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밤마다 현관 앞에 누가 물을 뿌려놓고 갔어
시골집에서 밤마다 현관 앞에 누가 물을 뿌려놓고 갔어. 처음엔 비가 새나 싶었는데, 창문 틈 하나 없고 지붕도 멀쩡했거든. 근데 매번 날짜가 바뀌는 것처럼, 딱 밤이 되면 현관 앞 바닥이 얇게 젖어 있어. 아침에 보면 물기만 있고, 발자국이나 흔적은 거의 없어. 그래서 더 이상해.
처음으로 그런 걸 눈치챈 건 한겨울이었어. 그날도 집 안은 보일러가 잘 돌아서 따뜻했는데, 새벽에 깨보니까 바깥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났어. 거실 창문을 보려다 말고, 그냥 바람소리겠지 하고 다시 잤는데, 아침에 나가보니까 현관 앞 콘크리트가 손바닥만큼가량 젖어 있었지. 물이 튄 모양이 아니라, 마치 누가 바닥을 스치듯 뿌린 것처럼 넓게 퍼져 있었고, 주변 먼지까지 같이 적셔져 있었어.
그 뒤로는 시간이 완전하게 맞아떨어졌어. 밤 11시~12시 사이에 한 번씩, 비슷한 양으로 현관 쪽만 젖는 거야. 마당은 멀쩡하고, 대문 앞이나 우사 쪽은 안 젖어. 딱 집 문턱 근처, 열쇠 구멍 있는 쪽에서부터 바깥으로 약간 길게. 이상하게도 바닥이 미끄럽진 않았어. 젖었다기보다, 물이 “놓인” 느낌에 가까웠어. 그래서 누가 물통을 들고 와서 뿌렸다는 생각이 들면 동시에, 너무 조심스럽게 뿌린 것 같아 더 불길했어.
처음엔 나도 그냥 확인하려고 전등을 켰어. 현관 쪽만 비추는 작은 등 하나가 있었는데, 어두울 때보다 밝으면 뭔가 보일까 싶었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전등을 켠 날엔 다음 날도 같은 장소에 물자국이 남아 있었어. 내가 잠들기 전에 누가 다녀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CCTV는 고장 나 있었고(그때 당시엔 그냥 오래돼서 그랬다 생각했지), 휴대폰으로는 문 앞까지 각도가 안 나와.
그래도 결국엔 단서가 생겼어. 비 오는 날이 아닌데도 물이 뿌려진 날엔, 현관 매트 밑에서 냄새가 났거든. 흔한 빗물 냄새가 아니라, 오래된 비닐봉지나 젖은 흙이 섞인 것 같은 냄새. 그리고 물이 닿은 자리 주변에 아주 옅은 점처럼 먼지가 뭉쳐 있었어. 뭔가를 붓다가 떨어뜨린 자국 같기도 하고, 손으로 바닥을 쓸고 지나간 흔적 같기도 했지.
그래서 친구한테 말했더니 “장난 아니냐”고 하더라. 시골은 생각보다 그런 얘기 잘 퍼지잖아. 근데 장난이라면 최소한 누가 숨어서 지켜봤을 법한데, 물을 뿌리고 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도 물이 떨어진 자리는 거의 똑같았어. 마치 누가 바닥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한 번은 내가 새벽에 불을 켜고 현관 문틈으로 살짝 봤는데, 창문에 비친 건 내 그림자뿐이었고 바깥은 고요했어. 그 고요가 너무 길어서, 괜히 숨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결국 난 현관에 뭘 깔아보기로 했어. 얇은 가루(그때는 모래처럼 고운 걸 생각했는데, 마당에 뿌리면 티가 나니까 결국 밀가루 비슷한 걸 아주 소량만)로 바닥 주변을 살짝 표시해뒀지.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그 가루가 젖은 자리만 얇게 지워져 있었어. 그리고 지워진 방향이 딱 문턱 쪽에서 바깥으로 이어졌어. 누가 발로 들어온 게 아니라, “뿌릴 때”만 흐른 거지. 그걸 보고 나서부터는, 장난이란 단어가 갑자기 얇아지더라. 누군가가 일부러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동시에 완전히 없애지도 않는 느낌이랄까.
그날 밤엔 아예 깨어 있어보기로 했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거실에서 현관 쪽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는데, 시간만 지나가고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 그런데 11시 40분쯤, 집 앞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금속성 소리가 났어. 병뚜껑을 여는 소리 같은 거. 그 다음에 “툭” 하고 한 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현관 쪽이 아니라, 현관과 이어지는 바깥 돌길 끝에서 먼저 소리가 퍼져. 그러고 나서야 현관 쪽이 젖는 소리가 이어졌어.
난 그 순간 문을 열어버릴까 하다가 멈췄어. 어릴 때부터 이상한 걸 보면 괜히 확인하면 더 커진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근데 문을 열지 않아도, 물이 뿌려진 자리에서만 바람이 살짝 달라졌어. 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이 바뀌는 느낌. 마치 누가 문 바깥에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물을 뿌려놓고 물러나는 것 같은. 아침이 되자, 현관 앞은 또 젖어 있었고, 이번엔 더 얇게 퍼져 있었어. 마치 다음에는 더 가까이 오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 뒤로 몇 주는 더 있었는데, 점점 횟수는 줄고 대신 젖은 자리가 조금씩 문턱 안쪽으로 옮겨오더라. 물이 닿는 범위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위치만 미세하게. 나는 결국 현관 매트를 바꿨고, 바닥도 닦아내고, 혹시 모를 배관 문제도 확인했지만 답은 없었어. 지금도 가끔 밤에 깨어 현관 쪽을 보면, 발이 닿기 전의 문턱이 아주 살짝 차가워. 그리고 그 차가움이 내 생각보다 먼저, 누군가의 손이 닿은 것처럼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