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면 내가 탄 층보다 낮은 층에서 시작돼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면 내가 탄 층보다 낮은 층에서 시작돼 이거 진짜로 한 번 겪고 나서부터는 엘리베이터 탈 때 손잡이 잡는 힘부터 달라졌어.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별일 아니겠지” 소리 듣는데, 난 아직도 그날의 느낌이 손바닥에 남아있어.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분명 ‘내가 누른 층’보다 한참 아래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거든.
그날은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건물 7층에 가야 했어. 버튼은 7층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안정되잖아. 그때는 평소처럼 스마트폰 하다가, 문이 열리기 직전에 알림 진동만 잠깐 느꼈어. “딱 도착했나?” 싶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이상했지.
문이 열리자마자 바닥이 아니라 공기가 먼저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안내판에 찍힌 층수가 7층이 아니라 3층이었어. 근데 엘리베이터 내부는 분명히 위로 올라가는 중이었고, 내 귀도 ‘상승’ 압력을 받았거든. 그럼에도 표시등은 3층에서 시작해서, 3, 4, 5, 6을 아주 빠르게 훑더니 7층에서야 멈추는 거야.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오, 빨리 왔다” 하고 내리려 했고, 나만 멈칫했어.
처음엔 고장인가 싶었어. 안내 표시가 잠깐 튀었겠지, 순간 전원이 흔들렸겠지, 이런 생각. 그래서 나는 일부러 다시 7층 버튼을 눌렀어. 근데 문이 닫히고 나서도 느낌이 이상했어. 분명히 올라가야 할 방향인데, 엘리베이터가 출발하는 순간 가슴이 툭 꺼지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가는 감각이 스쳤거든. 그때부터 뒷목이 서늘했어.
어쩌다 보니 건물 복도 쪽도 뭔가 낯설었어. 7층이면 원래 회사들이 즐비하고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그날 내가 문을 나선 곳은 복도가 조금 어두웠고, 한쪽에 소화전 위치도 내가 알던 것과 달랐어. 물론 오래된 건물이라 리뉴얼 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여기 자주 다닌 편이라 ‘어긋남’이 더 크게 느껴졌어. 더 무서운 건 그 차이가 “기억이 착각” 수준이 아니라, 걸을 때 바닥의 울림까지 달랐다는 거야.
잠깐 기다리다 엘리베이터로 다시 내려가려고 했는데, 이번엔 내 차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버튼을 누르는 걸 봤거든. 어떤 남자가 2층을 누르고 들어갔는데, 문이 열리면서 안내창이 또 이상하게 시작했어. 2층을 눌렀는데도 표시가 1층에서 시작해 올라가듯이 1, 2를 찍더니, 그 사람이 내릴 때는 이미 ‘도착’ 상태로 보이더라고. 그는 “뭐야, 왜 이렇게 빨라” 하면서도 바로 나갔고,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때 나는 확신 비슷한 걸 받았어. 엘리베이터가 층을 ‘도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이 열릴 때마다 어떤 구간에서부터 재생되는 것 같았거든. 내가 버튼을 눌러 만든 경로가 아니라, 엘리베이터 내부가 자기 방식대로 기억을 되감는 느낌. 문제는 그 재생의 시작이 늘 내가 탄 층보다 낮은 쪽이라는 거였어. 7층에 탔는데 3층부터, 2층에 탔는데 1층부터… 마치 “처음부터 다시 확인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결국 나는 그날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피했어.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중간 중간 “정말 그냥 피곤해서 헷갈렸나” 싶다가도, 계단을 내려갈수록 자꾸만 이상한 확신이 자라더라. 계단은 분명히 7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구조인데, 내려오는 동안만큼은 ‘어떤 층’에서 시간이 끊기는 기분이 들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 진동이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있었어. 그러다 1층에서 회사 문을 열고 바깥 공기 마시는데,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열쇠가 조금 젖어 있었어. 식은땀인지 물기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음 날 출근해서도 그 엘리베이터만 유난히 보였어. 같은 건물, 같은 시간, 같은 버튼.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버튼을 눌러보고 싶지 않았고, 그냥 지나치며 유리문 너머의 안내창만 훔쳐봤거든. 누군가가 타고 문이 닫힐 때, 표시등이 ‘대기’ 상태인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문이 열릴 때마다 낮은 층이 먼저 찍히는 걸 내가 분명히 봤어. 사람들은 늘 “오네” 하고 들어오는데, 그 오기 전의 ‘처음’이 누군가에게는 숨겨져 있는 것 같았어.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 있으면, 문이 열리기 전엔 괜찮다가도, 열리는 순간에만 이상한 공백이 생겨. 내가 탄 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 더 아래에서부터 나를 끌어올리는 느낌. 그날 이후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항상 속으로 한 번 확인해. “이번엔 몇 층부터 시작하나” 하고. 그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그 숫자가 내 마음보다 먼저 튀어나오는지 확인하게 돼… 그게 제일 소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