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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내 차 말고도 ‘내 차처럼’ 표시된 공간이 있어

2026-08-01 00:29:12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 내 차 말고도 ‘내 차처럼’ 표시된 공간이 있어.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점점 생활 루틴이랑 맞물리면서부터는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사건은 입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였어. 나는 A동 지하 2층에 주차를 했고, 내 차는 검은색 세단이라서 안내문에도 동호수랑 함께 주차칸 번호가 찍혀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내 칸 옆에 붙어있는 작은 종이 스티커가 바뀌어 있었어. 내 차 번호랑 같은 뒷자리, 그리고 내 차랑 같은 색깔이라고 적힌 게… 분명히 다른 사람 자리여야 할 칸이었는데도.

관리사무소에 물어볼까 하다가도, 요즘 아파트가 워낙 바빠서 괜히 시비 걸기 싫더라. 그래서 그냥 사진만 몇 장 찍고 넘겼어. 그런데 그 종이가 붙어 있는 위치가 이상했어. 내 칸은 기둥 기준으로 딱 중앙에 가까운데, 새로 붙은 표시는 내 칸이랑 거의 같은 높이, 거의 같은 각도였어. 누가 슥 붙인 게 아니라, 누군가 “딱 그 자리”에 맞춰서 붙인 느낌이랄까.

그 뒤로도 이상함은 계속됐어. 출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내 차는 늘 제자리에 있었는데 주차장 표시는 자꾸만 ‘내 차 쪽’으로 정렬되는 것 같았거든. 예를 들면 CCTV 사각이 있는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다음날이면 종이 스티커의 글씨가 더 선명해져 있었고, 마킹이 조금씩 바뀌어 있었어. 누가 프린트한 것처럼 깔끔하다가, 어느 날은 펜으로 보정한 흔적까지 있더라.

나는 한 번쯤은 그냥 내 착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요일엔 차를 조금 늦게 빼거나, 다른 문으로 출입해 보기도 했는데 결과가 애매하게 나왔어. 늦게 도착한 날에도, 그 ‘내 차처럼’ 표시된 칸은 항상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위치에서 반짝이듯 정리돼 있었어. 마치 누가 내가 올 시간을 계산하고, 내가 보기 전에 딱 맞춰 준비해둔 것처럼.

그러다 어느 날은 진짜로 몸이 굳었어. 퇴근하고 내려가는데, 주차칸 번호가 적힌 종이가 내 차 앞유리 안쪽까지 들어와 있더라고. 이상하게도 종이를 세워둔 각도가 내가 평소 습관적으로 보는 위치랑 정확히 일치했어. ‘내가 차에 앉아 시동 걸기 전, 첫 시선이 닿는 지점’ 같은 느낌. 손이 덜덜 떨려서 종이를 잡아 떼려다가 멈췄는데, 그 순간 종이 밑에 아주 얇은 먼지층이 있었어. 그건 누군가 어제 오늘 붙였다기엔 너무 오래된 흔적처럼 보여서.

다음 날부터 나는 아예 주차를 바꿔 버렸어. 같은 라인 다른 칸으로 옮겼는데, 놀랍게도 ‘내 차처럼’ 표시된 공간은 그대로더라. 심지어 내가 새로 옮긴 칸에는 아무 표기가 없는데, 그 표기된 칸은 계속해서 내 시선이 가는 방향에 놓여 있었어. 걸어가다가도 자꾸만 돌아보게 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면 먼저 그 쪽을 확인하게 되더라. 그게 제일 무서웠어. 내가 원해서 확인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확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느낌.

결국 한 번은 관리사무소에 말했어. “누가 제 차랑 비슷한 번호를 붙여놓는 것 같은데 확인 가능하냐”고. 근데 담당자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런 스티커는 안내문 훼손이라 바로 떼고 있습니다. 입주민들끼리 장난치는 경우도 있고요”라고만 했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더니, 담당자가 내 표정만 보고는 더 말을 줄였어. 그 순간 내가 본 게 있었는데, 관리사무소 PC 화면에 비슷한 민원이 이미 여러 번 올라와 있었다는 것이야. 날짜는 멀쩡하게 지나갔고, 내용도 하나같이 ‘내 차처럼’ 같은 표현이 들어가 있었거든.

그 뒤로 나는 종이 스티커를 떼러 가지 않기로 했어. 오히려 밤마다 불안해서 잠깐 창문으로 주차장을 훔쳐보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표시는 “내 차”가 아니라 “내 차가 서 있어야 할 자리”처럼 보이기 시작하더라. 마치 누군가가 내 차를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내 차가 거기에 있어야만 뭔가가 유지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 칸을 확실히 봤던 날, 종이에는 내 번호가 아니라 내 이름이 적혀 있었어. 그리고 아래에는 아주 짧게, “곧 제자리”라고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표시는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 날부터는 내가 주차를 하러 내려갈 때마다, 계단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소리가 평소보다 늦게 울리는 느낌이 들었어. 지하주차장에 내 차 말고도 ‘내 차처럼’ 표시된 공간이 있어—그게 단순한 장난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내가 돌아올 자리”를 먼저 만들어두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그 칸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늘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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