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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내 차트의 날짜만 그대로였어

2026-08-01 04: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내 차트의 날짜만 그대로였어.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넘겼거든. 접수할 때도 “담당 바뀌셨어요” 한마디만 하고, 새로 들어온 선생님은 웃으면서 인사만 했어. 그런데 진료실로 들어가서 화면을 보는데, 뭔가가 딱 눈에 걸렸지. 내 이름 옆에 뜬 차트 타임라인이… 그대로 멈춰 있었어.

내가 그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였어. 검사도 하고 약도 조절하면서 매주, 혹은 격주로 경과를 봤거든. 원래는 날짜가 쭉 이어지면서 “지난 진료” 같은 표시도 업데이트되잖아. 근데 그날 새 담당이 앉아서 차트를 넘기는데, 화면에 뜬 최근 날짜가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날이랑 똑같이 고정돼 있었어. 그 다음 진료 예약만 뜨고, 실제 기록은 갱신이 안 된 느낌이랄까.

나는 괜히 시비 걸고 싶지 않아서 얼버무렸어. “선생님, 그동안 기록은 자동으로 이어지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네, 보통은요. 저도 오늘 처음 접했어요”라고 했어. 말은 자연스러웠는데, 표정이 너무 짧게 굳어서 더 신경이 쓰였지. 나는 평소에도 차트를 잘 안 보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손이 먼저 움직이더라. 스크롤을 내려도 최근 날짜 칸이 안 바뀌었어.

그제야 나는 병원 시스템 쪽이 꼬였나 싶었어. 그래서 접수처에 “담당 바뀌면 차트 업데이트가 안 되나요?”라고 물었는데, 접수 직원은 “그건 담당자가 확인해야죠”라고만 했어. 그런데 새 담당 선생님은 그 말과 다르게 “전산은 원래 자동이라…” 하면서도, 내 화면을 보는 동안엔 계속 눈동자를 같은 줄에 고정하고 있더라고. 마치 확인해야 하는 게 있는데, 내가 먼저 봐버린 것처럼.

그날 진료는 또 정상적으로 끝났어. 처방전도 새로 출력됐고, 다음 일정도 잡혔어. 의사소견도 평소랑 비슷한 문장으로 적는 것 같았고, 나는 그냥 “오케이, 시스템 문제였나” 하고 나왔지. 근데 집에 와서 약 봉투를 뜯고, 내 모바일 앱(병원에서 연동되는 기록 확인)이랑 대조해보려 했어. 그런데 앱에서도 최근 날짜가 그대로였어. 예약 알림만 오고, 실제 진료 기록은 과거 한 점에서 멈춘 것처럼 보였지.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갔어. 이번엔 담당이 또 바뀌었더라. 오늘은 다른 선생님이었는데, 말투도 조금 달랐고, 무엇보다 내가 이미 물어봤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어. “지난번에 차트 날짜 확인하셨죠?”라고 하길래, 나는 그 자리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내가 누구한테도 자세히 말한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도 그 선생님은 태연하게 설명을 시작했어.

“전산이 완전히 멈춘 게 아니라, 특정 환자 기록만 ‘이전 담당’ 기준으로 고정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전에 데이터 이관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선생님이 내 차트 화면을 넘길 때마다 딱 한 번씩 멈추는 구간이 있었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날 그 줄. 나는 그 순간마다 목 뒤가 서늘해졌어. 뭔가를 지우거나 덮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시간이 거기서 접혔다가 다시 펼쳐지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들었거든.

결국 나는 용기를 내서 “그럼 제가… 오늘 진료한 것도 날짜가 안 남는 건가요?”라고 물었어. 그때 선생님은 웃지 않았어. 대신 조용히 화면을 돌려서 내 앞에 보여주더라. 처방은 새 날짜로 표시돼 있었는데, 소견 요약과 경과 기록만은 이전 날짜 칸에 붙어 있었어. 마치 ‘진료는 했지만, 기록은 다른 곳에 보관되는 것’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 차트 상단의 담당자 이름 칸만 계속 바뀌는 거야. 담당은 계속 갈리는데, 날짜만 같은 하루에서 고정되는 거지.

그 뒤로 나는 병원에 갈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됐어. 그런데 질문을 할수록 답이 더 흐려졌어. “전산 확인해드릴게요” “기록이 늦게 반영됩니다” “오류일 수도 있어요.” 매번 말은 그럴듯한데, 정작 내가 확인하려고 하면 화면은 똑같은 날짜로 돌아가 있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생활이 약간씩 다른 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어. 약은 먹히는데, 기억의 기준이 되는 기록만 멈춰 있으니까. 내가 지나간 시간만 누군가가 붙잡아 둔 것 같았거든.

마지막으로 소름이 돋았던 건, 내가 진료실에서 나오는 길에 접수처 모니터를 잠깐 봤을 때야. 내 이름 옆에 뜬 상태가 계속 바뀌고 있었거든. 접수, 대기, 진료중 같은 단어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처리일’ 칸은 항상 같은 날짜였어. 그 날짜는 내가 마지막으로 그 병원을 나갔다고 느낀 날과 같았어. 그리고 그날은… 내가 병원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한 번, 꿈에서 본 날이기도 했어. 지금도 생각하면, 그 병원은 내 시간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그냥 ‘하루를 관리’하는 곳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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