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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물통을 채웠는데 다음날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옮겨져 있어

2026-08-04 00:29:11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물통을 채웠는데 다음날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옮겨져 있어. 그날도 별거 아닌 날인 줄 알았다. 아침 점호 끝나고 내무반이 한참 시끄러울 때, 나는 선임들 눈치 보면서 물통부터 채워뒀다. 정수대에서 퍼온 물이 반짝이던 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문제는 그 다음 날 새벽이었다.

나는 평소에 쓰는 물통이 딱 한 개 있었다. 보급 받은 플라스틱 물통인데, 밑면에 작은 흠집이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알아볼 수 있었다. 그 흠집이 있는 쪽을 늘 안쪽으로 두고, 뚜껑은 ‘딸깍’ 소리 나게 닫는다. 그래서 누가 만져도 티가 나는 편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물통이 없어졌다기보다…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새벽에 한 번 깨서 화장실 다녀온 애들이 몇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야, 너 또 깼냐” 같은 말만 오갔다. 나는 다시 잠들었고, 오전이 되어서 확인했을 때 물통이 내 자리엔 없었다. 대신 내 물통이 침대 밑이 아니라, 딱 정리해 둔 것처럼 책상 아래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것도 내가 안쪽으로 두던 흠집 방향이, 바깥쪽을 향하게 되어 있더라.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다. 내무반은 원래 사람 손이 자주 타는 곳이니까. 근데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물통이 옮겨진 것도 그렇고, 뚜껑을 연 흔적이 없었다. 물이 새서 눅눅해진 바닥도 없었고, 물통 안에 공기 냄새처럼 남는 것도 없었다. 그냥 “옮겨놨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어.

나는 참을성 있게 그날 하루를 넘기려 했는데, 점심 먹고 돌아오니 더 찝찝해졌다. 책상 아래에 있던 물통이 이번엔 침대 옆 벽까지 미끄러져 있었다. 누가 일부러 옮기면 최소한 흔들림이나 긁힘 자국이 남아야 하는데, 물통 바닥은 깔끔했고 바닥 먼지만 살짝 다른 방향으로 쓸려 있었다. 누가 옮겼다는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해진 위치’를 다시 맞춘 것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멍해지기 시작했다. 내무반에 CCTV도 없고, 누가 언제 움직였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으니까. 대신 나는 물통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설마 또 옮겨지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정수대에서 같은 양만큼 채우고 같은 방식대로 닫았다. 그리고 그날 밤, 불이 꺼지고 사람들 숨소리만 들릴 때까지 나는 물통이 눈에 아른거려서 잠이 잘 안 왔다.

새벽에 또 깨긴 깼는데, 그때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그냥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아주 미세한 소리랄까. 잠에서 반쯤 깬 상태로 천천히 고개만 들었는데, 물통이 내 시야에 들어오진 않았다. 대신 방 한쪽에서 뭔가 ‘정리한 사람’처럼 움직인 흔적이 보였다. 내 물통은 여전히 내 자리 근처였는데, 뚜껑이 살짝 돌아가 있었다. 단지 살짝. 열고 닫는 정도가 아니라, 누가 손가락으로만 톡 건드린 느낌.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니, 물통은 또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더 황당하게도, 내 자리 침대 밑에 ‘딱’ 맞춰져 있었다. 내가 평소에 넣는 방식이랑 똑같았는데, 문제는 내가 그날 밤엔 내려다본 적이 없다는 거야. 게다가 물통 안은 비어 있지 않았다. 물통에 담긴 물이 그대로 있었고, 물 표면은 어제처럼 잔잔했다. 그러니까 누가 물을 쏟거나 훔친 게 아니라, 물통만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둔 거였다.

나는 그때부터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다. 누가 내 행동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아니면 내 손이 평소에 자동으로 하던 동작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내 습관을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내무반에는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 있는데, 아무나 내 물통 방향까지 신경 써서 맞추진 않잖아. 결국 나는 선임한테 “물통 위치 자꾸 바뀌는데, 누가 장난치냐”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괜히 말하면 내 쪽이 예민한 사람으로 찍힐 것 같아서.

그러고 며칠 뒤, 진짜로 내가 ‘잊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물통 바닥의 흠집이 예전엔 분명히 작고 옆으로 찢어진 모양이었는데, 그날 아침에 본 흠집은 조금 더 커져 있었다. 누가 계속 만지면 생길 만한 형태가 아니었다. 누가 내 물통을 옮긴 게 아니라, 내 물통을 다른 시간에 두고 나온 것처럼… 내 손이 닿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느낌이었다. 그 뒤로 나는 물통을 챙겨가는 걸 습관처럼 바꿨다. 그리고 한 번도 다시, 물통이 ‘옮겨져 있는 채로’ 발견된 적은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도 물통을 닫을 때마다, 뚜껑이 딸깍 소리 나기 전에 누가 손가락을 톡 대는 것 같은 착각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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