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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문 닫는 소리 뒤에 또 한 번 문이 조용히 열려

2026-08-03 12:29:11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문 닫는 소리 뒤에 또 한 번 문이 조용히 열려

그날은 그냥 별일 없을 줄 알았어요. 평소처럼 저녁을 대충 먹고, 이어폰 끼고 유튜브 켜둔 상태로 현관문을 잠그려고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딸깍—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고, 저는 그 소리에 맞춰 “아, 이제 됐다” 하고 웃으면서 다시 방 안으로 몸을 돌렸죠.

근데 그 다음 소리가 이상했어요. 문이 닫힌 지 몇 초도 안 돼서,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아주 조용하게 ‘사각’ 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분명 현관문인데, 닫히는 소리와는 결이 달랐어요.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살짝 밀어만 두는 그런 소리랄까. 저는 이어폰을 빼고 멈칫했는데, 방 안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그 작은 소리가 더 크게 들렸습니다.

“누가 들어오나?” 싶어서 현관 쪽으로 걸어갔어요. 문은 잠금이 걸려 있어야 정상인데, 손잡이를 잡기 전부터 손끝이 먼저 알 것처럼 차가웠거든요. 문 앞에서 귀를 대면 보통은 복도 소리라도 섞여야 하는데, 그때는 복도마저 숨을 죽인 것처럼 아무 소리도 없었어요. 대신 아주 희미하게 문틈에서 공기가 스치는 느낌만 들렸습니다.

문손잡이는 그대로였고, 제가 잠금장치를 다시 확인했을 때도 굳게 잠겨 있었어요. 그런데도 분명, 앞쪽에 사람이 서 있었다면 납득될 만한 타이밍이었어요. 저는 괜히 겁먹은 티 내기 싫어서 한 번 더 문을 확인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 순간, 이번엔 방 안쪽 벽에서 “뚝” 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요. TV도 꺼져 있었고, 콘센트도 이상 없는데요.

그제야 저는 제 머릿속이 이상하게 정리됐어요. 문 닫히는 소리 뒤에 또 열리는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느낌. 마치 누가 버튼을 누르고 다음 동작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저는 창문 커튼을 젖히고 복도를 봤는데, 누가 지나가는 건 없었고, 형광등은 평소처럼 깜빡이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복도 끝이 유난히 길게 늘어진 것처럼 보였어요. 눈이 착각하는 건지, 진짜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도 똑같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엔 제가 일부러 일부러라도 체크해보려고, 현관문을 잠그는 소리를 녹음해뒀거든요. 닫히고 나서 5초쯤 지나면, 늘 같은 타이밍에 ‘조용한 사각’ 소리가 녹음에 잡혔어요. 사람 발소리도 아니고, 문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그냥 문이 “열리려다 멈춘” 것 같은 느낌. 저는 녹음 파일을 여러 번 돌려 들었는데, 들을수록 묘하게 제 마음이 같이 따라 요동쳤습니다.

관리실에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 될까봐 미루게 되더라고요. 대신 문 잠금장치를 한 단계 더 확실하게 잠가봤습니다. 도어락을 잠근 뒤에 걸쇠까지 걸고, 문틈이 보이지 않게 고정까지 해뒀는데도 그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소리가 나올 때마다 제 방 안의 시계초가 한 번씩 늦어지는 것 같았다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폰 시계와 비교해도, 딱 그 순간만 미세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시간을 잠깐 접었다 폈다 하는 것처럼.

어느 날은 더 노골적으로 느꼈어요. 새벽 두 시쯤, 잠결에 현관 쪽에서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는 게 들렸거든요. 저는 그대로 얼어붙어서 숨도 못 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문이 완전히 열리진 않더라고요. 문틈이 딱 사람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만큼만 벌어지고, 그 상태에서 멈추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새로 바람 같은 차가움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는데, 그 공기가 단순히 추운 게 아니라 “방향이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저한테 바로 오는 바람이 아니라, 제 존재를 가늠하듯 돌아가며 스치는 느낌이요.

그 뒤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소리를 내는 걸 줄였습니다. 문 닫는 소리조차 조심했고, 발걸음도 최대한 작게. 그런데도 오늘도 가끔은, 제가 문을 닫는 순간이 아니라 제가 문을 쳐다보는 순간에 먼저 ‘조용한 사각’이 들리더라고요. 이상하죠. 제가 뭘 하든, 누군가는 이미 다음 동작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소름은, 그 문이 열리는 걸 본 적이 없는데도 제 현관문 안쪽에 먼지가 어느 날부터 얇게 늘 같은 자리에서 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는 겁니다. 열어보지 않아도 열려 있는 것처럼, 닫히지 않아도 닫힌 것처럼… 지금도 저는 그 소리가 나면, 제 귀부터 먼저 문틈을 찾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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