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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마주친 반가운 얼굴

2026-08-03 19:12:08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 퇴근길엔 유난히 길이 느리게 느껴졌어요. 회사에서 시계만 뚫어져라 보다가, 막상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확 바뀐 게 먼저 느껴지더라고요. 퇴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한 걸음 걷다 보니까 “아, 이제 집에 가는구나” 싶은 그 감정이 슬쩍 올라왔어요.

집 가는 길은 늘 비슷한데도 매일 똑같진 않잖아요. 오늘은 버스가 조금 늦게 와서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기도 했고, 반대로 신호가 길게 걸려서 멈춰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들 사이사이로, 문득 문득 지난주에 했던 말들이 떠오르곤 했는데요. 꼭 크게 떠드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머리 한쪽에서 조용히 굴러가요.

그러다 역 앞 횡단보도 쪽에서 누군가를 봤어요.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가 했는데, 걸음을 옮기는 순간 딱 알아차리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자주 점심 먹던 사람인데, 요즘은 서로 일정이 바빠서 얼굴을 자주 못 봤거든요. 그런데 오늘 퇴근길에 그 얼굴이 서 있는데, 세상이 갑자기 정지한 것처럼 반가웠어요.

제가 먼저 손을 들었고, 그 사람도 같은 타이밍에 웃으면서 다가왔어요. “어, 진짜 오랜만이다!”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는데, 그 말이 그냥 인사치고는 너무 따뜻하게 들리더라고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이 잠깐 길어졌어요. 바쁘게 살다 보면 자주 못 보게 되는데도, 이상하게 기억은 잘 남아 있나 봐요.

우린 횡단보도에서 잠깐 같이 걸었어요. 버스 기다리느라 어차피 시간이 좀 남아 있기도 했고요. 근데 대화가 막 거창하진 않았어요. “요즘 뭐해?” “어느 쪽으로 출퇴근해?” 이런 말들부터 시작해서, 날씨 얘기하고, 가끔은 회사 얘기 아주 살짝만 덧붙였어요. 서로가 솔직하게 길게 말하진 않는데도, 그 짧은 말 사이사이에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웃겼던 건, 그 사람이 “나 오늘 퇴근길에 너랑 마주칠 줄 알았어”라고 한 거예요. 물론 근거는 없죠. 그냥 기분이 그렇게 왔다는 거겠죠. 저도 비슷한 말로 받아치면서 웃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하루를 더 부드럽게 만들더라고요. 같은 퇴근길인데도, 누군가의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면 풍경이 달라 보이잖아요.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자기 갈 길이 먼저라서 “다음에 시간 되면 또 보자” 하고 먼저 방향을 틀었어요. 저는 손을 흔들면서 “응, 진짜 다음엔 점심이나 가자”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가볍게 끝나면서도 왠지 약속처럼 남더라고요. 오늘은 그냥 우연히 마주친 날인데, 마음이 괜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집에 가는 길은 다시 평소처럼 이어졌는데도, 발걸음이 조금 달랐어요. 무거운 생각이 사라졌다기보다,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더 잘 붙는 느낌? 편의점 앞에서 멈칫하는 것도 덜 귀찮고, 계단을 오를 때도 “오늘 잘 보냈다”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하루의 끝이 특별할 필요는 없는데, 이렇게 반가운 장면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오늘 퇴근길은 반가운 얼굴 덕분에 아주 평화롭게 마무리됐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오늘 같은 타이밍은 또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우리 모두 푹 쉬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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