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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점원이 내게 물건을 건네지 않고 바닥을 가리켰어

2026-08-05 12:29:11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점원이 내게 물건을 건네지 않고 바닥을 가리켰어. 처음엔 그냥 바쁠 때 하는 ‘잠깐만요’ 같은 제스처겠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편의점 문 열기만 해도 손끝이 먼저 긴장하더라.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어. 나는 손에 작은 장바구니도 없이 무심하게 과자랑 음료만 고르고 있었고, 계산대 앞에 사람도 많지 않았어. 점원은 여자였고, 유니폼 단정한데 표정이 좀 굳어 있었어. 내 차례가 되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살짝 들더니, 손을 내 쪽으로 뻗지 않고 바닥 쪽을 가리켰어.

바닥이라고 해도 정확히는 계산대 아래, 점원 발 앞쪽 라인이었어. 마치 “여기 두세요” 같은 느낌으로 손가락을 뻗었는데, 나는 당연히 카드나 현금을 어떻게 내야 하냐고 물어봐야 하나 싶었지. 그런데 그 순간 점원이 아주 조용히 “거기”라고만 했어. 목소리가 작아서 더 들으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녀 시선은 계속 바닥에 고정돼 있었어.

나는 멈칫했다가, 혹시 바닥에 뭔가 표시가 있나 싶어서 슬쩍 아래를 봤어. 계산대 앞에는 보통 손님이 서는 위치 스티커랑 바코드 찍히는 라인이 있잖아. 근데 그날은 스티커 위로 뭔가가 얇게 덮여 있었어. 물기 때문인지, 혹은 먼지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물건”처럼 보였어. 내가 떨어뜨린 건 아닌데, 뭔가가 거기 있어야 할 이유가 없거든.

그래서 나는 그냥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아, 여기요?” 하고 손을 내려서 스티커 근처를 가볍게 확인하려 했어. 근데 점원이 갑자기 더 크게 손을 뻗더니, 내 손이 바닥으로 내려오기 전에 멈추라는 듯 손바닥을 세웠어. 그 제스처가 너무 급하고 단호해서,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거둬버렸지. 그때 점원이 내가 아니라 “내가 보려는 방향”을 막는 것 같았어.

결국 나는 카운터 위에 올려진 계산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어. 내 상품은 아직 그녀 손에 없었고, 바코드 스캔도 아직 안 된 상태였어. 나는 “카운터에 올려드릴게요”라고 말하려 했는데, 점원은 또 바닥을 가리켰어. 이번엔 더 짧게, 손가락을 한 번 톡 쳤지. 그 동작이 “여기 있는 걸 치워”가 아니라, “여기 있는 걸 건드리지 마” 쪽으로 느껴졌어.

나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어. 혹시 바닥에 유리 조각이나 무언가 날카로운 게 있나 싶어서 발을 살짝 뒤로 뺐는데, 그 순간 점원 뒤편 진열대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났어. ‘툭’ 하고, 거의 숨소리 정도로만. 동시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어. 그 표정이 진짜로 ‘불길’하다는 느낌이었어. 평소에 바빠도 안 그러잖아. 저 표정은 누가 봐도 뭔가를 숨기거나,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이었어.

그때 나는 점원이 내 물건을 “건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 카운터 위로 손이 올라가는 동작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를 ‘바닥’에 묶어두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점원은 계산을 마친 척도 안 했고, 내 요구대로 상품을 내밀지도 않았어. 대신, 마치 바닥에 있는 걸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을 처리해야 하는 것처럼 행동했어.

나는 결국 입을 열지 못하고 그냥 계산대 옆에 서서 가만히 있었어. 점원은 한참을 바닥을 가리킨 채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 사이 내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걸 들을 정도였어. 비가 계속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고, 다른 손님이 들어와도 점원은 반응이 없었어. 그러다 갑자기 점원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눈빛이 정말 이상했어. 내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내 발 아래를 보는 것 같았거든. 마치 “지금 여기 바닥으로 들어온 사람 맞지?”라고 묻는 것처럼.

그 다음, 점원은 아무 말 없이 계산대에서 영수증 프린터 쪽을 조작하더니, 상품 대신 작은 봉투를 바닥 가까이에 내려놨어. 손이 내 손으로 향한 게 아니라, 봉투가 먼저 바닥 라인 위로 놓였어. 그리고 딱 한 번, 내 발 위치를 확인하듯 내 앞을 쳐다봤지. 나는 그 봉투를 집어 들었고, 그 안에는 내가 고른 물건이 들어 있었어. 그런데 영수증에 찍힌 품목이랑 가격이 내가 봤던 것과 조금 달랐어. 정확히는, 내가 선택한 품목이 하나 더 포함된 것 같았어. 내가 기억하는 건 없는데 말이야.

나는 별 생각 없이 봉투를 들고 서둘러 나왔어. 편의점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뒤에서 점원이 문 닫는 소리도 없이 아주 조용히 “다시 들어오지 마” 같은 말투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어. 물론 확실하진 않아. 비 오는 날이라 소리가 뭉개졌거든. 그래도 그 말투가 사람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멈추는 주문처럼 들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돌지 못했어.

집에 와서 영수증을 다시 봤는데, 한 줄이 이상하게 번져 있었어. 잉크가 번진 건지, 글자가 원래 그렇게 흐린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모르는 품목 이름처럼 보였어. 그리고 그 줄 옆에, 설명하기 어렵지만 바닥 라인 스티커랑 비슷한 작은 표시가 찍혀 있었어. 그래서 더 찝찝했지. 그날 편의점 점원은 내 물건을 준 게 아니라, 내가 “바닥” 쪽을 건드리지 않게끔 정해진 절차대로만 행동한 것 같았어. 지금도 생각하면, 그 바닥이 그냥 바닥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잃어버린 자리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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