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내 시선만 따라 회전해 보였어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내 시선만 따라 회전해 보였어.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착시겠지 했는데, 그날 밤 집에 들어가는 길 내내 똑같은 느낌이 따라붙더라. 엘리베이터는 층을 건너뛰듯 빨리 내려오고, 주차장 형광등은 한 번씩 덜컥거렸는데, 그때마다 바퀴가 아주 조금씩… 내 쪽으로 맞춰지는 것처럼 보였거든.
사건은 평소처럼 야근하고 귀가하던 날이었어. 지하 2층에 내 차를 세워둔 곳은 복도 끝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야 나오는데, CCTV 모니터가 달린 관리실 문이 항상 반쯤 열려 있었어. 그날은 관리실이 유난히 조용했는데도, 경고음 같은 건 없었고 문고리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어.
내가 주차 공간으로 걸어가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차들이 너무 가지런하네”였어. 평소엔 사람들이 자주 비켜 대충 정렬이 틀어지는데, 그날은 차들 간 간격이 딱 맞게 느껴질 정도였거든. 특히 왼쪽 라인에 세워진 은색 세단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 주차칸은 정면을 바라보게 되어 있어야 하잖아. 근데 그 차는 내 발걸음이 닿는 방향으로 조금씩 돌아간 것처럼 보였어. 차를 옆에서 보면 바퀴가 방향을 바꾸면 차체가 따라 꺾이잖아. 나는 그냥 “잠깐 바람 탔나?” 싶었는데, 다음 순간 내 시선이 그쪽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원래 각도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속으로 ‘이거 착시다’ 하고 내 차로 걸음을 옮겼어. 그런데 내 차 바로 앞에 있던 검은 SUV도 이상했어. 그 차는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항상 정면 주차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엉뚱하게도 내 시선이 SUV 쪽으로 흔들릴 때마다 운전석 쪽이 조금씩 나를 더 “바라보는” 각도로 바뀌는 것 같았거든. 물론 진짜로 차가 움직이는지, 아니면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어. 근데 확실한 건 내 머리만 돌리면 그 차들도 내 머리 움직임에 맞춰 같이 반응하듯 보였다는 거야.
나는 급하게 휴대폰을 켰어. 주차장 바닥은 콘크리트라서 어두워도 카메라가 알아서 밝게 잡아주니까, 화면으로 보면 이상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화면을 들어서 은색 세단을 비추는 순간, 화면 속 세단의 바퀴는 정면이었어. 근데 내가 고개를 다시 들어 콘크리트 바닥을 보면, 세단은 여전히 약간 틀어져 있었어. 그 차이 때문에 더 머리가 하얘지더라. 카메라는 멀쩡하게 찍는데, 눈으로 보는 건 계속 내 시선을 기다리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었거든.
그때 관리실 문 쪽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났어. 누가 문을 열었거나, 누군가 버튼을 누른 것 같은 소리였지. 나는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어. 고개를 돌리는 찰나, 내 옆 라인의 다른 차들이 한 번에 각도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어. 전부 동시에 “나 봤다”는 듯이 정렬되는 느낌. 그 순간 진짜로 소름이 쫙 올라왔는데, 이유는 내가 본 게 ‘움직임’이 아니라 ‘반응’ 같았기 때문이야. 마치 누가 내 시선을 추적하는 스크린을 따로 켜놓고, 차들은 그 스크린 안에서만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나는 그 공간을 빠져나가려고 했어. 발걸음을 빨리 하는데도 차들은 더 선명하게 보였고, 바퀴와 차체의 경계가 이상하게도 또렷해졌어.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그림자가 덜컥거리면서 실제로 차가 돌아가는 것처럼 착각을 만들기도 했지만, 문제는 내가 빛의 깜빡임과 상관없이 계속 같은 타이밍에 반응을 느꼈다는 거야. 특히 내가 관리실 쪽을 한 번이라도 봤다가 다시 앞을 보면, 앞에 있는 차들이 그때마다 내 시선이 향한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따라오는 것처럼 보여서, 결국 나는 중간에 멈춰 서는 게 아니라 아예 눈을 바닥으로 고정하고 걸어버렸어.
현관문까지 도착해서도 그 감각이 안 풀리더라. 문을 잠그고 한참 있다가 창문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지하주차장이 직접 보이는 구조가 아니어서 잘 안 보이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어렴풋하게 보이는 차등의 흔들림만큼은 내가 아까처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순간 생각이 들더라. 만약 누군가 센서를 달아놓고, 내 움직임을 유도해서 차를 회전시키는 장치가 있다면 이해가 되겠지. 근데 관리실은 비어 있었고, CCTV도 화면이 꺼져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장난치기엔 너무 정교했어. 내 시선이 흔들리는 정도까지 계산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며칠 뒤에야 관리사무소에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지하에 주차된 차들 바퀴가 예전에랑 다르게 꺾인 것 같았는데, 혹시 사고 처리나 정비 같은 거 하셨나요?”라고. 담당자는 웃으면서 “그런 건 없어요. 지하에선 차들 움직일 일이 없죠.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 같은 거 없고요.”라고 했어. 그 말 듣고 더 이상해졌지. 자동이 아니라 사람도 아닌데, 누가 내 시선에 맞춰 차를 ‘바라보게’ 만들 수 있냐는 생각이 들었거든. 나는 그날 밤을 떠올리다가 결국 “차가 나를 본 게 아니라, 내가 차들을 보며 뭔가를 끌어낸 건가?”라는 결론에 가까워졌어.
지금도 가끔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길에 잠깐 눈을 멈추면, 그때처럼 내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주변이 아주 미세하게 “맞춰지는” 느낌이 들어. 실제로 움직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그날 이후로 나는 지하주차장에서 앞을 볼 때보다, 일부러 바닥만 보고 천천히 걷게 됐어. 누가 날 따라오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면, 그 순간 누군가의 시선도 같이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직도 문득문득, 거기 어딘가에서 내가 보는 방향을 기다리는 차가 있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