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후 문 앞에서 신발 한 켤레가 더 생겨 있었어
배달 후 문 앞에서 신발 한 켤레가 더 생겨 있었어. 처음엔 단순 실수겠지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부터 집 현관은 계속 “뭔가가 이미 와 있었던 곳”처럼 느껴졌어. 내가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누가 다녀간 것 같은 기분. 솔직히 이런 말 하면 웃길 수 있는데, 그때는 진짜로 그랬어.
그날 나는 야근하고 돌아와서, 피곤한 몸으로 앱에서 배달을 시켰어. 현관 비밀번호는 따로 없고, 경비실에서 확인하고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서 보통이면 배달 기사님이 그냥 문 앞에 두고 벨을 누르거나 호출을 남겨. 음식은 10분도 안 돼서 도착했고, 나는 핸드폰으로 “문 앞에 놓아주세요” 해둔 상태였거든.
그런데 배달원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고, 잠깐 기다렸다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미묘했어. 신발장 옆, 원래라면 신발이 놓이면 안 되는 작은 자리에 검은 운동화 한 짝이 딱 놓여 있더라. 애초에 내 집은 신발을 현관 안쪽 신발장에 넣는 편이라서, 밖에 신발이 나와 있는 걸 잘 안 해. 게다가 우리 신발은 한 켤레 다 같이 맞춰져 있고, 그 짝은 우리 스타일이랑도 달랐어.
나는 처음엔 “배달 기사님이 잠깐 들고 다니는 게 떨어졌나?” 싶어서, 문 앞에 놓인 신발을 만지지 않고 사진을 한 장 찍었어. 혹시 누가 잘못 내려두고 가져가려 했나 싶어서, 배달 앱에 항의할 생각까지 들더라. 그런데 사진을 찍는 순간, 바닥에서 아주 옅은 먼지 냄새랑 습기 냄새가 같이 올라왔어. 멀리서 끌고 온 먼지가 아니라, 방금 바깥에 있다가 들어온 것 같은 느낌.
음식을 집 안으로 옮기면서도 계속 눈이 가더라. 신발은 한 짝만 있어서 더 이상했는데, 크기도 내 것과 애매하게 비슷했어. 딱 내 발에 맞을 법한 느낌이라서 더 소름이 돋았고, 이상하게도 “누가 신발을 벗고 들어왔는데, 한 짝만 남긴 것” 같은 상상이 떠올랐어. 나는 별 생각 없이 배달 기사님에게 전화하려다 말고, 일단 현관 쪽을 한 번 더 둘러봤어.
그때 문틈 사이로 바람이 스르륵 들어오는 게 느껴졌거든. 나는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고 현관문도 제대로 잠겼는데, 마치 누가 문을 살짝 열었다가 다시 닫은 것처럼 공기가 움직였어. 그리고 그 신발 옆에 작은 물기 자국 같은 게 있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동그랗게 번져 있었어. 누가 신발을 잠깐 어디에 대고 섰다가, 다시 뒤로 물러난 흔적 같았지.
배달 앱을 확인해보니 기사님이 “문 앞에 두었습니다”라고 보낸 시간이 내 문을 연 시간보다 2분 정도 빨랐어. 즉, 기사님이 놓고 간 순간이랑 내가 문을 연 순간 사이가 그렇게 길진 않았다는 뜻이야. 그런데 신발이 이미 그 자리에 있었어. 너무 말이 안 되니까, 나는 잠깐 웃으면서 “누가 잘못 내려둔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어. 그래도 찝찝해서, 신발을 그냥 치우지 못하고 현관 앞에 잠깐 두고 말았어.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됐어. 밤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현관 쪽에서 아주 작게 “툭” 하는 소리가 났어. 꼭 누가 신발을 한 번 건드린 소리 같은 거. 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숨을 멈췄고, 휴대폰 불빛으로 바닥을 비췄어. 그런데 신발은 그대로 있었는데, 위치가 조금 바뀌어 있더라. 처음엔 신발장 옆 모서리에 있었는데, 그날 밤엔 문 쪽으로 살짝 더 옮겨져 있었어. 누가 잡아당긴 게 아니라, 누가 스스로 조금 걸어온 것처럼.
다음 날 아침, 나는 용기를 내서 신발을 다시 사진 찍고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어. “누가 현관 앞에 신발 놓고 갔는데, 혹시 주차장 쪽이나 택배함 쪽에 신고된 걸 아시나요”라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애매했어. 관리사무소 직원이 “그런 민원은 없었다”면서도, 대신 “요즘 배달 기사님들 사이에서 한 번씩 길을 잘못 찾는 경우가 있다”는 말만 했지. 그래도 그 신발은, 누가 길을 잘못 찾은 수준이 아니잖아.
며칠 뒤엔 신발이 없어졌어. 누군가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 저절로 치워진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신발이 사라진 다음 날부터는 더 이상하게 발소리가 들렸어. 집 안에서 나는 내 발소리인데도, 현관 쪽에서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그때 나는 처음으로 확신했어. 누군가가 들어오려 했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들어왔는데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처럼 남아 있는 거라고. 지금도 가끔 그날 밤을 떠올리면, 문 앞에 놓였던 한 켤레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신발 한 짝만 덩그러니 놓일 수 있었던 이유가 자꾸 떠올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갔는데, 왜 나는 아직도 현관문 잠금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손끝이 차가워지는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