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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CCTV에선 보이는데 내 눈으로는 안 보이던 사람이 있어

2026-08-04 08:29:11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CCTV에선 보이는데 내 눈으로는 안 보이던 사람이 있어. 처음엔 “카메라가 뭔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CCTV만 멀쩡하게 그 사람을 따라가고, 정작 내 앞에서는 늘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진짜 별거 아닌 조작 실수일 수도 있는데,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선명했어.

사건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서 시작됐어. 11시쯤이었고, 지하주차장은 우리 동 기준으로 조도가 어두운 편이야.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와서 3층 주차 구역으로 가는데, 멀리서 누가 걸어오는 느낌이 딱 들더라. 나는 휴대폰 화면을 비추면서 천천히 걷고 있었고, 그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아, 우리 건물 주민인가?” 싶을 만큼 보폭도 비슷했어.

그런데 이상한 건 눈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공기’처럼 보인다는 거야. 분명 걸음소리도 아니고, 옷 스치는 소리도 없는데, 발자국이 이어지는 듯한 감각만 남았어. 반사광 때문에 생기는 착시일 수 있겠지만, 난 그런 걸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잖아. 걸어오는 방향이 내 쪽으로 딱 맞춰져 있길래, 괜히 긴장해서 잠금해제 버튼을 먼저 누르고 있었어.

그때 관리실 쪽에서 CCTV 모니터를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있거든. 평소엔 꺼져 있거나 화면이 어두워서 신경을 안 쓰는데, 그날만은 화면이 켜져 있었어. 나는 문득 “혹시 저 사람, CCTV에는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살짝 돌렸지. 그런데 화면 속에서는 분명히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어. 검은 계열 외투, 허리쯤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그리고 아무 표정 없는 얼굴이 비치는데, 왜인지 속도가 일정했어. 화면 속 사람은 멈칫하지 않고 계속 나를 향해 오고 있었어.

근데 문제는, 내 눈으로는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내가 고개 돌리는 순간, 앞쪽 통로는 그냥 텅 빈 복도였어. 나는 멈춰 서서 몇 초를 ‘진짜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했어. 그런데 그 다음 순간, CCTV 화면의 인물은 내가 서 있는 쪽과 정확히 같은 위치로 이동하더라. 마치 “너는 못 보는데, 나는 보인다”는 식으로, 화면 속 좌표를 딱딱 맞추는 느낌이었어.

나는 순간 욕이 나올 만큼 어이없어서, 그대로 주차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설마 이거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었어. 하지만 주차 구역으로 들어가면 카메라 사각이 거의 없어서, CCTV로 확인이 될 상황이잖아. 그래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관리 앱을 켰는데, 그때부터 더 이상해졌어. 해당 시간대 재생을 누르자마자, CCTV 기록에는 계속 그 사람이 남아 있었고, 내 차 옆을 지나가는 장면까지 정상적으로 이어졌어.

반대로, 내 눈앞에서는 계속 공허했어. 차에 키를 꽂으려는 찰나,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누가 바로 뒤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 하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안 보였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CCTV에서는 분명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어. 마치 현실의 촉감은 내 쪽으로는 닿지 않고, 화면 속에서만 닿는 것처럼. 나는 그 화면을 보면서 손이 떨려서 결국 재생을 끊어버렸고, 그날 밤은 잠도 설쳤어.

다음 날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 퇴근 시간은 조금 늦어졌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또 그 느낌이 올라오더라. 이번엔 무서워서 일부러 시선을 바닥에 두고 걸었는데, 그래도 “누가 따라온다”는 압박감은 지워지지 않았어. 집에 도착해서 CCTV를 확인했더니, 어제랑 같은 위치에서부터 기록이 꼬여 보이듯 이어졌어.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있는데도 내 눈엔 안 보이는 형태였다고 해야 할까. 화면은 선명한데, 현실은 빈 공간인 채로 남아 있었어.

나는 결국 관리실에 물어봤는데, 돌아온 답이 더 웃기더라. “그 시간대엔 특별한 출입 기록이 없다”는 말이었고, “CCTV 이상 징후는 없다”는 말도 같이 했어. 즉, 누군가가 장난으로 사람 모양을 가짜로 만든 게 아니라면, 그게 뭔지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지. 그 이후로 나는 일부러 그 구역을 피해서 지상 주차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 유리창에 비친 내 뒷모습이 스치는 것 같았어. 실제로는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야.

지금도 가끔 생각나. CCTV 화면 속 그 사람은 늘 똑같이, 마치 약속한 길을 따라가듯 움직였는데, 정작 내 앞에서는 한 번도 “내가 본다”는 확신을 주지 않았거든.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아. 보이는 건 카메라였고, 보이지 않는 건 내 시선이었어. 그게 단순 착시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반대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그 생각이 아직도 머리 뒤에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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