 치지 않는 이상, 누가 내 앞을 가로막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당연히 생활기록부에 찍힐까 봐 신경이 곤두섰고, 그래서 더 빨리 대답하려고 했어. 교관 이름 부르는 타이밍에 맞춰서 미리 숨을 들이마시고, 입을 열어두는 식으로. 그런데도 그날따라 답은 늦었다. 그 순간이 제일 찝찝했는데, 늦어지는 게 단순히 느려서가 아니라, 마치 내 대답이 “어딘가에서 굴러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입을 열어도 말이 바로 나오지 않고, 뒤쪽에서 한 박자 뒤늦게 밀려오는 느낌.

주간 당직이 서는 날엔 더 기이했어. 야간에 근무 서다가 복도 끝 소등된 구역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있었거든. “야, ○○.” 하고 아주 낮게. 그 목소리는 경계근무 방송처럼 기계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래들이 장난치는 톤도 아니었어. 그냥… 내 귀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사람 목소리 같았는데, 문제는 내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그 목소리가 먼저 사라진다는 거야. 그리고 나서야 상체가 움직여서 “네?” 같은 말이 튀어나왔는데, 이미 복도는 텅 비어 있었지.

그 뒤로는 동기들도 눈치챘는지 농담처럼 말하곤 했어. “너 부르면 네가 좀 늦게 들어오더라. 귀에 뭐 끼었냐?” 그런데 그 말이 웃기기만 하진 않았어. 어느 날은 후임이 내 옆에서 줄을 서다 갑자기 멈추더니, 내 얼굴을 보면서 “형, 뒤에서 한 번 더 부르잖아요”라고 하더라. 내가 “뭐라고?” 물었는데 후임은 손사래 치면서도 계속 같은 말을 했어. “아니요, 형 이름 부를 때마다요. 제 앞에서 들려요. 근데 형은… 그걸 먼저 못 듣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내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어. 혹시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어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타이밍만 골라서 시험해봤다. 교관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바로 반사적으로 대답해야 하니까 손목시계로 초를 맞춰 보기까지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늦는 순간이 매번 비슷한 구간이었어. 예를 들면 첫 번째 소리와 두 번째 소리 사이의 간격이 길어질 때, 내 대답도 같이 늘어났다는 거지. 마치 내가 듣는 “부름”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온 “대답”이 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전역하고도 한동안 꿈을 꿨어. 꿈에서 군복을 다시 입고 있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항상 반 박자 늦게 “예!”를 외쳤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 박자 늦는 순간마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잠깐 굳었다가 사라지더라. 꿈속에서 누군가는 내 옆에 서 있지만 얼굴은 기억이 안 났고, 대신 목소리만 또렷했어. “대답해.”라고. 그리고 나는 늘 그 말에 먼저 반응하지 못했지.

가끔 생각해. 군대라는 곳이 사람을 훈련시키는 곳이긴 해도, 동시에 사람을 “부르는 방식”으로 맞추는 곳이잖아. 이름을 외치고, 대답을 정해진 박자에 넣게 만들고. 근데 나는 그 박자에서 계속 밀려나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늦게 대답한 게 아니라, 누군가 내 대답을 먼저 가져가서 남은 게 늦게 돌아온 거는 아닐까. 지금도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분명 지금은 멀쩡히 대답하는데 가끔 목구멍 깊은 곳에서 작은 지연감이 느껴져.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이미 다른 대답이 한 번 다녀간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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