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 대신 예약해줬는데 취소 버튼이 날 누르게 만든 썰
친구가 나 대신 예약해줬는데, 마지막에 취소 버튼이 날 누르게 만든 썰이야. 솔직히 그때는 내가 뭘 잘못 눌렀는지도 모르고 그냥 “고마워!”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스스로 발을 동동 굴리게 됐거든.
상황은 평일 저녁이었어. 친구가 “너 오늘 시간 괜찮아? 내가 너 대신 예약해둘게” 하면서 숙소/공연 같은 거(정확히는 티켓)를 잡아줬다고 했지. 나는 그저 일정이랑 시간만 확인하면 되는 줄 알고, 링크만 받아서 결제 단계랑 확인 단계만 잠깐 봤어. 친구가 워낙 빨리 하자고 해서, 나는 그냥 “응응” 하면서 흐름을 따라갔고.
친구 말로는, 예약 시스템에서 친구가 로그인해둔 상태라서 결제는 본인 카드로 먼저 진행할 수 있는데, 최종 확인은 ‘공유된 링크’로 들어가서 인원/시간 같은 걸 네가 한번 눌러주면 된대. 그래서 내가 링크를 열었더니, 화면에 “최종 확정” 버튼이 딱 보였고 밑에는 조그맣게 “예약 변경/취소는 여기서 가능합니다” 같은 안내가 있었지. 나는 그게 그냥 도움말인 줄 알았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친구가 카톡으로 “지금 화면에서 파란 버튼 누르면 돼! 나 대신 잡아놨으니까 너는 확인만!”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나는 “오케이” 하고 파란 버튼을 눌렀는데, 순간 화면이 넘어가면서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라고 뜨는 게 아니라, 갑자기 “취소 요청 확인” 같은 문구가 보였어. 근데 그 화면이 너무 짧게 스치듯 지나가서, 내가 확정 버튼 눌렀다고 믿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친구는 내가 누른 걸 보면서 같이 채팅을 하는 척했어. “어? 왜 취소로 떠? 잠깐만 새로고침해봐”라고 하더라. 그런데 새로고침하자마자 동일한 화면이 다시 뜨는 거야. 그때 내가 느낀 건, 방금 내가 누른 게 확정이 아니라 “취소 버튼” 쪽이었다는 거였지. 화면 어딘가에 취소/확정이 색이나 위치가 비슷하게 구성돼 있었고, 친구가 말한 건 정확히 취소 쪽을 누르게 만들기 딱 좋게 되어 있었어.
그래서 나는 바로 “야 잠깐만, 나 방금 취소 누른 것 같아”라고 했고, 친구는 “아냐아냐, 방금 취소 눌린 거면 다시 복구하면 돼. 결제만 안 날아가면 괜찮아”라고 말했어. 근데 그 시스템이 복구가 안 되는 타입이더라. 취소 요청이 들어가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티켓이 풀려버리는 구조. 나는 그제야 손가락이 너무 바빠져서, 확인도 없이 계속 눌러버린 내 멍청함이 떠올랐어.
친구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괜찮아, 내가 다시 잡아줄게. 너는 그냥 화면에서 ‘다시 예약’ 누르기만 해”라고 했는데, 그 “다시 예약”이 또 어떤 안내 화면으로 이어지고, 그 안내 화면에서 또 취소 버튼 위치가 살짝 달랐거든. 나는 그때부터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친구가 계속 “나 여기 있으니까 따라 해” 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서 내가 긴장한 채로 클릭을 하게 만들었다는 거야. 결과적으로 두 번째 시도도 실패했고, 티켓은 이미 넘어갔는지 결제 가능 시간이 닫혀버렸어.
그래서 결국 우리는 둘 다 멍해졌지. 친구는 “아 미안, 네가 조금만 더 천천히 봤으면 됐는데”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근데 어차피 취소 버튼이 왜 그런 식으로 섞여 있지? 시스템이 이상해” 같은 말도 했어. 나는 솔직히 그 말이 더 얄밉더라. 시스템이 이상하든 말든, 링크를 보내준 건 친구고, 내가 누르게 만든 흐름은 친구가 만들었잖아. 나는 티켓을 놓친 게 억울해서, 그래도 결제 내역이나 실패 사유를 확인하려고 이것저것 눌러봤는데, 내 손가락은 계속 ‘취소’ 쪽으로만 움직이더라고.
그날 밤에 나는 친구에게 “너 진짜로 내가 취소 누르게 했던 거야?”라고 물었어. 친구는 처음엔 “아니 무슨 소리야, 너가 눌렀잖아”라고 했고, 그다음엔 “그냥 내가 빨리 하라고 했을 뿐인데, 너도 확인은 했어야지”라며 책임을 반으로 미뤘지. 그런데 카톡에서 친구가 링크를 보내면서 쓴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 사이에 끼워 넣은 ‘확정’ ‘확인’ 같은 표현들이 어쩐지 너무 매끄러웠어. 그래서 나는 진짜로 취소를 누르게 유도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뒤로 나는 예약 같은 걸 누가 대신 해줄 때, 무조건 “버튼 이름이 뭐로 뜨는지”를 내가 직접 읽고 눌러. 예전에는 친구가 대신 해주면 편한 줄 알았는데, 그 썰 이후로는 “편함”이 아니라 “주의력 테스트”라는 느낌이 들더라. 물론 친구가 장난을 친 건지 실수였는지 아직도 완전히 확정은 못 했어. 그래도 확실한 건, 그날 이후로 내 손가락은 파란 버튼을 믿지 않게 됐다는 거고, 친구는 내 눈앞에서 절대 버튼을 유도하지 못하게 됐다는 거야. 끝내고 나니 웃기긴 한데, 그때 티켓 날아간 순간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가락이 먼저 아까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