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버튼 불빛이 계속 켜져 있었다

2026-08-06 16:29:13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버튼 불빛이 계속 켜져 있었다. 그날은 퇴근 시간이 좀 늦어져서,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눌렀고 그냥 슥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닫히려는 찰나, 아래층으로 내려간다는 걸 알고도 자꾸만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버튼 불빛이, 계속 살아있었다.

보통 엘리베이터 버튼은 한 번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층이 잡히면 꺼지잖아. 나는 7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누른 건 ‘3’ 표시였다. 문이 닫히고 천천히 올라가는 소리도 들렸는데, 그때부터 내 눈이 자꾸 버튼 쪽으로 갔다. 정말 이상하게도, 누른 3층 버튼 불빛이 내려갈 때마다 깜빡이거나 꺼지는 게 아니라, 계속 켜진 채로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어느 순간 탁 하고 3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면서 특유의 찬 공기랑, 복도에서 올라오는 형광등 소리가 같이 들어왔다. 나는 “설마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버튼을 한 번 더 봤다. 3층 버튼 불빛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그리고 표시창은 이미 3층에 맞춰져 있었는데도, 그 작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일단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까지 한 발 내딛는 순간, 뒤에서 “딩” 하고 경고음 비슷한 소리가 아주 짧게 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안쪽 버튼 불빛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별일 아니라고 넘겼다. 사람은 피곤하면 이상한 걸 과장해서 느낀다고, 스스로를 달랬으니까.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 보통은 문 닫히고 바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데, 이번엔 “딱” 하고 한 번 더 멈춘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나는 잠깐 멈춰서 유리문 너머로 봤다. 3층 버튼이 켜져 있는 건 계속 같았다. 새로 눌린 다른 버튼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불만 계속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생각이 난 건, 내 층이 아닌데도 버튼이 켜진 채로 남아있을 수 있나 하는 거였다. 고장 나면 꺼지지 않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계속 눌러둔 것 같은… 그런 고집스러운 불빛이었다. 나는 잠깐 웃고 말았는데, 복도 끝에서 보안실 쪽 CCTV 모니터가 잠깐 켜지는 걸 봤다. 그 시간대가 내 출입 기록과 겹치진 않았지만,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며칠 뒤, 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번엔 내가 5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고 버튼을 눌렀다. 1층 버튼이 들어오고, 문이 닫히고, 내려가는 건 정상처럼 보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그 버튼이 꺼지는 타이밍이 이상했다. 나는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버튼을 확인했는데, 1층 불빛이 켜져 있는 채로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순간에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그냥 고장’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걸렸다. 엘리베이터 고장이면 다른 증상도 같이 나와야 하는데, 도착은 정상이고, 층 이동도 매끈했다. 유난히 버튼 불만 남아 있는 거였다. 나는 그날 퇴근하고 나서 관리실에 말하려 했는데, 담당자가 “요즘 버튼 LED는 예전보다 잔상이 남아서…”라고 하더라. 잔상이라기엔 너무 선명했고, 내가 보는 각도에서도 분명하게 불빛이 켜져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냥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밤, 또 늦게 근무한 날이 있었다. 그날은 1층까지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한 번 ‘틱’ 하더니 천천히 멈췄다. 표시창은 1층이었고 문도 곧 열릴 것처럼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1층 버튼 불빛이 아주 오래 켜져 있었다. 문이 열리기 전에 나는 버튼을 봤다. 그 불빛이, 마치 누군가가 방금 손가락으로 누른 것처럼 반짝였다.

문이 열리고 나는 나왔는데, 복도는 평소처럼 조용했다. 그 뒤로 엘리베이터는 곧바로 움직였고, 나는 생각했다. “아, 결국은 전원 문제겠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관리실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걸 들었다. “어젯밤에 엘리베이터 점검했는데, 버튼 쪽에 이상 신호가 잡히는 구간이 있대.” 정확히 어떤 구간인지는 못 들었지만, 그날 내가 내린 층이랑 겹쳤다.

그 뒤로도 가끔 그 불빛이 남아있는 날이 있었다. 내 눈엔 늘 똑같았다. 내가 내리고 나면 꺼져야 할 게,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불은 고장 난 부품처럼 어둡게 남아있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아직 안 갔어”라고 말하듯 계속 켜져 있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 타면 버튼을 누른 뒤에 한 번 더 보게 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불빛이 끝내 꺼지지 않는 날이 있으면… 그때는 왠지, 내가 진짜로 도착한 게 맞는지 잠깐 의심하게 된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