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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방문 앞에 놓인 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채워져

2026-08-01 08:29: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 도착한 날부터 이상했어요. 현관 바로 앞, 부엌이랑 마당 사이에 있는 작은 방문(출입문) 앞에 항상 놓여 있던 물이 있었거든요. 장독대 곁에 두는 물그릇 같은 건줄 알았는데, 제가 문 열고 신발 정리하려는 순간 그 물이 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릇이 비어 보인 것도 아니고, 그냥 물이 있던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요. 너무 빨라서 눈이 착각한 줄 알았는데, 곧바로 다시 조용히 차올랐어요. 물이요. 마치 누가 몰래 채워둔 것처럼요.

처음엔 집안 어른이 실수한 건가 싶었어요. 할머니는 “물이 왜 없어지냐” 하면서도 별말 없었고, “겨울엔 바람 때문에 줄어든다”는 식으로 넘겼죠. 근데 그날은 한낮에 따뜻해서 바람 얘기도 납득이 안 됐어요. 더 이상하다 느낀 건, 그 물이 사라질 때마다 문 앞 공기가 살짝 눌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숨을 들이마실 때 목 안쪽이 꾹 눌리는 느낌, 그게 매번 같이 왔습니다.

저는 불을 다 끄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보려고 거실에서 기다렸어요. 저녁이 되자 마당 쪽이 더 조용해지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바람 소리가 줄더라고요. 그런데 한밤중도 아니고, 자정이 막 넘은 시점쯤이었을까요. 다시 그 물이 사라졌습니다. 이번엔 사라지는 소리가 났어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물이 “들어가는” 듯한 조용한 소리요. 그릇 바닥이 젖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른 것처럼 보였는데, 10초도 안 돼서 조용히 차올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굴러가요. 그런데 저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방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눈길을 못 박아놓고, 그 물의 높이를 확인했어요. 신발을 신는 동안엔 그대로인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마다 물이 한 번씩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비슷한 시간대도 있고, 제가 문을 열고 닫을 때 딱 맞춰서 사라지거나 차오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할머니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할머니가 부엌 쪽으로 가는 걸 따라가보니 말이 달랐습니다. 할머니는 물그릇을 새로 채워두면서도 눈을 잘 안 마주치더라고요. 그리고 조용히 “그거 건드리지 마”라고 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요. 제가 “왜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예전부터 그래왔다. 집이 숨 쉬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웃으면서 말하는데, 웃음이 끝에 걸려서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밤, 저는 도망치듯 잠을 자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 앞 작은 물그릇은 거실에서 훤히 보이거든요. 대략 새벽 2시쯤, 이번엔 물이 사라지기 전에 뭔가 보였어요. 그릇 옆, 바닥 타일 사이로 아주 얇은 김 같은 게 올라오더니, 그 김이 물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손으로 확인해보려다 멈췄어요. 괜히 만졌다가 더 커지면 어쩌지 싶어서요. 그런데 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물은 정말로 쑥 빠졌습니다.

사라진 뒤에 공기가 확 달라졌어요. 문 바깥쪽이 아니라, 집 안쪽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진 느낌.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관문 쪽이 아주 살짝 “딸깍” 하는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가 움직인 것처럼 들렸어요. 제가 확 확인하러 가는 순간, 물그릇은 다시 찰랑찰랑 차오르더라고요. 그때는 물이 그냥 채워진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손으로 표면을 매만지고 나서 정리해둔 것처럼 아주 얌전한 물결이었습니다. 너무 얌전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어요.

그 다음 날 저는 할머니께 한 번 더 물어봤습니다. “그 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차오르는 게… 누가 채우는 거예요?” 그러자 할머니는 잠깐 멍해 있다가, “누가 아니라… 집이”라고 답했어요. “사람이 들어오면, 집이 문 앞을 먼저 정리하는 거다. 집이 아니라면 누가 문 앞에 물을 두겠냐.” 말은 이상한데, 이상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게 답’이라는 표정이었죠. 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엌 쪽에서 물그릇을 둘러놓은 자리가 아주 희미하게 젖어 있는 걸 봤어요. 근데 할머니는 그걸 닦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진짜 확신했던 건 떠나기 직전이었습니다. 마지막 밤, 방문 앞 물그릇은 이상하게도 한 번도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안심하고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한참 뒤, 복도 쪽에서 또다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그릇이 아닌 다른 데서요. 제 방 문 손잡이가 아주 조금씩 차가워지더니, 손을 댄 순간 미세하게 물기가 묻었습니다. 그 물기는 젖은 게 아니라, 마치 방금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 물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새벽이 밝기 전에, 방문 앞에 물그릇이 다시 차 있는 게 보였습니다.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건 그 물만이 아니라, 집이 품고 있는 어떤 “기다림” 같았습니다. 떠나도, 문 앞의 빈자리가 제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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