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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고 나서도 누가 한 발 더 들어왔다

2026-08-01 12: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고 나서도 누가 한 발 더 들어왔다. 그 날은 퇴근시간이라 로비가 유난히 숨 막혔고, 나는 평소처럼 7층 버튼을 누른 뒤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서 있었어. 딱히 무슨 생각도 없었는데, 문이 “딩” 하고 열리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더라. 열린 문 틈으로 복도 조명이 들어오는데도, 안쪽에 사람이 더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처음엔 그냥 늦게 탄 사람이 있나 싶었어. 엘리베이터 밖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 발 내디뎠고, 문이 완전히 열리기 직전에 뒤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거든. 버튼이 눌린 것 같은데, 내가 누른 적은 없었어. 그리고 그 다음, 문이 닫히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내 쪽으로 한 발을 더 붙여 오는 느낌이 들었어.

정확히 말하면, 바닥에 닿는 발소리가 한 번 더 났어. 로비에서 올라온 사람들 발걸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내부 바닥에서 나는 소리. 문틈이 넓어졌을 때 나는 고개를 조금 돌렸는데, 사람은 없었어.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에 비친 내 등만 보였고, 그 뒤로 그림자도 없었어. 그런데도 분명히 누군가가 들어온 흔적 같은 게 남아 있었어.

문이 열렸고 모두가 밖으로 나간 뒤였는데,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나만” 서 있었잖아. 그런데 어딘가에서 계속 내 어깨 뒤쪽 공기가 움직이는 것 같았어. 나도 모르게 팔꿈치를 몸에 붙이듯이 움츠렸는데, 그 순간에야 문 옆에 달린 숫자 표시등이 아주 작게 깜빡였어. 7층이어야 할 게 잠깐 6층처럼 보였다가 다시 7층으로 돌아왔고, 이상하리만치 기계가 멈추는 느낌이 오래 갔어.

나는 급하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고, 복도를 쭉 걸어가며 뒤를 돌아봤어. 당연히 엘리베이터 문은 닫혀 있었고, 내 뒤에 아무도 없었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7층에서 내 방 번호를 찾는 동안 손이 자꾸 떨리더라. 열쇠 구멍에 넣으려는데도 손끝이 감각을 잃은 것처럼 둔해졌고, 문득 생각이 들었어. 방금 “한 발 더” 들어온 그 느낌이,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이미 한 발 더 나갔어야 했다’는 쪽에 가까웠다는 거.

엘리베이터가 열릴 때 문 안쪽에서 발소리가 추가로 났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발소리는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어. 집에 들어와서 현관문을 닫고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같은 타이밍으로 “툭” 소리가 따라왔어. 바닥에 물기 묻은 신발이 살짝 미끄러질 때 나는 소리 같은데, 나는 그 소리를 실제로 들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이상하게도 그 기억이 계속 또렷해지더라.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 관리실에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회사로 출근했어. 그런데 점심쯤에 같은 층에 사는 박 씨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걸더라고. “어제 저녁에 7층 엘리베이터 이상했어?”라고. 나는 얼어붙은 채로 “혹시요?”라고 물었고, 박 씨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어. 자기는 문이 열리자마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 나서도 안쪽에서 누가 한 발 더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그리고 본인이 한 발 내디뎠을 때, 본인 등 뒤 공기가 먼저 움직였대.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등골이 서늘해졌어.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타고 내렸고, 타는 방식도 달랐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이 열리고 나서도 누가 한 발 더 들어왔다’는 표현이 똑같았어. 박 씨는 “누가 있나 싶어서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더라”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너무 똑같아서 말이 안 나왔어. 그 사람도 나도, 똑같은 구간에서 같은 감각을 공유한 거지.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문턱을 넘기 전에 잠깐 멈추게 됐어. 그냥 습관처럼요. 문 밖이 보이는데도, 내 발이 앞으로 나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 그리고 그 확인을 할 때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이상한 확신이 들어. 내가 아직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이미 누군가가 내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나는 일부러 천천히 나가는데,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뒤에서 공기가 따라오는 것 같아.

지금도 가끔 그날을 떠올리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던 소리보다, 열리고 나서도 남아 있던 그 ‘추가의 한 발’이 더 선명하게 기억나.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 아니면 누가 내 발을 대신해서 한 칸을 밀고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문은 열렸고, 그런데도 ‘선’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나만 느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게 제일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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