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손목시계가 내 심박 소리에 맞춰 느리게 뛰었다
중고거래로 받은 손목시계가 내 심박 소리에 맞춰 느리게 뛰었다. 진짜로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그날 밤만큼은 설명이 안 됐어. 택배 상자에서 시계를 꺼냈을 때부터 손목에 올리는 순간까지, 나는 이상하게도 자꾸 내 맥박을 확인하게 됐거든.
판매자는 “배터리 교체하고 간단히 테스트만 했어요”라고 했고, 사진엔 생활기스만 보였지 기능 이상은 전혀 없었어. 내가 받은 건 메탈 스트랩에 아날로그 다이얼이 있는 평범한 모델이었는데, 가벼운 줄 알았던 무게가 생각보다 묵직했어. 이상하게 손목에 올리자마자 시계가 “틱…” 하고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는 방식이 좀 이상했어.
처음엔 시계 소리랑 내 심장이랑 우연히 비슷하게 들리는 거겠지 싶었거든. 근데 대화하다가도, 컵에 물 따르다 멈칫할 때도, 내가 숨을 고르고 나면 시계의 초침 소리도 같이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어. 예를 들면 심호흡하고 배가 내려갈 때쯤 “틱”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그냥 귀가 착각하는 건가 싶다가도, 그게 반복되니까 확신이 생기더라.
나는 그날 혼자 있어서 더 솔직히 말하면 실험 같은 걸 하게 됐어. 휴대폰 타이머를 켜서 10초마다 손목을 살짝 움직이거나, 일부러 심박을 조절하려고 가만히 앉아 천천히 숨을 쉬어봤지. 시계는 일정하게 가야 정상인데, 내 호흡 속도가 느려지면 시계 소리도 같이 느려지는 것 같았어. 반대로 숨을 조금 더 빨리 쉬면 “틱”이 빨라지고. 이걸 누가 장난이라고 하면, 나도 웃겠는데 그게 계속 맞물렸어.
문제는, 시계를 흔들지 않고도 반응이 왔다는 거야. 나는 테이블에 팔을 고정하고 손목만 미세하게 힘을 줬다가 풀었거든. 그때 내 심장이 울리는 순간이 손끝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이 들면서, 시계 소리가 딱 그 타이밍에 따라오는 느낌이 생겼어. 소리가 커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간격이 바뀌는 느낌. 나는 그때부터 땀이 살짝 났어.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리듬을 듣고 맞춰주는 것처럼.
“배터리 상태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싶어서 다음날 낮에 다시 확인했어. 낮에는 사람 소리도 많고, 창문 바람도 불고, 내가 움직이는 것도 많았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간에는 반응이 약했어. 대신 밤이 되면, 혼자 조용해지면, 내가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시계가 더 확실히 내 심박에 맞춰지는 거야. 마치 환경이 조용해질수록 ‘듣기’가 쉬워지는 것처럼.
나는 결국 인터넷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는데, 이상한 얘기만 잔뜩 나오고 확실한 답은 없더라. 어떤 사람은 “심장박동이 자기장에 영향을 줘서” 같은 말도 했고, 어떤 사람은 “시계가 아니라 손목에서 생기는 울림”이라고 했어. 근데 솔직히 나는 손목 울림이 이렇게 규칙적으로, 그리고 내가 의도한 호흡에 맞춰서 따라오는 걸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어. 게다가 시계는 내 손목에서만 그랬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그냥 제멋대로 일정하더라.
그 다음엔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 나는 시계를 차고 있지 않을 때 내 심박이 어떻게 뛰는지, 차고 있을 때 어떻게 들리는지 비교해보려고 했지. 시계를 벗어 손에 들고 있어도 소리는 났지만, 그 “맞춰주는 느낌”은 사라졌어. 손목에 걸리는 순간만 다시 살아나는 느낌. 그래서 나는 밤에 결국 손목에서 시계를 떼고 불을 켠 채로 한동안 앉아 있었어. 불빛이 켜져 있으면 감각이 흐릿해지는 줄 알았는데, 꺼진 방에서도 이상하게 ‘맞물림’이 계속 떠올랐어.
며칠 뒤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혹시 수리 과정에서 이상한 부품 들어간 거 아니에요? 시계가 제 심박이랑 맞는 느낌이 들어서요.”라고 적었는데, 답은 단순했어. “그런 건 있을 수 없어요. 혹시 체온이나 손목 혈류 때문 아닐까요? 불편하면 반품해요.” 근데 그 문장 끝이 이상하게 찝찝하더라. ‘혹시 체온이나 혈류’라는 말이 너무 딱 맞는 느낌이라서. 마치 이미 그 가능성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래서 결론은 내가 내린 게 있어. 그 시계가 내 심박을 속인 건지, 아니면 내가 그걸 들으면서 내 마음이 맞춘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오늘도 가끔 심장이 가라앉는 순간이 오면, 귀 안쪽에서 아주 느릿한 초침 간격이 떠오르거든. 그때마다 나는 손목을 확인하게 돼. 시계를 차지 않았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내 리듬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기다림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해도 그 문장이 제일 소름 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