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새벽에 인터폰이 울리더니 바로 끊겼어
원룸에서 새벽에 인터폰이 울리더니 바로 끊겼어. 그날도 늦게까지 배달이랑 유튜브로 시간을 늘어놓다가, 자정 넘어서는 소리도 다 죽은 줄 알았거든. 근데 딱—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띵’ 한 번도 제대로 끝나기 전에 바로 뚝 끊겨버렸어. 나는 순간 착각인 줄 알고 폰 화면을 봤는데, 알림도 없고 부재중도 없더라.
처음엔 그냥 옆집 사람이 장난치나 싶었어. 우리 원룸은 현관이랑 방 앞이 인터폰으로 연결돼 있는데, 가끔 누가 손이 미끄러져서 버튼 누르고 급하게 멈추는 경우가 있거든. 그래서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방문 쪽으로 천천히 갔어. 복도 쪽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였는데, 그 불빛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졌어.
인터폰 다시 울리면 확인하려고, 일단 문 앞에 섰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 대신 복도에서 아주 약한 발소리가 들렸어. 걸음을 옮기는 소리인데, 사람 발이 아니라 뭔가가 끌리듯 ‘사각… 사각…’ 하는 느낌. 그리고 그 소리가 딱 내 문 앞에서 멈추는 거야. 내가 숨을 죽였는데도, 멈춘 뒤에는 아무 것도 안 들려. 그 상태로 10초쯤 지났나, 또 다시 “띵…” 하고 울릴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어.
나는 순간 화가 났어. 장난이면 그냥 확실히 장난쳐야지, 이렇게 무서운 방식으로 사람을 흔들어? 그래서 방문 손잡이를 잡고 열어보려 했는데, 그때 인터폰에서 아주 희미한 잡음이 났어. 말소리인지 전기 잡음인지 애매했는데, 뭔가가 ‘네… 네…’ 하고 반복되는 것처럼 들렸거든. 근데 내가 인터폰 쪽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방 안쪽 벽에서 살짝 진동이 느껴졌어.
그 진동이 신기하게도 인터폰이랑 동시에 왔어. “띵” 같은 소리는 없는데, 벽을 타고 전달되는 감각이 딱 맞물리는 느낌. 나는 문을 더 못 열겠더라. 손잡이를 붙잡은 채로 그냥 서 있었는데, 그때 현관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 열쇠를 돌리는 소리도 아니고, 카드키를 긁는 소리도 아니고, 마치 문틈에 무언가를 밀어 넣는 것 같은 ‘지익’ 하는 소리였어.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바로 사라지지 않고, 문 밖 복도 바닥을 따라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것처럼 이어졌어. “아, 이거 진짜 누가 있는 거구나” 싶었지. 그런데 창문을 통해 밖을 보려고 커튼을 조금 들었는데, 복도는 비어 있었어. 불빛은 있는데 사람이 없고, 발소리도 없고. 그 공허함이 제일 소름이었어. 아무것도 없는데, 분명 소리는 내 쪽으로 오더라고.
나는 결국 인터폰을 눌러보려고 스위치에 손을 뻗었어. 근데 내 방 인터폰 버튼은 그냥 말 그대로 누르면 연결되는 타입인데, 그날따라 손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어.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화면이 잠깐 번쩍이더니, 누군가 대답하듯이 전기가 튄 것처럼 깜빡였어. 그리고 곧바로 화면이 꺼졌어. 그 순간, 내 귀 가까이에서 누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거든. 실제로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 뒤로 한동안 잠이 안 왔어. 새벽이면 원룸 단지 자체가 시끄럽진 않잖아. 그런데 그날은 새벽 3시가 넘어갈 때까지, 가끔씩 복도에서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났어. 누가 지나가며 벽을 스치거나, 누군가가 바닥에 뭔가를 내려놓는 듯한 소리. 나는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계속 봤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대에 사진 앱이 자동으로 켜진 기록이 하나 떠 있더라. 내가 누른 적이 없는데도 말이야.
아침에 관리실에 물어보려다가도, 괜히 말하면 “누구 장난이겠지” 하고 넘길 것 같아서 그냥 참고 있었어. 대신 복도 쪽 CCTV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계단 쪽을 봤는데, 1층 출입구 화면만 다른 날보다 유독 선명하게 나오더라고. 문제는 그 선명한 구간에 사람은 안 보인다는 거야. 대신 인터폰이 울리던 시간대와 딱 겹치게, 내 건물 내부 라인 그래프처럼 ‘신호’가 찍혔어. 사람이 움직인 흔적은 없는데 시스템만 반응한 느낌.
그리고 그날 이후로, 밤만 되면 인터폰 소리랑 비슷한 ‘띵’ 하는 잡음이 가끔 들렸어. 어떤 날은 진짜로 인터폰이 울렸고, 어떤 날은 안 울리는데도 “지금 누가 부르는 중” 같은 감각이 먼저 와. 원룸이야 워낙 소리가 잘 전달되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늘 내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기 직전에 멈춰.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 새벽에 끊겼던 그 한 번의 호출이, 누군가가 장난친 걸로 끝났던 걸까, 아니면 내가 문을 열지 못하게 만들려고 먼저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