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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하 복도에서 계단 방향이 계속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2026-07-31 20: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지하 복도에서 계단 방향이 계속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그날도 야근 끝나고 사무실 정리하다가, 보안팀이 “지하 정수기 쪽 점검 끝내고 올라가라”고 문자 남긴 걸 뒤늦게 봤거든. 마감 시간은 지났는데, 어차피 엘리베이터는 카드 없으면 안 열리는 구조라 지하로 내려가야 했어. 나는 형광등이 깜빡이는 복도 쪽을 아무렇지 않게 향했는데, 이상하게도 발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리자마자 공기가 좀 차갑게 달라져 있더라. 통로는 길지 않은데, 중간에 갈림길이 있고 그 끝에 계단이 하나 있어. 지하라고 해도 직원들 출입이 잦아서 안내 표지판이 꽤 선명해. 그런데 그날은 내가 분명히 “왼쪽으로 가면 계단”이라고 수없이 알던 길인데, 발을 내딛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위치가 미세하게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어. 걸음은 똑같이 옮기고 있는데, 눈앞의 표지판이 약간씩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야 하나.

나는 한 번쯤은 피곤해서 착각하겠지 싶었어. 그래서 일부러 벽에 붙은 번호를 세면서 걸었어. 벽면에는 층별로 파란 페인트가 줄로 그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번호가 박혀 있거든. “아, 3번 지나면 계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갔는데, 3번을 지나자마자 머릿속에서 “여기서 오른쪽”이라고 확신이 생기는 거야. 하지만 몸은 그대로 직진하고 있었고, 발을 멈추자마자 진짜로 오른쪽 복도 쪽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너무 가까워서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는데, 곧바로 ‘아 누가 지나갔나 보다’ 하고 다시 움직였어. 그런데 문제는 내가 방향을 바꾸면 바꿀수록 계단이 있는 쪽이 계속 달라진다는 거야. 왼쪽으로 틀면 왼쪽 끝에서 숨이 차게 계단 냄새가 나고, 오른쪽으로 틀면 또 그 반대편에서 철제 난간이 보일 것 같았어. 실제로 시야에는 계단이 안 보이는데도, 무슨 감각으로는 “지금 코너를 넘으면 난간이 나온다”가 맞아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지.

복도 끝까지 가면 항상 같은 구조라서, 보통은 몇 번만 다녀도 길을 외워. 그런데 그날은 분명히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길이 이어지는 것 같다가, 다음 순간에는 “여기가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 확 들더라. 핸드폰 손전등을 켜서 천장과 벽을 훑어도 표지판의 화살표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처럼 보였고, 형광등 아래 그림자 각도가 조금씩 틀어지는 느낌이 있었어. 나는 그냥 계단만 찾으면 되니까, ‘내가 방향 감각이 망가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어.

그래도 이상한 건 멈추지 않더라. 계단을 찾는 동안 내 시계는 계속 같은 속도로 가고 있었는데, 시간 감각이 이상하게 늘어지는 거였어. 예를 들면, 평소엔 갈림길에서 계단까지 30초면 가는데 그날은 2분이 넘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가장 거슬렸던 건 발밑 소리야. 걸을 때마다 소리가 바닥을 타고 “한 번 더” 울렸어. 누군가 내 발 옆에서 같이 걷는 듯한 간격이 생기는데, 돌아보면 당연히 아무도 없고, 복도는 늘 비어 있어. 그런데도 내 걸음이 들리면 그 ‘한 번 더’가 따라오는 것 같아서, 그걸 의식하는 순간부터는 정말 숨이 막히더라.

결국 나는 무작정 계단을 찾아보기로 하고, 갈림길마다 표지판이 있는 벽에 손을 대며 ‘이건 촉감으로 기억해두자’고 했어. 차가운 페인트가 손바닥에 닿는 감각은 분명한데, 다음 갈림길에서 똑같은 위치라고 느껴지는 곳이 다른 편에 또 생기는 거야. 마치 복도가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처럼, 내가 기억하는 점과 실제가 자꾸 어긋났어. 그때 잠깐, 복도 끝 반대편의 문 틈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새어 나왔어. 아주 낮은 진동 같은 소리였는데, 방송실에서 나오는 잡음이 아니라… 누군가 계단 쪽을 붙잡고 천천히 흔드는 느낌이었어.

나는 더는 못 버티겠어서 비상구 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고정했어. “어차피 비상구는 여기에 표시되어 있으니까” 하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끝까지 갔는데, 그 표지판이 어느 순간 내 뒤통수를 향해 있는 것 같았어. 시선만 잠깐 돌렸을 뿐인데, 아까까지 앞에 있던 표지판이 옆 벽으로 넘어가 있더라. 그걸 보고 진짜로,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지. 나는 순간적으로 심호흡을 하고, “여기서 멈추면 더 꼬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계속 걸었어.

마침내 계단이 보여야 할 자리에서, 철제 난간이 보이지 않고 대신 복도 바닥에 번호 테이프만 길게 늘어져 있었어. 이상하게도 그 테이프 끝이 내가 아까 돌아섰던 방향, 그러니까 “내가 이미 지나온 길”이랑 겹치고 있었어.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서 휴대폰을 켰다 껐다 하면서 위치를 확인하려 했는데, 지도 앱은 계속 로딩 중이었고 신호도 이상하게 ‘한 칸만’ 잡히는 상태였어.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있어. 지하 복도는 내가 찾는 계단 방향을 숨기는 게 아니라, 내가 돌아보는 순간마다 계단을 내 기억 속으로 이동시키는 것 아닐까 싶더라.

결국 나는 그날 점검을 포기하고, 그냥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려 했어. 그런데 지하 복도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은 분명 반대편이었는데, 내 발은 어느새 계단 쪽으로 가고 있었고, 난 내가 걷고 있는지—아니면 복도가 나를 데려가는지 헷갈릴 정도였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지 않았고, 카드 리더기 불빛만 깜빡이는데 나는 그 깜빡임 리듬이 방금까지 복도에서 들리던 ‘한 번 더’ 소리랑 똑같다는 걸 알았어. 문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계단 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게 내 발소리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내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맞춰 걷는 건지 끝까지 구분이 안 됐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지하 복도에 내려가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계단 방향을 먼저 “결정”하고 내려가야만 하더라—안 그러면 결국, 공간이 내 결정을 따라가 버리는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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