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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마당 돌계단에 늘 젖은 자국만 새로 생겨

2026-08-04 16:29:14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마당 돌계단에 늘 젖은 자국만 새로 생겨 그날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마당으로 나가자마자 눈이 먼저 돌계단으로 갔어요. 어젯밤에 비가 왔던 것도 아닌데, 돌 위에서 물기가 번진 것처럼 반짝이는 자국이 딱 새로 생겨 있었거든요. 처음엔 누가 물을 쏟았나 싶어서 대충 넘겼는데,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어요.

우리 집이 시골이라 마당에 돌계단이 하나 있어요. 현관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흙길이고, 계단은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버티고 있죠. 그런데 자국은 늘 계단의 가운데, 사람 발이 닿는 지점이랑 딱 맞았어요. 밤새 누가 물을 흘려놓은 것처럼,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손바닥으로 적신 자리처럼 일정한 모양이 반복됐어요. 냄새는 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는데, 중요한 건 ‘새로’ 생긴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었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확인을 시작했어요. 저녁에 계단을 마른 걸레로 한 번 닦고, 창문으로 마당을 한번 더 보고, 잠들기 전에 현관문 쪽에 신경을 두는 식으로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제가 닦아낸 방향 그대로, 물자국이 다시 깔끔하게 생겨요. 닦고 나서도 새로 생기는 거라면 누가 일부러 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동네 사람들 말로는 예전에 계단 아래쪽에 물길이 있다고 했어요. 겨울에는 괜찮다가도 봄만 되면 땅에서 습기가 올라온다, 그래서 돌이 늘 차갑다고. 그런데 저는 그 “습기”라는 말이 이상했어요. 습기는 보통 넓게 퍼지잖아요? 근데 자국은 늘 특정 발자국 자리처럼 동그랗고 번지며, 마치 ‘한 번 놓인 것’을 그대로 굳힌 것 같았거든요. 더 웃긴 건, 비가 오거나 날씨가 습해지는 날엔 자국이 줄어들고, 날씨가 맑은 날에 더 선명하게 생긴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핑계를 하나 더 세웠어요. 혹시 위층 창문에서 물이 떨어지나? 아니면 수도가 새나? 하지만 위층에서 떨어지는 흔적은 없었고, 수도 계량기랑 주변 바닥도 멀쩡했어요. 저녁마다 확인해보면 계단 옆 흙길엔 물웅덩이도 없고, 계단 아래로 흘러내린 흔적도 없는데, 돌 표면만 딱 그 자리만 젖어 있어요. 마치 누가 위에서 떨어뜨린 게 아니라, 돌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집 안 분위기가 이상해졌어요. 엄마는 “바닥에 물이 마르는 소리” 같은 걸 듣는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엔 웃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저도 들렸거든요. 문 닫는 소리도 아니고, 누가 걸어 내려오는 소리도 아닌데요. 돌계단 앞에서 아주 작게 ‘툭…툭…’ 소리가 났다가, 곧바로 조용해졌어요. 저는 그날 새벽에 그냥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에 자국은 더 진하게 생겨 있었어요.

그 다음은 진짜로 무서워지기 시작한 날이에요. 저는 핸드폰을 계단 쪽에 두고(배터리 때문에 오래 못 가는 걸 알면서도), 밤새 녹화가 되는지 확인해봤어요. 새벽 두 시쯤부터 화면에 잡음이 생기더니, 완전 어둠 속에서도 돌계단 위쪽이 희미하게 반짝였어요. 누가 비친 것처럼요. 근데 화면에 ‘사람’이 보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돌 위를 스치고 지나간 다음, 그 자리에 물자국이 남는 느낌이었어요. 녹화가 끝난 건 알람이 울리고 나서였는데, 그때 이미 자국은 선명하게 굳어 있었어요.

다음 날엔 아빠가 결국 계단 주변을 쓸어내고 바닥을 다시 정리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끝났겠지” 싶었죠. 근데 저녁에 아빠가 닦아놓고 들어간 뒤, 한참 뒤에 다시 젖는 소리가 났어요. 이번엔 ‘툭’ 하고 한 번, 그 다음엔 짧게 물기가 퍼지는 것 같은 소리요. 저는 불을 켜고 나가려다가, 이상하게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불을 켠 순간엔 늘 그렇듯 자국이 생겨 있으면 끝인데, 그날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대신 돌계단 가장자리에서 공기가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며칠이 지나면서 저는 자국의 위치가 점점 더 달라지는 걸 봤어요. 처음엔 가운데만 있다가, 어느 날은 왼쪽 모서리, 그 다음엔 오른쪽 발자국 자리로 옮겨가더라고요. 마치 누군가가 “여기다” 하고 자리를 잡는 것처럼요. 그때 엄마가 조용히 말했어요.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계단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쳤는데, 사고 난 뒤에 계단을 급하게 고쳤다고요. 사람들은 그냥 ‘급하게 고쳤나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저는 그때부터 자국을 볼 때마다 그 말이 자꾸 떠올랐어요. 마당의 물기가, 누군가가 남긴 걸 닦아내도 다시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마지막으로 자국이 가장 선명하게 생긴 날은, 제가 일부러 아무것도 닦지 않기로 한 날이었어요. 창문에서 밤을 지켜보다가 시간이 넘어가자, 돌계단이 아주 살짝 젖어가는 게 눈에 보였어요. 물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안에서부터 번지는’ 것처럼요. 그리고 자국이 생긴 자리엔 이상하게도 발자국처럼 보이는 윤곽이 남았는데, 자세히 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이었어요. 다음 날 아침, 그 물자국은 그대로 있었고, 계단 가장자리엔 아주 얇은 물막이 남아 있더라고요. 저는 그날 이후로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돌계단을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마른 줄 알았는데, 내 발이 닿기 전에 이미 젖어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아직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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