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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밤마다 벽시계 초침이 멈췄다가 다시 시작돼

2026-08-07 00:29:15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벽시계 초침이 멈췄다가 다시 시작돼.

처음엔 그냥 귀찮은 일이구나 싶었다. 퇴근하고 들어와 불 끄기 전에만 벽시계를 한 번 쳐다보는데, 그날은 새벽 1시 17분에서 딱 멈추더라. 초침이 ‘딱’ 하고 멈춘 뒤에는 소리가 거의 안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고, 그 상태로 한참 있다가 다시 “틱” 하고 이어졌다. 나는 건전지가 다 됐나 싶어 다음날 확인하려고 생각만 했지, 그때까진 별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멈추는 시간이 매번 달랐거든. 어떤 날은 2시 03분, 어떤 날은 12시 41분. 중요한 건 항상 ‘초침만’ 멈춘다는 점이었어. 분침이랑 시침은 멀쩡했는데, 초침만 정지해서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멈춰 있는 동안에는 휴대폰 진동도 잘 안 느껴지고, 창문 밖 소리도 둔하게 먹히는 게 이상했어.

나는 원룸 구조상 벽시계가 침대 정면으로 보이는데, 밤에 화장실 다녀오면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더라. 초침이 멈춘 걸 확인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리고 멈춘 뒤 몇 분쯤 지나면 초침이 다시 움직이는데, 그때는 거의 항상 내가 방 안에서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예를 들어 손에 쥐고 있던 물컵이 조금 더 차갑다거나,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머리카락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처음엔 전기 문제인가 했는데, 전등도 멀쩡했고, 냉장고 소리 같은 생활 소음도 정상적이었어. 또 무슨 마그네트나 전자기기 영향일까 싶어, 침대 옆에 있던 전자파 강한 기기들을 다 치웠거든. 충전기 뽑고, 공유기 위치도 바꾸고, 심지어 시계를 향해 뭐가 닿지 않게 조심했는데도 다음 날 똑같이 반복됐어. 특히 새벽에 잠이 확 깼을 때, 초침이 멈춘 상태에서 눈을 뜨면 그 정지된 ‘틱’ 소리의 공백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 한 번은 내가 일부러 시간을 맞춰봤어. 멈추는 패턴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알람을 몇 개 걸어놓고, 초침이 멈출 때까지 가만히 누워 있었지. 그런데 3시 29분쯤 됐을 때, 초침이 멈추는 걸 기다리던 내 귀가 먼저 ‘감지’한 것 같아. 소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소리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유지되는 동안, 침대 밑이 살짝 차갑게 느껴졌어.

침대 밑은 원래 먼지랑 잡동사니가 들어차 있는데,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제대로 치운 적이 없거든. 초침이 멈춘 상태로 2~3분 정도 지나자, 바닥 쪽에서 아주 희미한 긁는 소리가 났어. 칫솔로 바닥을 스치듯 ‘사각’ 하는 소리였는데, 소리가 나올 때마다 초침이 다시 움직이려는 것처럼 긴장감이 올라왔다. 그리고 소리가 끝날 때쯤, 벽시계 초침이 다시 시작되면서 공기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 근데 침대 밑을 확인하면 특별한 것도 없더라. 먼지만 조금 더 정렬돼 있는 정도였고, 흔적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지.

나는 그때부터 집주인한테 이야기해볼까 고민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다른 층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다들 ‘그 벽시계는 오래된 거라 그냥 놔둬’라고 하더라. 복도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밤에 누가 계단을 오른다거나 같은 소문은 있었는데, 하필 초침 정지 같은 구체적인 건 아무도 안 겪는 것처럼 말했어. 그래서 더 찝찝했지. 오히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게, 그 현상이 누군가에겐 이미 일상이라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나는 벽시계를 떼어내려고 했어. 나사로 고정된 걸 알고 있었고, 손으로 만지면 당연히 빠질 줄 알았거든. 그런데 손을 대는 순간, 초침이 멈춰 있는 그 상태에서 내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어. 내가 움직이는 속도와 상관없이, 벽시계가 아니라 내 손끝만 먼저 반응하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그 순간 초침이 다시 시작되려는 타이밍이 오길래, 잠깐 멈칫했는데 하필 그때 소리가 들렸어. 방 안 어딘가에서 ‘뚝’ 하고 아주 작은 소리, 마치 시계 내부 부품이 맞물리는 소리처럼.

시계를 뜯어내서 다른 곳에 세워두고 잠깐 잊으려고 했는데, 그게 또 문제였어. 다음 날 새벽에 내 방에선 시계가 없는데도 똑같이 시간 공백이 찾아왔거든. 초침 소리가 나진 않는데, 이상하게도 ‘초침이 멈춘 순간’의 감각만 남아 있는 것처럼 온몸이 조용해졌어. 그리고 정확히 그 타이밍에 맞춰, 거실 쪽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번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벽시계가 아니라 어떤 신호가 시간을 붙잡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신호가 내 방의 정면으로만 향하는 느낌이었어.

이제는 그냥 잠들기 전에 벽시계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려고 해. 확인하는 순간부터 내 귀가 공백을 기다리는 것 같더라. 그리고 오늘도 새벽에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이번엔 멈춘 동안 이상하게도 내 방 안이 ‘더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졌어. 초침이 다시 움직일 때마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얇은 커튼을 안쪽에서 당겼다 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래서 가끔 생각해. 이 집의 시간이 우리를 재우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를 세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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