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층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층이 올라갔다. 그날 이후로 난 집에 갈 때마다 계단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됐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멈칫하는 습관이 생겼어. 솔직히 말하면, “분명 내가 안 눌렀는데?” 싶은 일이 한 번이라도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게 의심이 되더라.
상황은 평범했어. 퇴근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1층으로 올라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때 나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가방 끈을 잡고 있었어. 사람도 많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말고 누구도 없었어.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바로 ‘아, 내가 뭘 눌렀나?’가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쪽이었어.
버튼 패널은 내가 위로 올라갈 동선상 딱 보이는 위치였거든. 근데 출발하자마자 1층을 지나 2층 표시가 뜨더니, 그 다음이 3층, 4층으로 계속 바뀌었어. 난 분명히 “1층으로만” 생각하고 탔어. 4층쯤 됐을 때는 내 손이 패널 쪽에 닿은 것도 아니고, 내 손가락이 움직인 것도 없었거든.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고 그냥 얼어버렸지.
처음엔 “착각이겠지” 싶어서, 혹시 내가 가방을 잡는 과정에서 버튼 옆을 건드린 건 아닐까 생각했어. 그래서 일부러 손을 완전히 무릎 위로 내려놓고, 패널을 뚫어지게 쳐다봤는데도 계속 진행됐어. 그런데 문제는, 내가 원하는 층으로 멈추지도 않고 또 올라가더라. 7층에서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다시 움직였고, 그때는 패널의 불빛이 이상하게 깜빡이는 느낌도 났어.
엘리베이터 내부는 정적인데, 소리는 오히려 더 크게 들리더라. “딸깍” 하는 버튼 소리가 나는데, 실제로 내 손은 버튼을 누를 위치가 아니었어. 그 소리가 한 번 나고 나서 층 표시가 바뀌는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아서 더 무섭더라. 난 가만히 버티다가, 전원 꺼질까 봐 무서워서 인터폰 쪽을 보긴 했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숨만 삼켰어. 괜히 누르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거든.
그때 갑자기 ‘12’가 떠. 우리 아파트는 10층까지만 있거든. 그래서 난 진짜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혹시 층 표시가 고장 난 건가 싶어서, 엘리베이터 문 사이 틈으로 밖을 보려 했는데 그게 또 이상했어. 밖이 어둡거나 하진 않았는데, 복도 조명이 보이는 각도가 평소랑 달랐어. 마치 층이 다른데도 창문 없는 복도를 통과하는 것처럼, 길이 약간 어긋난 느낌?
나는 그제야 버튼을 눌러서 정지시켜야 하나 싶었어. 하지만 손을 올리기 전에 이상하게도 안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어.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또렷한데, 소리가 가까운 스피커에서 나오기보단 벽 안쪽에서 들리는 느낌이었어. 내용은 정확히 “사용자분” 같은 표현이었는데, 거기서부터 등골이 굳었지. 내가 사용자분이라고 불릴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로 들렸거든.
문이 열릴 때는, 내가 타고 온 층이 아니라 어디선가 다른 복도에서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문이 열리고 바깥 공기가 확 들어오는데 냄새가 이상했어. 세제가 아니라 오래된 나무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고, 바닥 타일 패턴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 보였어. 난 그냥 “여긴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바로 문 닫힘 버튼을 누르려 했는데, 손을 뻗는 순간 층 표시가 다시 숫자를 바꾸기 시작했어. 그때부터는 내가 뭘 하든 엘리베이터가 내 판단을 무시하는 것 같았어.
결국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아주 빠르게 원래 동선처럼 보이는 층으로 내려가더라. 1층에서 열리고, 나는 거의 뛰다시피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내린 뒤에 엘리베이터가 다시 다른 층으로 움직이지 않았어. 마치 내가 확인하고 나가길 기다린 것처럼, 문은 닫힌 상태로 오래 멈춰 있었고 그 사이 아무도 타지 않았어. 관리실에 전화해서 이야기하려다 말았는데, “저 같은 사람 또 나오면 다들 그냥 장난으로 들을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거든.
그 뒤로도 가끔 그 생각이 떠올라.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엔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왜 숫자가 올라가고, 왜 10층이 아닌 12층 같은 게 표시됐는지. 지금도 가끔 패널을 보면, 내 손가락 위치가 버튼과 아주 가까운 각도라서 혹시 모를 오차가 있었던 건 아닌가, 그런 합리적인 설명을 떠올리려 해. 근데 그날의 안내 방송이랑 복도 냄새, 그리고 ‘딸깍’ 소리가 내 손동작과 맞물리던 순간만큼은 지워지지가 않아. 버튼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먼저 나를 눌렀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