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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진료 끝났는데도 약장 위에 내 이름이 남아있어

2026-08-06 08:29:12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진료 끝났는데도 약장 위에 내 이름이 남아있어. 진짜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게 계속 눈에 걸리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착각했나?’가 아니라 ‘이게 왜 여기 있지?’로 생각이 굳어지더라.

처음엔 감기 때문에 간 김에, 간단히 피검사하고 약 받고 나왔어. 접수할 때는 이름이랑 주민번호 확인하고, 의사도 금방 보고 끝났지. 약도 봉투에 넣어 주면서 “하루 2번 드세요” 정도만 듣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이었어. 이상하게도 약 봉투를 들고 걸어오는 내내 머릿속이 한 번씩만 멈칫했거든.

다음 날 약을 먹다가 문득 병원 로비 쪽이 생각났어. 진료실 앞에 약장 같은 게 있고, 거기 위에 작은 종이 스티커로 환자 이름이 적혀 있던 게 떠오른 거야. 그게 보통은 오늘 처방받는 사람들 것만 잠깐 붙여두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내가 진료 끝난 다음 날까지 거기 내 이름이 남아있다면…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다시 그 병원에 들렀어. 무슨 일로 다시 가냐고 물어보면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접수는 금방 했고, 진료실로 들어가는 동선이 아니라 약장 위치가 보이는 통로로 자연스럽게 걸어갔지. 사람들 없는 시간이라 더 눈에 띄었어. 약장 위, 안내문 옆 구석에 내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어. 종이가 새 것 같진 않은데, 누렇게 바래지도 않고 딱 거기 붙어 있는 느낌이었어.

처음엔 그냥 ‘누군가 잘못 붙여놨겠지’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내 이름 옆에 날짜가 적혀 있었어. 내 진료 날짜랑 정확히 맞았고, 약 봉투에 적힌 처방명 일부도 얼핏 보였어. 물론 약장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대놓고 따질 수도 없어서 그냥 멍하니 서서 지나가려 했는데, 그때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약장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어.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손이 약장 문 손잡이 쪽으로 가는 순간 멈칫하더라.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어제 진료받았는데요, 약 받았던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했어. 그 말에 간호사는 웃으면서 “어제 처방은 전부 처리됐어요. 약장에 남아있는 건 정리 전이라 그래요”라고 했지. 근데 정리 전이라면서도 왜 내 이름만 유독 눈에 띄는 위치에 그대로 붙어 있었는지, 그 말이 쉽게 납득이 안 됐어.

또 이상한 건, 약장 칸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어떤 건 종이가 구겨져 있거나 찢긴 흔적이 있더라. 반면 내 이름은 너무 깔끔했어. 마치 ‘누가 일부러 신경 써서’ 붙여둔 것처럼.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떠올랐어. 누군가 내 이름을 보고 ‘저 사람 또 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예 다른 의도로 남겨둔 건가. 별 생각이 다 들더라.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갔어. 이번엔 일부러 같은 시간대, 같은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약장 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내 이름은 그대로였어. 다만 이번엔 아주 얇은 종이 테이프가 하나 더 붙어 있었는데, 누가 만졌으면 생길 법한 손자국 같은 게 남아 있었어. 나는 그걸 보면서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누군가의 루틴이나 확인 절차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마지막으로 그날 진료받을 때는 없었던 작은 장면이 떠올랐어. 의사가 처방전을 쓰면서 잠깐 멈칫하더니, 창구 쪽에 있는 모니터를 봤다는 거. 그때 나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약장 관리랑 연결된 걸지도 몰라. 어떤 병은 진짜로 환자 기록이 여기저기 남아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잖아. 그래서 더 무섭더라. 진료가 끝났는데도 내 이름이 ‘종이 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처럼 남아 있다는 느낌 말이야.

지금도 가끔 그 병원 지나가면, 약장 위 그 자리가 떠올라. 누가 나를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직 ‘처리되지 않은 대상’으로 남아있는 건지. 어쩌면 그건 내 착각일 수도 있는데, 묘하게 확신이 서. 병원에서 진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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