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 옆좌석 안전벨트가 스스로 튕겨 나갔어
택시에서 내 옆좌석 안전벨트가 스스로 튕겨 나갔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 순간부터 뒤통수가 얼얼해지더라. 비 내리던 저녁이라 창문에 물방울이 번져 있었고, 기사님은 내비만 보고 조용히 몰고 있었어. 나는 그냥 피곤해서 창밖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옆에서 “딱” 하고 벨트 버클 쪽이 튀어 오르는 소리가 났거든.
처음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렸어. 옆좌석 안전벨트는 원래 사람 없이도 늘어져 있지 않잖아. 분명 탔을 때 기사님이 “벨트 하세요” 하면서 손으로 조정하는 걸 봤고, 내 옆좌석도 벨트가 곧게 펴져 있었어. 그런데 그 상태에서 버클이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 것처럼 갑자기 튕겼어. 벨트 줄이 살짝 들썩이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났고, 그 뒤로는 이상하게도 더 이상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공중에 가까운 각도를 유지하더라.
나는 순간적으로 “뭐야…” 하고 웃으려다가 목이 막혔어. 택시는 달리니까 벨트가 바람에 흔들릴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그 흔들림이 아니라, 딱 버클이 분리되는 느낌이었어. 버클이 좌석 사이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스스로 힘을 주는 것처럼 ‘튕’ 하고 바깥으로 튀어나왔거든. 그리고 그 벨트 끝이 내 쪽으로 아주 조금씩 당겨지는 것 같았어.
기사님은 거울을 한 번도 안 봤어. 도로는 평소처럼 어두웠고, 계기판 불빛만 은근하게 흔들리는데, 내 옆좌석 쪽에서만 자꾸 작은 소리가 났어. “딸깍… 딸깍…” 하고 벨트가 스스로 줄을 당겼다 풀었다 하는 것 같은 리듬. 나는 손으로 벨트를 만지면 진짜로 고장난 건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팔을 뻗었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닿기 전에 벨트가 한 번 더 튕겨 나가며 내 손등에서 몇 센티미터 비켜났어. 거기서부터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올라왔어.
나는 기사님에게 “기사님, 옆좌석 벨트가…” 말하려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왜인지, 말하면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릴 것 같았거든. 대신 휴대폰 화면을 켰어. 시간 확인하려고 했는데, 잠금화면에 알림이 떠야 할 타이밍인데도 화면이 잠깐씩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했어. 나는 그때야 내가 택시 안 공기가 차갑다는 걸 알아차렸어. 차 안쪽이 이상하게 서늘했다. 보통 비 올 때 습기 때문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었어. 마치 누가 바람을 반대로 틀어놓은 것처럼.
다음 신호에서 택시가 잠깐 멈췄을 때, 나는 그래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기사님이 손님인 나를 의식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기사님 저기…” 하고 말하려는 순간, 계기판 아래쪽에서 ‘탁’ 하는 소리가 났어. 소리가 난 방향이 내 옆좌석이랑 비슷했는데, 그 자리에서 뭔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옆좌석 벨트 줄이 다시 곧게 펴지더니, 마치 누군가 앉아 있는 것처럼 좌석 등받이 라인을 따라 당겨졌어.
그때부터 내가 느낀 건 단순한 장난이나 고장 같은 게 아니었어. 택시가 출발하자 벨트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아주 정확한 각도로 내 쪽으로 조금씩 가까워졌거든.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고, 안전벨트를 더 단단히 걸었어. 그런데도 옆좌석 벨트가 내 팔꿈치 옆을 스치고 지나갈 듯한 위치까지 와서 멈췄어. “누가 타 계신가요?”라고 물어볼 타이밍이었는데, 목소리가 또 나오지 않았어. 대신 기사님 등 뒤에 붙은 작은 안내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는데, 거기엔 연락 번호가 적혀 있었거든. 평소처럼 ‘운행 중’ 같은 문구가 아니라, 누군가가 덧붙인 메모가 한 줄 있었어.
메모는 짧았는데 글씨가 급하게 긁힌 느낌이었어. 나는 글자를 또렷하게 다 읽지는 못했지만, “벨트는 혼자 풀려요” 같은 문장이 보였어.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떠올릴 겨를도 없이, 옆좌석 벨트 버클이 다시 한 번 “딱” 하고 스스로 닫히는 소리가 났어.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기사님이 드물게 한 번 거울을 봤어. 그 짧은 눈길에 내가 가진 질문이 다 사라질 정도로, 기사님 표정이 굳어 있었거든. 하지만 기사님은 아무 말도 안 했고, 손만 더 힘주어 핸들을 잡았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려는 순간, 옆좌석 벨트가 갑자기 느슨해졌어. 마치 방금 전까지의 힘이 끊긴 것처럼 축 늘어지더라. 나는 급하게 문을 열고 내렸는데, 뒤를 보지 않으려 해도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더라. 택시 안은 비에 젖은 창문만 반짝였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어. 그럼에도 옆좌석 바닥 어딘가에 금속 조각처럼 작은 빛이 반짝였어. 나는 손을 뻗어 주워볼까 하다가 멈췄어. 만약 그게 벨트의 일부라면, 왜 스스로 튕겨 나온 거지? 그게 아니라면, 또 무엇이었을까.
택시를 잡아타고 내리면서 늘 하는 행동들이 있는데, 그날은 모든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 평소엔 그냥 당연해서 손이 가는 안전벨트가, 그날은 ‘누군가의 약속’처럼 다가왔거든. 지금도 가끔 버클 소리가 떠올라. 딱 하고 튕기는 소리,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던 딸깍 리듬. 그 택시는 계속 운행했겠지. 근데 나는 아직도, 그 옆좌석이 혼자서 벨트를 푸는 게 아니라, 어쩌면 나를 ‘정확히 묶어두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누가 탔냐고 묻기 전에, 왜 풀렸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