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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집어 들자마자 손끝에 차가운 감각이 번졌다

2026-08-02 04:29:10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집어 들자마자 손끝에 차가운 감각이 번졌다. 말 그대로, 만져본 적 없는 금속을 쥔 것처럼 손가락 끝이 서걱하게 식는데, 웃긴 건 그 순간부터 계산대 쪽 형광등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로 세상이 이상하게 또렷해졌다는 거야.

사실 별일 아니었을지도 몰라. 야근 끝나고 새벽 두 시쯤이었는데, 지친 몸으로 대충 아무 도시락이나 집으려다 그날따라 손이 먼저 움직였거든. 냉장 진열대 앞에서 도시락 트레이를 당겨 들었는데, 포장지에 손자국 같은 게 묻어 있더라. 누가 이미 집어 봤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려 했지.

그런데 도시락을 들고 손을 뒤집는 순간, 손끝의 차가움이 확 번졌다. 열이 떨어진 느낌이 아니라, 피부 아래로 뭔가가 지나간 것 같았어. 반사적으로 손을 털었는데도 손바닥에 남아있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고, 점점 더 선명해져서 “차갑다”보다 “무언가가 닿아 있다” 쪽에 가까웠다.

편의점 사장은 늘 그렇듯 리모컨 소리를 내지 않고 TV를 보고 있었고, 옆에는 혼자 밤을 보내는 손님 하나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었어. 나는 도시락을 들고 계산대 앞으로 걸어가면서, 진열대 쪽을 다시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야가 한 박자 늦는 느낌이 났다. 마치 내가 먼저 움직였는데 눈이 뒤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계산할 때 바코드를 찍는 소리가 평소보다 길게 늘어졌고, 사장이 내 도시락을 손에 쥐더니 잠깐 멈췄어. “이거요? 이거 오늘 꺼내온 거예요.”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표정이 편하진 않았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내 손끝의 차가움이 손목까지 번져서 팔이 굳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태연한 척 카드 내밀면서 “혹시 전에도 누가 집어 봤나요?” 물었는데, 사장은 잠깐 웃다가 입을 다물었어. 웃는 동안 눈이 안 웃고, 대신 계산대 아래쪽을 아주 짧게 봤거든. 그 시선이 바닥 선반 쪽으로 꽂힌 게 기억나. 거기엔 보통 청소용 걸레랑 작은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그날은 뭔가가 반쯤 가려져 있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도시락을 내려놓을까 싶었지만, 이미 손에 감각이 너무 강해서 도망치듯 집어 들었다. 포장지 위로 손끝이 미끄러지는데도 이상하게 끈적한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얇은 얼음막 같은 게 손바닥에 붙어있는 것 같았어. 사장이 영수증을 내밀 때, 그 종이가 내 손등을 스치며 잠깐 차갑게 울렸고, 난 그때야 손이 완전히 식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계산이 끝나고 편의점을 나서는데도 차가움이 사라지지 않았어. 주차장 쪽으로 몇 걸음 걸으니까, 도시락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라. 숨을 내쉬면 하얀 김이 나오는 날씨도 아니었는데, 내 손끝만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놀랐고, 그 순간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이 스쳤어. “내가 아니라, 이게 먼저 차갑게 만든 거 아닐까?”

편의점 앞 가로등 아래에서 멈춰서 도시락 포장지를 한번 더 확인했는데, 라벨의 날짜가 아주 또렷하게 찍혀 있었어. 그런데 그 글자 사이사이에 아주 얇은 선처럼 보이는 게 있었고, 자세히 보니 누군가 펜으로 긁어낸 흔적이었더라. 누군가 날짜를 바꾸려다 포기한 듯한, 지워지지 않은 흔적. 이상하게도 그 긁힌 방향이 내 손가락 모양이랑 비슷했다.

집에 와서 도시락을 열어보는 건 못 했어. 전자레인지에 데우려다 손이 멈췄고, 나도 모르게 도시락을 싱크대 옆에 내려놓았는데, 그때서야 냄새가 났어. 썩는 냄새 같은 게 아니라, 차가운 금속을 오래 닦아낸 뒤에 나는 냄새. 이상하게 비슷한 냄새를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났는데, 그게 어디였는지 떠오르려다 멈췄다. 그날 이후로 나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절대 손끝으로 먼저 집지 못하겠더라. 늘 장갑을 끼거나, 트레이를 다른 손으로 밀어서 가져가게 됐고, 가끔 새벽에 진열대 앞에 서면 손가락 끝이 먼저 기억해. 도시락을 집어 들자마자 느꼈던 그 차가움이, 아직도 내 피부 아래 어디에 남아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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